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정지혜 지음 / 유유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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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혜의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 한 사람을 위한 서점>(이하 사적인 서점)이란 책이 있다. 출판편집자에서 땡스북스 서점 직원으로, 땡스북스 점원(스태프)에서 팝업스토어 운영자로, 팝업스토어 운영자에서 서점 운영자로 ‘서점인‘으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정지혜 씨의 여정을 기록한 에세이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생존할 수 있는 모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편의 성장소설 같기도 하고, 정말 순수한 의미에서 열정과 진정성으로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청년의 자서전(자기계발서의 성격이 살짝 가미된)으로 읽히기도 했다. 정지혜 님이 운영한 ‘사적인 서점‘은 이용자에게 맞춤형 책을 추천해주는 곳이었다고 한다. 예약제로 운영되며 사전에 간단한 설문-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독자인지 드러낼 수 있는 자기소개 내용을 채워야 하는-을 진행하고, ‘인터뷰이‘에 대한 사전조사를 마친 정지혜 님은 서점 방문자와 대화(때로 상담적 성격이 강화되곤 하는)를 나눈다. 그날의 대화를 바탕으로 이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을 선별하여 편지와 함께 보낸다(사실상 선물하는 거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수고에 비해 너무 적은 비용을 받으셨다고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지만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심정으로 방황하던 시절, 그러니까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나 논문의 진도를 진척시키지 못해 답답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중, 이러다가 정신병 걸리겠다 싶어 시작한 달리기에 취미를 붙여 JTBC에서 주최한 마라톤대회 10km 코스를 완주하고(이때 최고기록을 찍었다. 46분) 알라딘 중고서점 잠실 롯데월드타워점에서 이 책을 읽었다. 그렇다. ‘책을 좋아한다‘는 ‘술을 좋아한다‘는 말만큼이나 별다른 정보를 내포하고 있지 않은 말이었다. 책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일을 좋아한다고, 사회적 연결망을 확장하고 느슨한 공동체의 연대를 구성하는 작업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을 때 저자, 독자, 편집자, 마케터(묶어서 출판인), 북튜버, 서점인, 서평가, 비평가 ... 어느 필드에서 어떤 플레이어로 활약하면 좋을지, 어떤 포지션에서 가장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해보기 전에 알기 힘들다. <사적인 서점>은 저자가 필드에 나와 자신을 가장 가슴 뛰게 만드는 일이 결국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일 거라는 믿음 혹은 신념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을 담은 책이다. 그야말로 청춘의 기록. 이제는 냉소나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정말 순연한 사랑과 용기로 똘똘 뭉친.



이제 장병 소원 성취 프로젝트가 1주일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구상 단계를 건너뛰고 작성 단계로 넘어가자고 생각하던 시점에 문득 정지혜의 <사적인 서점>이 떠올랐다. ‘그래픽노블/만화 서가 만들기‘ 안이 당선 가능성의 측면에서나 개인적 만족도의 측면에서 미심쩍은 구석이 있어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던 차에 약 3년 전에 읽은 책의 아이디어를 차용해볼까 하는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친 것이었다.



정지혜 님의 사적인 서점 +김현 시인이 창비 시요일에서 연재했던 ‘시 처방전‘ + 그리고 어느 책축제에서 팝업스토어 성격으로 운영했다고 하는 ‘책 약국‘ - 그러니까 사람들에게 책을 처방전으로 추천-선물해주는 형식. 이런 느낌으로 책 추천과 고민상담이 배합된 익명의 신청서 - ‘정말 재미 있는 소설‘ ‘로맨스 소설‘ ‘제대하고 나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가득한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 ‘마음의 위로가 되는 책‘ -를 받고, 1주일에 한 명에서 두 명씩 책을 선물해주는 것이다. 책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는 독자, 혹은 직접 얼굴을 보고 상담이나 대화를 하긴 부담되지만 사연을 들은 사람이 한 사람을 위해 고심해서 고른 책을 받아보고 싶다는 독자를 노린 프로젝트. 정지혜 님의 ‘사적인 서점‘처럼 대면으로 대화를 나눠볼까 생각해봤지만 그러면 너무 스케일이 커져서 지속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한 번 만나고 스쳐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대화-상담을 원하는 수요가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예상되기도 했고. 그래서 내 특기를 살려 책 추천에 모든 능력과 에너지를 쏟아부어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지혜 님이 고민했던 것처럼 독서량이나 독서의 범위에서 부족한 면, 한계 지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능숙하고 완벽하게 잘 해낼 수 있는 일은 재미가 없을 것이다.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전역하는 나 자신을 위한 책 선물을 하기. 크... 완벽하다. 다음 주부터 좀 바빠질 예정이라 시간 내에 신청서를 완성할 수 있을지 좀 걱정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겼으니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거라 믿는다. 앞으로는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더라도 기각시키기로... 데부씨의 사적인 서점 커밍 쑨(제발... 뽑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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