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정희재 지음 / 갤리온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의 현실은 죽도록 노력해서 보통의 인간으로 산다고 한다.

어떤 대선후보자가 될 사람도 예우만 받다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의 자세가 안되니까 그냥 포기를 했다.

인생은 꽃길이나 빨간 카페트밖에만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독설이나 진흙탕도 잘 이겨내는 회복탄력성이 뛰어나야 하는 것 같다.

저자는 힘들게 살아 온 사람들에게 격려를 해주는 것 같다.

찬란한 멋진 인생이 우리에게 오지 않았다는 얘기도 희망적이다.

자존감이 무너지고 나를 믿지 못 할때도 나를 온 맘을 다해 아껴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까 그것도 믿고 싶다.

약한 모습을 보일 때도 좋다는 얘기가 정말 따뜻하게 다가 온다.

난 라흐마니노프음악을 제일 좋아한다.

어떤 사상이나 철학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의 음악을 들으면 따뜻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는 느낌때문에 좋아한다.

세상이 너무 차갑고 냉혹하고 경쟁적이라서 따뜻함이 느끼고 싶었나보다.

삶이 불공평하고 힘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다고 하니까 그런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듣고 싶은 얘기들이 어떤 얘기인지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나도 듣고 싶은 얘기들이 있는데 삶의 짐이 너무 무겁고 크게 느껴져서 그런 걸 생각해 낼 여유가 없다.

나도 힘들지만 어떤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게 아니라 약간만 나의 상황이 좋아졌으면 좋겠는게 가장 바라는 바이다.

어떤 상황이나 어떤 모습에서도 내가 가장 소중하고 중요하다.

삶의 불친절함에 대처하는 법을 항상 알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대로 안되고 변수들을 어떻게 받아 들이고 대처를 해야 할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다.

가장 듣고 싶었던 얘기들을 알아 두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해주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전하면 좋을 것 같다.

저자는 중앙대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티베트문화에 관심이 많은지 그와 관련된 책을 많이 출판했다.

어쩌면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나 지금의 모든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은 괜찮다는 말일 것이다.

진심이든지  아니든지 괜찮다는 말이 위로가 될 것이다.

지금 사회 분위기도 어수선 하다보니 마음들이 허전 할 수도 있다.

 늦은 밤 버스 안에서 술에 취한 남자의 이야기가 있다.

 빰은 사과처럼 벌겋게 달아 올라 있고,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다.

남자는 버스 손잡이를 잡은 한쪽 팔에 몸을 지탱한 채 예의 바르게 바닥을 향해 수 십번 절을 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오체투지라도 올릴듯 심하게 출렁였다.

버스는 이미 만원, 술기운을 가라앉힐 만한 빈 좌석이 있을리 없었다.

용케 자릴 잡고 앉아 있던 저자가 보다 못해 몸을 일으키려는데, 한 발 앞서 앞자리의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일어섰다.

"젊은이, 힘들어 보이는데 여기 앉아요. 어서" 그 때였다.

세상이 부끄러운듯 혹은 스스로가 견딜 수 없는듯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남자가 기적처럼 눈을 떴다.

경이로운 반전이었다.

남자는 짧은 순간, 온몸의 남은 힘을 끌어 모아 몸을 바로잡더니 말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전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앉으세요."

남자는 손까지 휘저어 가며 똑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저 남자는 술을 마시고 남들 앞에서 눈물을 흘려 본적이 있을까,,

 하기 싫은 일을 싫다고 정면에서 거부해 본 적이 있을까,,

자세의 윤리가 깊숙히 내면화된 남자를 지켜보는 일은 더 이상 호기심 차원이 아니었다.

저 남자를 쓰러지지 않게 만드는 타인의 연민을 단호하게 거부하게 하는 실체는 무엇일까,,

몸이 감당 못한 만큼 술에 취해서도 끝끝내 버릴 수 없는 비장이 넘치는 태도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저 남자는 괜찮다, 괜찮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어느 순간 허물어질 수밖에 없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처받지 않을 만큼 믿음의 면적을 줄여야 겠다고 다짐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신을 자책했던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처럼 스스로가 미워져 누구의 호의도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건지도 모른다.

독하게 아랫입술을 깨무는 개인, 개인들이 모여 인구 천 만을 넘기는 이 거대 도시의 밤을 버스는 쾌속 질주했고, 그 밤 남자는 끝내 넘어지지 않고 버티다가 어느 정거장에선가 내렸다. 어쩌면 그 남자가 바로 지난날의 저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문득  마음이 서늘해졌다고 한다.

