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원래 공대 교수였는데 수필가가 된 것이다.
내 주위의 사촌과 삼촌들은 서울대 공대를 나왔는데 감성이라고는 1%도 없는데 저자가 이런 책을 쓴 걸 보면 감성이 뛰어나고 대단한 것 같다.
저자는 공대 분이라서 딱딱할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편견이 깨진 것 같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이 아이의 잉태는 주위 모든 사람의 축복과 환희 그리고 부러움의 대상이다.
저자의 손주 부모는 태명을 '콩'이라고 외가에서는 '복실이'라고 불렀었다.
저자의 아내는 태어날 손주를 위해 몇개월에 걸쳐 퀼트 기법으로 조각 이불을 만들면서 사랑의 마음을 한땀한땀 새기며 복을 지웠고 마음 속으론 아주 기뻐 했다.
이름을 짓는 과정도 전통적인 작명 방법에 따르지 않고 부르기 쉽고 귀에 편하게 와닿는 어감을 첫째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런 연유에서는 저자도 단순하게 천륜으로 맺어진 조손 관계가 아니고 축복을 담뿍 담은 특별한 할아버지였다.
우리 엄마도 공부가 좋아서 평생 공부를 하신다.
우리 엄마는 여자는 듣기도 부드럽고 외우기 쉬운 이름으로 지었다.
그리고 우리 조카의 이름도 엄마께서 직접 지어 주셨다.
우리는 기독교의 적응되는 이름과 집안 장손이기 때문에 아들에게는 항렬자를 넣어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작명가가 아닌 엄마가 직접 지으셨다.
저자도 비슷한 생각이신 것 같다.
새 생명은 세상의 모든 것과도 맞바꿀 수 없는 행운이며 축복이었다.
손주가 탄생했어도 직접 찾아가 축복해주지 못한 마음에 수시로 마음을 전화와 인터넷으로 전했다.
손주가 캐나다 벤쿠버에서 탄생했으니까 인터넷으로 하신 것 같다.
저자는 아이가 태어난 직후부터 걷잡을 수 없는 먹구름이 휘몰아치는 광풍노도의 그림자낌새를 까마득하게 몰랐었다.
아이 아빠는 부모들이 걱정할까 봐서 험한 꼴을 겪으면서도 거의 한달 가까이 내색하지 않거나 전화를 하면서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이 아빠는 벼랑 끝으로 몰리면서도 혼자서 애간장을 태우며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발버둥 쳤던 것 같다.
믿을 수 없는 마가 끼어 모든 것을 일거에 집어 삼키고 엉망진창으로 뒤엉켜 버린 뒤에 사태의 진상을 파악했다.
혹독한 시련이 질풍노도처럼 휩쓸고 지나가는 고초를 겪고 있음을 인지했을 때는 한 발 늦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마중물 노릇을 했어도 원래대로 되돌려 놓기는 역부족이었다.
서정주님의 국화꽃옆에서를 우리 엄마는 많이 읊으신다.
나는 공부만 하다 보니 아직 아이를 키우는 것도 잘 모른다.
나를 키울 때 몸이 약해서 병치레를 많이 하다보니 국화꽃 옆에서를 읊으면서 위로를 받으셨다고 한다.
한포기 화초도 마지막 꽃을 피우기 위해서 봄부터 긴 시간을 투자하며 기다리데 인간도 못 기다릴까하고 생각하셨던 것이다.
손주의 양육 문제에 대한 최상의 방안으로 조부모로서 천륜에 따르는 길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기로 했다.
손주 유진이는 태어나서 캐나다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마산으로 오게 됐다.
아이의 아빠는 하던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서 손주 유진이를 39일째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마산으로 아빠 엄마의 품에서 떠나 왔다.
핏덩이 같은 갓난아이를 캐나다에서 서울에서 마산까지 데려 오는 것은 아이가 버텨내기 힘든 고생을 시킨 꼴이었다.
저자는 막상 집에 데려와 안방에 누이고 나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 우두커니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태어나 겨우 한 달 남짓한 아이를 포대기에 쌓아 뉜 모습이 무척 어설프고 낯설었던 것이다.
저자는 왠지 모르게 겁이 났다.
저자와 아내는 꼬물거리는 아이를 앞에 두고 말없이 한참을 긴 침묵이 흘렀다.
