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 승려인 용수 스님과 《이대로 살아도 좋아》라는 대담집을 함께 쓰면서 ‘죽음 명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용수 스님은 아침에 일어나면 죽음을 생각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또 죽음을 생각하라고 말했어요. 실제로 그 후 죽음을 전보다 많이 생각하게 됐고요.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37
마흔이 넘어서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살림, 2017)을 읽었어요. 이 책에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교수가 죽음을 준비하며 제자와 이야기를 나눈 내용이 담겨 있어요. 저는 책을 읽고 죽음 자체보다 죽기 전의 고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타인의 손을 수시로 빌려야 하는 모리 선생님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을 때는 감동했어요. "다시 어린이로 돌아갔다고 생각해야지"라든지, "엉덩이를 맡기는 거야"라는 용기 있는 발언이 참 좋았어요. 저도 모리 선생님처럼 늙음을 슬퍼하거나 남에게 폐를 끼칠까 봐 두려워하지 않기로 했어요.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38
암이나 불치병에 걸렸을 때조차 비관적인 죽음만을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열린 결말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싸운 친구와 화해하고, 자신의 흘러간 청춘을 애도하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전보다 더 너그러워질 수도 있고요.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41
기록의 정의는 학습이 아닐까요? 더 나은 돌봄을 위해서, 돌봄 당사자가 되어보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48
저는 그래서 기도해요. ‘사랑하고 또 사랑하게 해주세요.’ 한 대상을 오래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때까지 파이팅.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53
시시포스의 노동을 지겹고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우리의 인생이 지겹고 힘들어진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노동이 반복되더라도 그것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매번 다른 경험으로 의식하면, 그 고통의 무게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니, 적어도 그 고통의 빛깔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돌봄 노동을 프로메테우스의 신화와 연결한 이은주 선생님의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66
죽음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하는 죽음’ ‘받아들이는 죽음’ ‘맞이하는 죽음’ 이렇게 세 가지요. 가장 좋은 경우는 맞이하는 죽음입니다.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79
죽음도 살아 있을 때 자주 생각해서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잘 죽을 수 있고, 태도도 정립되는 거죠. 갑자기 죽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야 맞이하는 마음도 생기고요. 결론은 잘 산 사람이 잘 죽는다는 겁니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잘 죽지, 흐지부지하게 사는 사람은 흐지부지하게 죽습니다.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86
장례식에 쓸 영정사진을 고르고, 가족에게 전하는 말, 평소 못다 한 감사, 용서, 화해하는 말, 버킷리스트, 장례 절차와 순서와 부고 명단도 정해서 써놓는 거죠. 거동이 불편할 때 나를 도와줄 사람, 재산 관리를 맡아줄 사람이나 기관, 힘들 때 의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지우기,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의 이름을 새겨두고 앞으로의 인간관계를 생각해보는 그런 내용이 들어가요.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97
내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한 장례 방식은 스페인의 로카스 블랑카스Rocas Blancas에서 하는 방식이다. 그곳에서는 나무 한 그루를 심고 그 주위에 가족의 함을 묻어, 그 나무를 ‘가족 나무’로 만든다고 한다. 평소에 나무를 무척 사랑하는 나는 나무를 중심으로 사랑하는 가족과 사후에 같이 흙 속에 파묻혀 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이상하게 마음이 고요해졌다. 물론 한국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방식이겠지만….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100
우리가 그렇게 억지로 슬픔과 우울을 떨쳐내야 하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어요. 출근해서 일해야 하니까요.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111
옥시토신이라는 게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고 하는, 생명체 사이의 유대감을 만들어주는 호르몬이에요. 부모 자녀 관계, 특히 어머니와 자녀 관계에서 옥시토신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요. 어머니가 아이를 바라볼 때 옥시토신이 분비되면서 아이를 돌보고 양육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들거든요. 아이를 키우는 동기가 되는 호르몬이고, 아이도 이 옥시토신 호르몬 덕분에 어머니를 더 따르고 어머니에게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130
세상은 다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몸도 에너지입니다. 화장하면 우리 몸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겁니다. 그러니 아이가 세상을 떠났어도 바람이나 온기의 형태로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죽음을 인터뷰하다>, 박산호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eec6d1f076ed4821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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