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섹시하다는 매력적이고, 당당하고, 성숙한 아우라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말을 직접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은 없다. 유교걸인 작가에게는 이 단어가 주는 직설적인 뉘앙스가 굉장히 부담스럽다. 뇌가 복잡한 계산을 끝내기도 전에, 눈과 코와 귀 같은 감각기관이 먼저 반응하는 원초적인 생명 활동인 셈이다.
시각적 충격을 넘어 사람을 홀리는 내면의 아우라와 성숙한 육체미까지 아우르는, 그야말로 ‘오감을 깨우는 매력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이 있을까?’ “세상은 원래 불공평해.” “행복은 본래 내 몫이 아니야.”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사람을 ‘비판주의자’ 혹은 조금 더 철학적인 단어로 ‘염세주의자’라고 불린다. 염세라는 말은 싫은 염에 세자를 써서, 세상을 싫어한다는 뜻이다.
조금 더 고급스럽게 표현하자면 ‘세상이 마음에 안 들어서 삐친 사람’이라고 간단히 생각해도 괜찮다. 하지만 철학없는 염세주의는 인간을 좌절시키기 마련이다. “세상은 원래 썩었어”라는 말에 기대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삶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가장 해로운 일이 되기 쉽다.
누군가의 염세적인 태도가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하고 싶진 않지만,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염세주의는 확실히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상황을 모색하며 살아가고 싶을 것이다. 이는 결국 ‘앞으로 더 좋아질 수도 있다’라는 희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 희망이 거세된 사람은 그저 제자리에서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라고 하는 말은 아니다. 싫은 건 싫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 지적하고 도전하는 태도는 무척 중요하다. 다만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까지 같이 포기하지는 않는게 좋다. 염세적 시선도 좋지만. 그 시선에 ‘자신’도 꼭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 그게 저자가 생각하는 건강한 염세주의다. 저자의 책을 읽으니까 어휘가 풍부해지고 어휘가 풍부해지니까 내가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