어쩌면 저자가 엄마에게 가장하고 싶었던 말은 오래전 어느 겨울, 선배의 자취방에 놀러 갔을 때였다.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따르는 선배는 전날 밤 내린 폭설로 차도 사람의 통행도 원할하지 않은데 하필이면 그날 시골에서 선배의 어머니께서 올라 오셨다.

머리에 하얗게 눈 모자를 쓴 채 집안으로 들어선 어머니는 자그마한 키에 선량해 보이는 커다란 눈망울을 지닌 모습이셨다.

"야는 못보던 애네." "내후배야" "아 그래" 선배의 한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그리고 빛보다 빠른 속도로 저자는 어머니께 받아 들여졌다.

그 집을 드나드는 수많은 선배네 친구들과 후배들처럼 저자도 선배 어머니의 자식이 된 것이다.

 "내 새끼들, 어여 밥해먹자."

 이른 아침 기차를 타고 오느라 고단 하실 텐데도, 선배 어머니는 어느새 이고 지고 온 보퉁이를 풀어 밥을 짓기 시작했다.

김치를 꺼내 썰고, 국을 끓이고, 생선을 구워서 금세 푸짐한 밥상이 차려졌다.

선배 어머니의 밥상에는 늘 식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둘러 앉아 먹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 엄마그분을 저자는 '엄마' 라고 부르게 됐다.

저자는 아홉살에 엄마를 잃은 뒤 엄마라는 발음에 굳어 있던 저자의 혀는 선배 엄마를 만나 아주 느린 속도로 풀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멋쩍어 어머니와 엄마를 번갈아 가며 썼고 '엄마'라고 부른 뒤에는 누가 뒷덜미를 끌어 당기는 것처럼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간혹 지금도 시골집 마당에서 "엄마아"하고 부를 때마다 그 음절들이 저자의 입과 성대를 울려나오는 걸 듣는노라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되곤 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엄마는 포장의 달인이 돼어 갔다.

봄이 돼면 엄마는 매실을 주워서 매실엑기스를 만들었고, 아버지는 고로쇠 물을 사다가 올려 보냈다.

그러면 저자는 보일러를 한껏 틀어 뜨끈하게 만들어 놓고 고추장에 북어를 찍어 먹으며 고로쇠 한통을 다 마셨다.

여름에 엄마는 오디를 따서 잼을 만들었다.

엄마가 보낸 준 음식 가운데 가장 압권은 주전자에 담아 보낸 동지 팥죽이었다.

저자가 팥죽 좋아 하는 걸 알고 자식들이 차를 가지고 내려간 길에 끓여서 보낸 것이었다.

팥죽뿐이랴, 찹쌀과 팥을 넣어서 끓인 호박죽도 올라왔다.

그 역시 저자가 호박죽이라면 사죽을 못 쓰기 때문이다.

동네에 잔치가 있으면 반드시 여분의 떡을 챙겨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가 보내곤 했다.

냉장고 속을 들여다보듯 하나하나 잔량을 확인하고는 후렴처럼 덧붙이는 말씀도 정해져 있다.

저자는 안다.

엄마가 표현하는 '이런 거나' 의 무게들, 과연 세상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한 청춘의 날을 통과하는 동안, 왜 사회생활을 집벌이나 옷벌이라하지 않고 밥벌이라고 부르는지 알게 되었다.

쓸모 있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나는 모든 것이 완벽한 시간에 완벽한 방식으로 온다는 것을 믿는다." 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또래보다 2년 늦게 대학에 들어가 1년 휴학을 거쳐 졸업하고 저자는  어정쩡한 나이의 사회 초년생이었다.

때때로 가슴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열기가 솟구쳤으나, 해질 녘이면 막 진흙 반죽에 손을 담근 도예가처럼 난감하고 외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저자의 손에 와 닿는 진흙의 감촉이 너무 부드러워서 오히려 저자가 빚어야 할 삶을 망쳐 버릴 것 같아 불안 했다고 한다.

 그해 겨울이 저자에게 일깨워 준 것은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었다고 한다.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온 도시가 마비되기도 했다.

 출발한지 세 시간이 넘도록 직장에 도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차를 버리고 눈을 헤치며 걷는 풍경이 뉴스에 나왔다고 한다.

보일러를 아무리 돌려도 실내 온도가 16-17도에 머물렀다.

지은지 오래된 빌라는 외풍에 취약했고 단열 기능도 떨어졌다.

창틈에 문풍지를 발라 단속해도 별 효과가 없었다.

그 겨울에 꼭 끝내야 할 일이 있었으므로, 저자는 아프지 말아야 했다.