저자의 아내가 각오를 다졌다는 듯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반듯하게 잘 키워보자"라고 하며, 자기 부모처럼 키울 수 있을까? 아내의 대답은 간단 명료하게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저자는 아내의 다부진 각오가 믿음직했다.
그렇게 손주의 양육문제는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왔다.
손주와 할아버지의 나이는 예순 두살 차이다.
저자는 사실 양육을 위한 준비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저자처럼 조부모가 양육을 맡는 이들이 요즈음은 많다.
조부모는 손주 양육으로 인해 정신적 갈등과 혼란을 많이 겼는다.
솔직히 매우 어려운 육아를 비롯하여 양육과 교육 문제는 버거운 짐이 분명했고
예기치 못한 수 많은 문제가 빈발하게 생긴다.
처음 양육하기 시작한 몇 달은 모든게 뒤죽박죽이고 제대로 아귀가 맞아 돌아가는 가정사가 하나도 없이 덜컹덜컹 삐거덕댔다.
저자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우유를 먹여 봤던 적이 딱 두번인가였다.
저자의 아내는 낮 동안 옆에 붙어 앉아 놀아주고 먹이며 건사하는 문제로 비롯하여 밤에도 몇번씩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던 아내는 완연한 병자의 얼굴을 닮아간다.
저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간이 나면 졸고 있던 아내의 모습이 중병을 앓는 사람의 몰골과 흡사해져 더럭 겁이 났다.
저자의 글을 읽어면서 내가 결혼하면 우리 엄마는 아이를 키워 준다고 하는데 우리 엄마는 취미가 독서이고 공부하는 것인데 저자의 글을 보니까 우리 엄마가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고 은근히 걱정이 된다.
저자의 아내는 두 아들을 키울때는 젊은 나이이고, 건강했다.
그런데 지금은 저자의 아내는 나이도 먹었고 큰 교통사고로 건강에 문제가 있기도 하다.
저자의 아들을 키울때는 저자가 돕지 않아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아서 꼭 함께 해야 했다.
저자는 아이를 눕혀놓고는 슈퍼에도 갈 수가 없었다.
어린 손주의 양육을 위해서는 스스로 변해야 했다.
적당한 분유를 따스한 물에 타서 아이가 먹기에 적합한 온도로 맞추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모두 먹이고 나서 트림을 시키는 문제는 어려웠다.
마치 고난도의 수학문제를 푸는 것보다 어려워서 쩔쩔매는 때가 많았다.
헉~~~~~손주가 열살이 되도록 양육하는 과정에서 아직도 익히지 못한게 한가지 있다.
고개도 가누지 못하는 경우를 위시하여 한 두걸음씩 걷기 시작하는 어린아이를 목욕시키는 것이다.
아주 어린 영아였던 유진이를 안은 채 고개를 높이고 하체부분을 낮춰 물속에 담그고 목욕을 시키던 아내의 모습은 가히 신의 경지처럼 느꼈다.
하도 신기해서 아내의 도움을 받아가며 흉내를 내봤다.
하지만 결국 참담한 실패를 거듭하다가 미련없이 백기를 들었던 씁쓸한 기억이 여태까지도 또렸하다.
아내 역시 육아 경험이 있다고 해도 오래 전 일이라 갑자기 어린아이에게 하루 스물 네시간 매달린다는 것은 무리였다.
매일 밤 두세번 우유를 먹이고 때에 따라서는 여러 차례 기저귀를 갈아주고 옷도 갈아 입혀야 했다.
한 밤중에 일어나 우유를 먹이거나 기저귀를 가는 일은 옆에서 돕기는 해도 정말로 싫었다.
잠을 자다가 사태가 발생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한쪽으로 돌아 누웠다.
그리고 내일 일이 많아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문제가 생긴다고 그렇게 자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며, 구시렁거렸다.
보면 진짜 엄청난 일을 앞둔 것처럼 어처구니 없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물에 기름 돌듯 유진이 육아 문제에 대해 멀리하거나 책임을 회피할 구실만 찾던 중에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기저귀를 갈았고, 우유병을 삶아 소독하고, 분유를 타서 먹이거나 아이를 품에 안고서 어르는 쪽으로 마음이 열리고 있었다.
아주 작은 것도 저자에겐 커다란 변화의 뚜렷한 조짐이었다.
