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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불교 - 개정판, 2천5백년 불교사와 불교사상을 한눈에 그림으로 읽는다 ㅣ 하룻밤 시리즈
소운 스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하룻밤에 읽는 불교.
하룻밤에 못 읽었다 ^^
끝.
^ ^
음... 무슨 얘기를 하면 좋을까? 청년출가학교 얘기를 하면 좋지 않을까? 맞아. 청년출가학교. 거기서 시작된 인연이었어.
내게 불교란 뭐였지? 고려 시대 국교? 동국대 백일장인가 만해 백일장 때 틀어주던 오세암의 세계(제대로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궁예????!!!! 대머리? 염주? 사리? 악기가 된 뼈(정약용 선생이 복숭아뼈였나? 거기 구멍이 세 번 날 정도로 열심히 정진했다는 에피소드를 읽고 스님을 연상했다) 불 속 결가부좌? 시 속 철학적 뿌리? ...
생각해보니 불교와 나의 개인적인 접촉이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 때 불국사를 간 걸 제외하곤 거의 전무할 정도로 절은 '옛날의 유산'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다. 부모님이 불자도 아니었고, 주변 얘들도 불자가 아니었다. 내겐 너무 먼 불교.
그런데 청년출가학교에 별 고민 없이 지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실존적인 고민도 고민이고, 참여해주신 선생님들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불교의 '수행'하는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다. 내게 기독교는 노래 부르고 기도하는 이미지라면, 불교는 절하고 염불 외우는 이미지.
극빈. 무아에 이르기 위해 고행하는 구도자. 무성욕 혹은 절대적 절제.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자연인.
이런 끌림들이 있었다. 지속가능한 마조히즘? 하루하루 - 삶을 수행으로 가져간다면 공부/휴식의 분리를 좀 더 부드럽게 완화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 예상은 적중했다. 아침에 일어나고 밤에 잠 들고, 깨끗한 공기 마시며 말끔한 정신 상태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질문하고, 대화하기, 밥 먹는 것 - 걷는 것 - 작은 것 하나도 흐트러지지 않게 생활하기, 온전히 나에 집중하는 시간, 정말 좋았다.
스케줄을 짜고 거기에 맞춰 움직이는 것을 잘 못하는 나에게 어느 정도 꽉 짜인 스케줄은 오히려 다른 것에 신경쓰지 않고 내 앞에 놓인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정말 다 좋았는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내가 불교에 너무 무지했다는 점, 그로 인해 불교에 대한 궁금증을 스님들께 여쭙지 못했다는 점과 스님들이 해주시는 불교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었다.
하룻밤에 읽는 불교.
불교라는 거대한 세계에 들어가는 데 글을 읽지 않도록 이정표를 세울 수 있는 책으로, 지도를 그려보고, 영토를 더듬어볼 수 있는 책으로 괜찮을 것 같아 서평단에 신청했고, 운 좋게 인연이 닿았다.
요약-정리된 부분을 보면서 고등학교 때 풀던 문제집이 생각났다. 그만큼 일목요연하게 요약이 잘 돼 있었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불교입문자들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길잡이 입문서를 표방하고 나온 콘셉트에 충실한 책이었고, 처음 불교용어를 접하는 나에겐 또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책이기도 했다.
p26
<우파니샤드>의 어원적 의미는 '가까이 앉다'로, 스승에서 제자로 구전되어온 가르침을 집대성하여 <베다> 문헌의 가장 끝부분에 실려 있기에 베단타라고도 일컫는다. <우파니샤드>는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후 16세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편찬되었다.
<우파니샤드>에 나타나는 철학적 특색은 범아일여, 즉 우주의 근원인 브라만과 개인에 내재한 아트만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브라만교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있게 하는 근원적 실재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이를 추구했다. 그리고 현상계와 신들의 의지처가 되는 근본 원인인 브라만 개념을 고안해냈다.
브라만은 현상계의 모든 존재 안에 내재되어 있으며, 현상들의 차별적인 모습은 브라만 안에서 하나의 원리로 귀결된다. 그리고 아트만은 개인의 영적 존재로 다른 물질들과 구분되는 본질적인 어떤 것이며, 인식의 주체이자 윤리적 주체로서 육체가 죽어서 사라진다고 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파니샤드>의 신봉자들은 브라만을 개인의 영적 존재인 아트만과 다르지 않다고 믿었다. 개인의 내면적 탐색이 극치에 이르면 아트만을 발견하게 되고, 바로 그것이 유일의 실재인 브라만과 동일하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범아일여적 사고는 우주의 본질을 내적 자아성찰을 통해 추구하게 만들었다. 개인은 대우주를 반영한 ㅅ우주이므로 우주의 본질을 자신 안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출가학교에서 들은 기억이 있는 단어들.
사성제 :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해탈의 방법을 고, 집, 멸, 도 네 단계로 설명하는 가르침. 첫째, 존재하는 그 자체가 모두 고통의 연속이다. 둘째, 고통의 근원은 집착이다. 셋째, 고통의 소멸을 열반이다. 넷째, 열반에 이르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하다.
이어 열반에 이르는 수행을 다시 여덟 가지로 말했으니, 이것이 팔정도, 즉 올바른 견해, 올바른 사유, 올바른 말, 올바른 행위, 올바른 생활, 올바른 노력, 올바른 주의, 올바른 선정이다.
진은영 시인이 쓴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에서 본 적 있는 나가르주나 용수의 <공> 사상.
p58
나가르주나의 가장 큰 업적은 <반야경>에서 말한 공사상을 철학적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공사상은 인간을 포함한 일체만물에는 고정불변하는 실체가 없고, 항상 변한다는 불교의 근본교리이다. 나가르주나는 <중론>에서 공성(사물의 본성 또는 실체)이 바로 석존이 발견한 연기임을 밝히고 있다. 연기란 현상계의 사물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과 상호의존적으로 공존하면서 생성하고 소멸한다는 것으로, 모든 현상계의 물질의 실제 모습을 밝힌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간략하게나마 불교의 주요 개념들을 익힐 수 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나라마다 불교가 어떤 변천사를 겪었는지 대략적인 역사적 흐름을 잡을 수 있어서 앞으로 불교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될 거란 걸 예감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청년출가학교에 강의해주신 분으로 광고인 박웅현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때 본인은 <하룻밤에 읽는 ~~> 이런 제목이 달린 책을 싫어한다고 ^^ 하룻밤에 도저히 읽을 수 없는 내용을 하룻밤에 읽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마케팅에 대한 비판적인 광고인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독자 입장에서 그 책이 하룻밤에 읽는~ 이든, 두 글자로 읽는 ~~든 책 내용만 알차다면 상관없다. 대신 한 가지 드는 아쉬움이 있다면 본격적인 전문서적과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책 중간에 위치할 만한 책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그런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