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BOOn 3호 - 2014년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 편집부 엮음 / RHK일본문화콘텐츠연구소(월간지)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작년 여름 간사이 지방으로 통칭되는 오사카나라교토고베를 짧게 여행 다녀왔습니다짧은 일정(3 4)을 감안해 가이드북을 뒤지며 일정을 짜고내일로나 이전의 다른 여행과 달리 정말 계획적으로 준비했습니다결과는 생각보다 좋지 않았습니다일정대로 움직이지 못한 부분이 많았고간사이 쓰롯패스 등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으며유명한 곳에서 사진 찍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느낌 없는’ 관광에 그쳤으며특히 숙소가 있었던 오사카를 오사카답게’ 즐기지 못하고 서울이나 한국에서 해왔던 것과 다를 바 없이 보내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원인은 동행한 일행과의 케미도 그리 좋진 않았지만(개개인의 평소 인성이나 성격과는 별개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것을 해야 하기에 여행케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죠무엇보다 사전준비의 부족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이 떨어지는 대로 우연에 몸을 맡겼을 때 예기치 못한 즐거움이 우리를 기다려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그리고 특히 이런 대도시 같은 경우 지리도 지리지만 문화를 모르고 여행했을 때 즐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소개팅이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서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취향과 기호 등등을 알아낼 수 있지만 도시와 대화하는 방법은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나 그 사람들이 남긴 기록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통하는 수밖에 없는데 3 4일을 얕잡아 보고 유명한 곳만 들려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생각한 저의 오판이 스스로를 망친 셈이 된 거죠오사카성금각사은각사기요미즈데라나라코엔 등 볼거리가 있는 유명한 곳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 점과 점 사이 공백을 채워줄 디테일의 중요성그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이 경험을 통해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금각사의 경우미시마 유키오의 동명소설 때문에 관심이 가서 방문했지만 큰 감흥을 느낄 수 없었고제가 유홍준 교수님처럼 건축물이나 미술품을 충만하게 감상할 수 있는 미적 감식안을 갖고 있지도 못해 도시 전체가 문화제인 교토에게 큰 애정을 느끼기 힘들었습니다출국 하루 전이라고 해봤자 입국 3일째밖에 안 되지만 아무튼 그날 생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녔던 고베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외국대사관들이 모여 있는 지역이었는데 좁은 골목골목을 다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다른 지역 같은 경우 방학시즌이여서 그런지 한국인들이 너무’ 많아 이곳이 한국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였는데(요즘 서울의 특정 지역을 가면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리는 그런 느낌이랄까요사람도 없고 조용해서 제 입맛에 맞는 여행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을 고베에서 겨우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그 외에 기린 생맥주아사히라멘오므라이스간장라멘(심히 짜긴 했지만등 식도락 기억밖에 없네요(^^).

 지금은 아니지만 과거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기도 했고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긴 하지만 일본소설도 읽어보았지만 일본에 큰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습니다위안부 같은 역사적 문제로 일본에 대한 부정적 편견그러니까 반일감정을 가지고 있거나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위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도 않았는데 하루키 표현을 빌려 표현하면 그 동안 일본은 제게색체가 없는’ 나라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오타쿠추리소설초밥, ‘스미마셍’ 정도가 어렸을 때 제가 가지고 있던 일본의 이미지였는데 일본여행 이후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 시작했지만 이렇다 할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워 이번 서평활동을 특히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읽기도 전에 주변에서 온갖 칭찬과 비판비판을 넘은 비난을 많이 들어 선뜻 손이 가지 않은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평소 외국문학을 읽을 때 번역하는 분께서 쓰신 짧은 분량의 해설 정도가 덧붙지 한국문학의 경우처럼 전문적인 평론(번역가의 문학적 역량과 상관없이 해설과 평론의 차이에서 오는)을 읽어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본 적 없지만 그의 글을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 분석한 글들을 보면서 하루키 소설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었고분석한 글 자체도 흥미로워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최근 파리리뷰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포함한 여러 유수의 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작가란 무엇인가란 책이 화제를 몰았었는데 파리리뷰 같은 외국문학잡지 같은 것을 찾아보고 싶단 생각이 덩달아 들기도 했습니다.

오타쿠의 생태학 코너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서 다뤘던 LGBT의 소재가 공통적으로 다뤄져서 그 점이 좋았습니다퀴어 축제나 등등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대부분 서양의 일이고동양에서 어떤 식으로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지 궁금했었거든요.오타쿠란 단어의 어원이 어디서 왔는지시대적 상황에 따라 단어의 용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하는 작업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코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소토코모리일본 바깥을 떠도는 사람들이었습니다일본도 한국 못지않게 입시나 취업경쟁이 심한 걸로 아는데 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모아 외국에서 가난하지만 편안한 생활을 한다아르바이트 임금이 한국에 비해 높은 일본이기에 가능한 전략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국의 경우도 정책이자 전체적인 사회적 지향점이 바뀌지 않는 한 비슷한 미래를 경험하게 될 거란 예감이 들었습니다이민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나라국가 수뇌부와 고질적으로 변하지 않고 고착된 사회정치풍토에 환멸을 느낀 사람 중 경제적 여건만 된다면 조국을 미련 없이 떠날 사람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을 것 같은 국가정세이니까요.

마지막으로 그해 읽었던 책 중에 가장 인상적인 책 중에 하나였던 모래의 여자의 작가 아베 고보를 다룬 꼭지가 좋았습니다. ‘시인의 영혼으로 응시하고 과학적 이성으로’ 글을 써낸 일본 아방가르드 문학의 대표주자미시마 유키오의 영원한 라이벌일본의 카프카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아베 고보최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불타버린 지도>를 꼭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미시마 유키오나 마루야마 겐지히라노 게이치로다자이 오사무나쓰메 소세키다니자키 준이치로오에 겐자부로 같은 작가의 이름을 발견되면 BOON도 또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p.s 아직은 내게 가깝고도 먼(상투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나라이지만 현재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쿠사마 야요이 같은 미술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기적’, ‘공기인형’ 등으로 만나보았던 일본영화의 젊은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늑대아이로 자신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뒤를 잇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수라는 사실을 증명했던 호소다 마모루 같은 영화감독 등 일본문화예술과 더 친해지고 싶다특히 일본의 불교미술과 오즈 야스지로 같은 일본의 고전영화하이쿠 등으로 영역을 확장시키고 싶다문예지나 씨네21 등 잡지 읽는 재미에 맛을 들이고 있는데 BOON은 간식이나 별미가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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