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고 있었구나.아파트 발코니에 선 채 허공에서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 그러다가 어둠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가기도 하는 눈송이를 하염없이 건너다보며 승준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마치 눈이 내리는 것이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라도 된다는 듯이.-알라딘 eBook <빛과 멜로디> (조해진 지음) 중에서 - P7
독립기념일에 불꽃놀이 대신 화형식이 열렸다. 예전에는 같은 나라였지만 이제는 갈라진 나라에서 내 친구를 공개적으로 불태워 죽였다. 화형당한 내 친구의 이름은 막심 레프코비츠다. 막심은 우리 일을 돕는 정보원이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동료 사이 친분도 직업윤리에 위배되지만 나는 막심과 친하게 지냈다. 막심이 화형당한 이유는 공개적으로 예수님을 불경스럽게 언급했기 때문이다.-알라딘 eBook <원더풀 랜드>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중에서 - P9
짙은 어둠이 마음속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의 영혼은 짙은 어둠 속에서 숨이 막혔다.-알라딘 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중에서 - P12
끝물 사과로 소스를 만드는 중인데, 냄새가 잠시 그의 코끝에 와 닿는다. 트위드 재킷과 넥타이 차림으로 문밖으로 나서는데 달콤하고 친숙한 향이 오래된 어떤 열망을 불러일으킨다.-알라딘 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중에서 - P20
The night has come and she has not heard the knocking, standing at the window looking out onto the garden. How the dark gathers without sound the cherry trees. It gathers the last of the leaves and the leaves do not resist the dark but accept the dark in whisper. - P12
In the dark times will there also be singing? Yes, there will also be singing. About the dark times. Bertolt Brecht - P11
오래된 약국은 그 자체로 꾸준하고 믿음직한 사람 같았다. 집에서 혹여 불쾌한 일이 있었다 해도, 자다 말고 일어나 늦은 밤에 서성대던 아내에 대한 불편한 마음마저도 약국이라는 안전문 안으로 발걸음을 들여놓는 순간 썰물처럼 밀려나갔다.-알라딘 eBook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중에서 - P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