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시타가 휴머노이드 로봇손을 설계하는 과정은 20세기 초 일본의 노도 이데올로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손의 기능을 표현하는 수학 공식은 노동하는 이간의 손에 대한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야마시타의 연구는 1919년 한 법의학자가 수행한 연구를 참고했다. 그 의학자는 교토 지역 장인(匠人)들의 손에 생기는 굳은 살의 위치를 살펴봄으로써 노동이 인간의 신체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이해하려 했다.
 노동 환경이 노동자의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20세기 초에 인기 있는 연구 주제였다. 노동 관리와 효율성에 대한 생각은 이미 제1차 산업혁명 이전부터 조금씩 생겨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 들어 노동 관리는 점점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야로 대두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1909년 프레더릭 테일러(Frederick W. Taylor)의 『과학적 관리의 원리』가 출간되면서 정점에 달했다. 이 책은 곧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일본어 판본도 그중 하나였다. "테일러주의"로 알려지게 된 그의 생각은 곧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던 일본에서 크게 유행하게 되었다. 일본인들은 테일러의 원리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지정학적 조건에 맞게 취사선택했다. 테일러는 퀘이커 교도였고, 당시 미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던 인종 및 계급 격차와 이민 노동자 문제의 영향을 받았지만 일본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에서 발달한 "노동과학(勞動學)" 이라는 연구 분야는 농장과 소규모 작업장에서 대규모 공장 이로의 대량 이주와 팽창 일로에 있던 일본 제국이 맞닥뜨린 시급한 문제들에 더 큰 과심을 가졌다. 예를 들어, 1930~1940년대 일본의 노동과학 연구자들은 열악한 기후 조건하에서 토착민들이 일본인들에 비해 보다 높은 노동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응되어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산업화 당시 유행했던 수사(修)와 유사한 주장을 폈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인간에게 지나치게 반복적인 작업을 로본이 내신 수행해 줄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제국주의 시대 노동과학 연구자들은 식민지의 토착민들이 일본인이 견디기 어려운 기에 잘 적응해 훌륭한 노동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려 했다. 마찬가지로 야마시타는 로본이 인간에게 위험한 환경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산럽차와 식민주의는 로본이 수행하게 될 노동의 종류에 대한 인식을 형성했던 것이다.
 나아가 로본손을 설계한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수학 공식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이어졌는데, 이는 무엇이 노동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본가정에 영향을 끼쳤다. 로본손이 다재다능하고, 강력하며, 섬세하기 위해서는 그 움직입이 설정 가능 PETERule) 해야 한다. 그리고 설정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움직임들이계량화되고 수학적으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수학 공식으로 표현할 수 없는 과업은자동화될 수 없다. 야마시타가 수치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는 손의 움직임도 있었는데, 그런 움직임은 로봇손으로 구현할 수 없었다. 수치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기계화되지 못한 인간 노동자들의 움직임은 엔지니어에게는 보이지 않는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과 계량 가능성은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즉 수치화되지못하고 따라서 자동화되지 못하는 모든 것들은 더 이상 노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되었다는 의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