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 - 이동의 위기 탐구 민음사 탐구 시리즈 6
전현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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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도서전 프로그램 중 전현우 작가와 신새벽 편집자의 [납치된 도시에서 길찾기](이하 ‘길찾기’) 북토크가 있었다. 좋아하는 저자와 편집자의 행사였는데 가지 못했다. 금요일이라 수업에 빠지고 코엑스까지 가기 부담되었던 까닭이었다. 출판학교 입학 초반에 전현우의 책을 재밌게 읽었다. 교통학자 조중래와의 대담을 정리한 [시민 교통]과 철도 3부작의 외전에 해당한다고 하는 [오송역]. 군대에서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거대도시 서울 철도](이하 ‘철도’)를 읽어보려 했으나 자투리 시간에 틈틈이 읽기 만만치 않은 책의 밀도와 난이도 탓에 포기했던 적이 있었다. 귀여운 판형에 ‘탐구’ 시리즈의 일원인 ‘길찾기’라면 교통 3부작에 스타트를 끊을 대상으로 제격이지 않을까 싶어 고민 없이 집어 들었다.


‘길찾기’를 읽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정지돈의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 더 정확히는 이 책에 실린 안은별의 글 때문이었다. 모빌리티에 대한 글을 읽고 싶었다. 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물’ 창간호 기념 북토크 행사에서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는 탄소 배출의 30% 정도가 모빌리티, 교통 분야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를 소개했다. 2030년 혹은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일정 기준치 이상 줄여야 한다고 했을 때 식량, 모빌리티 등 각 분야에서 어느 정도를 감소시켜야 하는지 전략적으로 따져보고 현실적인 해법을 타진해 보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행기를 최대한 덜 타기 위해 해외 여행을 다니지 않고 있다는 어느 패널 분의 발언이 꽤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는 아직 세계 방방곡곡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데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이동이 생각보다 정치적인 행위임을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전현우의 ‘철도’는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 환승법이란 주제를 달고 있다. ‘길찾기’는 이동의 위기 탐구이고. 저자가 무슨 얘기를 할지 감이 오는가.


왜 철도인가.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자동차에 비해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지배’는 자동차를 기본 이동 수단으로 삼게 만들어 도시와 교통 인프라 또한 자동차 중심적으로 설계되게끔 만든다. 처음부터 ‘자동차 없으면 못 사는’ 도시를 만들어 자동차가 늘어나고, 그로 인해 정체가 늘어나 더 많은 도로를 짓게끔 요구하게 된다. 1인당 이동에 소비되는 에너지 효율 또한 철도에 비해 열악하다. 또한 자동차 지배는 보행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납치된 공간’은 휴먼 스케일이 아닌 자동차 스케일에 맞춰 설계된 도시 공간의 문제점을 포착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본문에서 서술하듯 강남 같은 곳은 정말 걸을 맛이 나지 않는, 사방에서 들이치는 자동차의 파도에 고립된 섬에 있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걷다 보면 자동차를 피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수시로 일어난다. 요즘은 정말 길거리에서 자전거, 전동 킥보드, 오토바이 등 다양한 탈 것들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고…


출퇴근, 통근(특히 도시 간 이동)을 생각하면 이동에 있어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율과 철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사회적, 경제적 비용에 미치는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직관적으로 와닿는다. [시민 교통]과 [오송역]을 읽으면 GTX 노선이나 국토를 X자로 연결하는 철도 노선에 대한 논의가 제시된다. 잠재적 파주 시민(?)으로서, 그리고 신분당선이 지나가는 역 인근 주민으로서 GTX를 눈여겨 보게 된다. 하지만 아마 정말 파주 주민이 된다면 자동차 구매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앞서 주체적으로 비행기 이용을 줄이는 선택을 내린 분에 대해 얘기했지만 개개인은 도시-교통 정책 하에서 제한적으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다.

요즘 세단보다 SUV 차량 선호 현상이 두드러져 SUV 비율이 40% 정도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그런데 SUV는 크고 무겁다 보니 세단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많다고 하고, 세단에 비해 차체가 높다 보니 다른 운전자들의 시야를 가려 교통 지체 현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길찾기’를 읽는 재미는 이동의 욕망에 대한 철학적 논의와 정책에 대한 논의, 철도 덕후로서 인천에서 서울로 1호선을 주기적으로 이용하는 철도 이용자의 개인적 체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백미는 7장 ‘대지에서의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사물-탈 것의 죽음과 인간의 죽음, 교통 사고(자동차 사고)로 인해 제 명을 다하지 못하고 이른 죽음을 맞이한 타자에 대한 애도에 대한 서술이 자칫 딱딱하고 건조할 수 있는 책에 인문학적 깊이와 감수성을 더했다고 생각한다. 놀라운 점은 이 파트가 신새벽 편집자의 재안으로 추가적으로 집필되었다는 사실이다. 신새벽 편집자를 만나게 되면 어떤 맥락에서 이런 제안을 하신 건지 물어볼 생각이다(사실 내일 민음사 견학을 갈 예정이라 내일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 도전할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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