유난히 추위를 많이 타는 저자에게 그 겨울은 혹독한 자연의 위력을 톡톡히 보여 주었다.

 그 겨울 저자는 잊어야 할 것들이 많았고 흘려 보내야 할 것들도 많았다. 

"해가 지면 그날 하루는 무사히 보낸 거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

그래도 서산으로 해만 꼴딱 넘어가면 안심이 되더라.

 아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하고, 그러나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버텨라," 하고 그러나 해 넘어갈 때까지만 잘 삭인 뒷말이 있었다.

그러나 새벽이 오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게 몸서리쳐지게 무서웠단다.

시작되는 새벽이 겁났던 분들, 그런 세월을 살면서 알아차린 것이다.

게으른 눈에 속으면 안 된다는 것을,

사람의 눈은 어리석기 짝이 없어서 해야할 일 전부를 인생 전체를 돌아보며 겁먹기 쉽다는 것을 저자의 엄마는 말했다.

오직 지금 내딛는 한 걸음, 손에 집히는 잡초 하나로 부터 시작하면 어느새 넓은 콩밭은 말끔해진다고 반드시 끝이 있다고 본다.

부탁이란 것은 자신에게 그럴만한 능력과 힘이 있다고 상대가 파악하고, 그 도움이 필요할 때 이뤄진다.

핵심은 자신에게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이다.

부탁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가진 것은 축복 받은 어떤 능력이다.

그것이 아무리 시시한 것리라 할지라도, 그런데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복이 갑자기 재앙처럼 여겨진다.

누구에게는 복이 되는 것이 누구에게는 재앙이 되다니 인생사란 복잡기묘하기 짝이 없다.

저자는 지지리도 부탁을 못하는 사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고 한다.

거절당했을 때 입을 자존심의 손상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겠지만, 다른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평소 저자가 뭘 잘 부탁하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꼭 들어주고 싶은데 참 난감하네 그 날은 일이 있어서 힘들 것 같아, '미안해' 그 답은 저자의 마음 밑 바닥에 넙치처럼 엎드려 있는 어떤 부분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평소 부탁을 안 하던 저자가 하는 부탁이니 이건 꼭 들어줘야 해' 하는 보상 심리가 있었던 건 아닐까 싶었던 것이다.

그 동안 하지 않았던 부탁들의 기대까지 더 해졌기에 거절 당했을 때 받는 실망도 컸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간해선 부탁을 안 하는 사람이라니, 그런 건 자아가 내세운 허영, 혹은 오기 섞인 각오에 가까운 것이었다.

부탁과 거절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도 어른이 되는 과정 가운데 하나이다.

지혜로운 마음이 바탕이 된 부탁과 거절은 서로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 간단한 이치를 깨우치는데 많은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바로 깨달으면 될 것 같다.

그러고도 실전에 부딪치면 늘 조심스럽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래저래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수록 부담이나 책임이 더 늘리는 한다.

우리들가운데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아는 사람은 없다.

우린 모두 사랑에 관한 한 초보자나 다름없다.

 사랑앞에서 우리는 무수히 태어나 겹겹의 생을 산다.

이전의 사랑은 이미 망각의 강을 건너 전생의 일이 되고 만다.

그리고 말한다.

당신을 만나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어.

 당신이야 말로 처음 만나는 기적이요. 따뜻함이야, 당신이 마지막 사랑이었으면 좋겠다고 사랑은 부드러운 입술로 수많은 맹세와 탄성과 고백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향한 간절한 구애가 된다.

상대를 향해 쏟아 내는 고백은 어쩌면 평생을 걸쳐 자신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인 사랑한다는 바로 그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애당초 잘못은 우리가 사랑에 대해 품는 수많은 환상과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다.

사랑은 있는데, 사람이 변한다는 거다.

그 동안 애꿎은 '사랑' 만 쥐 잡듯 잡아 왔다는 얘기다.

그 얘기를 저자가 선배에게 들었는데 안심이 되었다고 한다.

 그 선배가 이 근방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인증 받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장 바보로 소문난 사람도 아니니 믿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의 선배말대로 사랑이 있다니 정말 다행이다.

 우리 모두가 듣고 싶은 말은 오직 사랑한다, 괜찮다 라는 말이었다.

 오직 모든 사람들은 모두다 사랑한다, 괜찮다 라는 말을 듣고  평온한 마음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 책은 감성으로 똘똘뭉친 책이다.

소설같기도 하고 수필, 에세이집같다.

저자가 문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감성을 글자안에 따뜻하게 몽땅 버무려서 그런지 없던 감성도 끌어 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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