잦은 잔병치례로 낮에는 멀쩡하다가도, 밤이 되면 갑자기 감기가 심해지거나 신열이 들끓어 당황하게 만듪으로써 어른들의 얼을 쏙 빼놓는 경우였다.
수많은 시간을 어려움으로 겪고 지나면서 터득한 결론은 의학지식이 부족한 이들이 손주를 양육할 경우 탈이 나면 서둘러서 병원을 찾으라는 권유를 한다.
그래야 아이를 덜 고생시키는 것이다.
어른들 역시 덜 힘든 일일 것이다.
아이가 아프면 어른도 힘이든다.
빠른 시간에 병원에 가는게 현명한 일이다.
유진이는 유별나게 감기에 약했다.
툭하면 감기에 걸렸고, 걸리기만 높은 열이 따르게 마련이다.
한 번 감기에 걸렸다 하면 며칠씩 된통 앓는 것은 기본이었다.
이 책을 보고 백신 접종이 그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때문에 어떤 종류의 백신을 언제 몇번이나 접종시켰는지 모른다고 한다.
한번이라도 빠뜨리면 잘못되기라도 할까봐서 두려웠다고 한다.
백신 접종 종류는 11가지이고 접종회수는 39차례이다.
유진이는 병원에서 말하는 대로 하나도 빠뜨리지 않하고 미련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다 맞혔다고 한다.
결핵(1회) B형간염(2회), 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회(5회), 폴리호(3회)뇌수막염(4회), 폐구군단백, 결합백신(4회), 홍역/볼거리,풍진(2회) 일본뇌염, 사백신(4회)수두(1회)A 형간염(2회) 독감(11회)이다.
병원에서 깨알같이 적어준 소아건강 수첩의 내용에 따르면 12세가 되었을 때 추가로 일본뇌염 사백신과 디프테리아, 파상풍/백일해를 각각 1회 접종하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했다고 안심해도 될까?
실제로 유진이는 수두백신접종을 한뒤에 수두에 걸린 적이 있다.
독감 백신을 하고도 독감에 걸려 학교를 결석 했다.
그대로 모든 백신을 하는게 여러모로 좋다고 한다.
법정 전염병을 비롯한 기본적인 것은 보건소에서 접종하고 취급하지 않는 것만 개인 병원에서 접종하면 비용에 도움이 된다.
유진이는 수두백신을 접종했는데도 수두를 앓았다.
저자의 아내는육아의 도사다.
뾰루지처럼 빨갛게 돋아난 발진이 전신에 어지럽게 돋아난게 열꽃이나 곤충에 물린 상처와 사뭇 달랐다.
유치원에 알리고 다니던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유진이의 상태를 보더니 단박에 수두라며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주었다. 아이들에게 전염성이 높기 때문에 계속 집에서 머물며 치료를 했다.
치료 사흘째는 다시 병원에 가서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처방 받아 왔다.
수두는 5-9세에게 늦가을과 초봄에 주로 발생한다고 했다.
수두는 2-3주간 잠복기를 거치며 미열, 두통, 근육통이 유발되며 피부 발진이 생겼다가 물집으로 변한 뒤에 딱지로 변해 떨어진다.
손주의 교과 내용은 시 따위에 포함된 흉내 내는 말, 반복되는 말, 한 일과, 본 일, 들은 일 등의 생활 밀착형 말이 있었다.
글을 깨우치고 소통하는 바른 습관 함양을 목표로 했다.
수학교과서는 세 자릿수, 여러가지 도형, 덧셈과 뺄셈, 길이 재기, 분류하기, 곱셈등의 6개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요즘은 전반적으로 무난한 내용으로 편성되어 있었다.
통합교과는 2학년 어린이들에게 벅찬 교과목으로 보였다.
저자는 유진이와 함께 학습을 해나가면서 곳곳에서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정독이 필요했는가하면 수시로 인터넷 정보검색이 필요했다.
4권의 책으로 구성된 교과목 내용은 한지붕 네 가족을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난해해서 완전히 소화하려면 상당한 반복 학습이 필요했다.
여러 방법으로 유진이를 양육하는게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었다고 한다.
저자의 얘기를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많은 것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주가 엄마가난을 겪지 않도록 저자는 엄청 신경을 쓴 것 같다.
손주양육에 대한 책을 쓴 것도 멋진 할아버지같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