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미국 국립 연구원에서 “체중1kg당 약 1ml의 수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게 와전되어 퍼진 것에 가깝고, 여기에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은 제외하고 순수한 물로만 2리터를 마셔야 한다는 과장이 덧붙으면서 지금의 공식(?)이 된 것이다.
‘2리터 물’이 누구에게 위험한지 8체질 중 토양체질과 토음체질은 신장과 방광이 가장 약한 체질이다. 몸 안의 수분을 걸러내고 내보내는 시스템 자체가 다른 체질보다 약한 구조로 태어났다는 듯이다.

그런데 신장과 방광이 약한 이들에게 무조건 2리터는 위험할 수도 있다. 30대 후반의 여자 환자분이 무거운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왔다. 손에는 두꺼운 검사 결과지 뭉치가 들려 있었다. 피검사, 소변검사, 호르몬 검사, 복부 초음파,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뇌MRI 까지, 대학병원 세 군데에서 받은 결과가 모두 들어 있었다. “전부 정상이었다.”그런데 그 분은 2년째 이런 상태로 시들시들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미 피곤하다.
⦁밥 먹고 나면 소화가 안 되고, 배에 가스가 차고, 화장실을 자주 간다.
⦁얼굴이 잘 붓고 특히 눈 밑이 거뭇거뭇하다.
⦁가슴이 괜히 두근거리고, 뭔가 숨이 답답한 느낌이 자주 온다.
⦁피부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한다.
⦁생리 전이면 짜증이 폭발하고, 기억력이 눈에 띄게 덜어졌다.
⦁살은 쪄가는데 입맛은 없다.
이런 증상은 “꾀병이 아니다. 검사가 못 잡는 것이다.” 이럴 때 수리 기사를 불러도 “본체는 멀쩡한데?”라고 할 수 있다. 병원에서 받는 검사는 크게 두 종류이다. 수치를 보는 검사, MRI, CT, 초음파, 내시경은 구조를 본다. 혹시 혹이 생겼는지, 막혔는지, 비유하자면 컴퓨터 하드웨어 점검이다.
피검사는 수치를 본다. 혈당, 콜레스테롤, 간 수치, 염증 수치, 이것도 결국 “지금 이 순간 수치가 정상 범위 안에 있나 밖에 있나”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몸이 아픈 이유는 대부분 하드웨어가 깨어져서가 아니다. 하드웨어는 멀쩡한데 소프트웨어가 꼬여서 아픈 것이다. 컴퓨터로도 비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