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관계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 - 사람이 서툰 당신을 위한 심리학
성유미 지음 / 오아시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 관계는 항상 힘들고 인간관계중에서도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신경 쓰이고 잘해야 하는 것 같다. 저자 성유미는 대한민국에 단 37명뿐인 국제정신분석가이자 20년 경력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정신과 전문의로 일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돕고자 로아정신분석클리닉 원장으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다.

저자는 진료실과 상담실 외에도 다양한 공간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듣고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9년에 집필한《이제껏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가 임문 분야 1위 및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이후 클리닉에서 관계가 어려움을 겪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인간관계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지켜야 할 ‘나’가 생겼기 때문임을 깨달았다.

이를 바탕으로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가 더 어려워진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어른이 되면 관계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를 썼다. 지은 책으로는 《조용하지만 강한 사람들》, 《감정이 아니라고 말할 때》, 《선생님, 향우울제 대신 시를 처방해 주세요》등이 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지켜 내는 힘을 갖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평생 자신과 투쟁하고, 가족과 부대끼고, 인생의 가장 가까운 이들과 부딪치며 삶의 강을 건넌다. 쇼펜하우어는 삶이 고통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라 표현했다. 그러나 고통받는 것도, 권태로워하는 것도 자신이다.

사람들 틈에서 하루하루 살아남느라 늘어져 버린 마음의 심줄, 분주함 한가운데로 끝없이 밀려드는 권태는 멎어 버린 심장처럼 어른의 정신을 아득하게 만든다. 연인을 살피고, 배우자를 사랑하고, 자식을 품에 안고, 벗들의 생일을 챙기는 사이, 정작 삶은 우리를 두고 저만치 흘러가 버린다.



바쁘게 사느라 자기 생일에 미역국 한 그릇 제대로 못 얻어먹은 사람들, 남의 촛불을 밟혀 주느라 정작 자신에게는 흘러내린 촛농만 남은 사람들, 평생의 주제가 오직 돌봄과 헌신이었던 이들, 아파도 병상에 일주일조차 누워 있지 못하는 가련한 어른 생명체들이 이 책을 봐야 한다. 이제는 본인을 살필 때라고, 헨리 나우웬은 “내 집 주인은 나이니, 내가 먼저 자신을 환대해야 비로소 다른 이들도 진심으로 환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스스로를 살피지 않으면 우리는 끝내 깨진 유리창이 되어, 세상이 함부로 대하는 사람으로 전략하고 만다. 깨진 유리를 갈아 끼우고, 안팎을 정갈히 닦고, 자신의 삶에 작은 꽃밭 하나를 일굴 때, 비로소 타인도 우리 곁에 마음 놓고 쉴 수 있다.

그러니 무엇보다 자신을 귀히 여겨야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사람이 싫어진 것이 아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가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걱정했던 것이다. 오래 고민하다 털어놓았는데 상대가 별것 아니라는 듯 반응하거나 원치 않는 조언이 계속 쏟아질 때의 답답한 마음이 몇 번 쌓이다 보면 말을 꺼내기 전에 계산부터 하게 된다.

이 사람은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까, 괜히 이야기했다가 내 약점이 되는 건 아닌가하는 식이다. 그렇게 피로한 계산이 반복되면 자연히 사람을 향한 마음의 문이 닫힌다. 그 빈자리를 AI가 정확히 파고든 것이다. AI는 고민의 경중을 판단하지 않고, 아무리 많은 말을 쏟아 내도 절대 지치지 않는 데다 말투와 스타일까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AI가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는, 사람과 이야기해서는 답답함이 쉽게 해소되지 않으니 AI와 문제를 나누는 것이다. AI와 처음부터 깊고 내밀한 고민을 나누는 경우는 많지 않다. 궁금한 것을 묻거나 간단한 작업에 도움을 받으려고 AI에 손을 뻗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대화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 회사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도 하게 된다.



가족처럼 늘 함께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쯤은 알아줄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 가장 큰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우리 집은 원래 그래요.”“가족이라 편해서 그런 거죠.” 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넘기는 동안에도 상처는 조금씩 쌓인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라 더 아프고, 가까운 사람의 말이라 마음이 더 오래 맴돌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부부관의 가장 특이한 지점이다. 이렇게 별것 아닌 말에 크게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겉으로는 비슷하게 화를 내는 것처럼 보여도, 그 저변의 심리는 조금씩 다르다.

그런 이유는 상대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그만큼 상대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크기 때문이다. 여전히 과거의 기억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말 한 마디에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그렇다.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무슨 일을 함께 하지 못하면서, 왜 이렇게 정리 못 하느냐고 타박하면서도 정작 한 번도 같이 해 준 적은 없었다. 무슨 일을 같이 하자는 남편의 말에서 엄마의 빈자라가 더 뚜렷하게 떠오르게 된다. 타인의 통제를 꺼리는 성향 때문이다. 나와 타인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자의 사소한 지적도 자신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낙인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래서 작은 말에도 큰 상처를 받곤 한다. 부부 싸움의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어쩌면 우리는 배우자가 아니라 과거부터 함께해 왔던 자신안의 감정들과 씨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른이 돼도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로망이 있지만 그건 쉬운 것 같지는 않다. 진정한 사랑이 편안한 사랑이니라니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어른이 된다고 관계가 쉬워지는 게 아니라 계속 책으로 공부하고 발전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