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일하고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서도 과거의 연애 기억들이 어쩔 수 없이 건드려지는 순간이 있다. 저자는 15년째 정신건강학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정신과에는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대인관계의 원형이 그와 그의 양육자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지금의 자신을 지배한다는 것, 성인이 된 후의 삶이 온전한 자신들의 자유의지로 결정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분 나쁜 말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화를 내거나 애써 무시하고 회피한다. 불편함을 크게 느낄수록 그 진실에 해당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리고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지금을 위해서가 아니며, 그 자체로 더 강한 자기결정권을 갖기 위한, 진정한 심리적 독립을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다. 대인관계의 원형을 어린 시절 양육자의 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대인관계 특성은 바로 연애에서 가장 잘 관찰된다. 연인과의 관계야말로 그 사람의 대인관계와 성격의 특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람이 거쳐온 과거의 연애들을 분석해보면, 공통점이 보였던 그 관계들에 특정한 패턴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패턴에 숨어 있는 심리를 알아챌 때, 앞으로 ‘좀 더 나은’ 연애를 할 가능성이 생긴다. 건강한 연애만큼 행복과 직결된 것이 없기에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인생의 흥미로운 역설이 하나 있으니,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그때 비로소 내가 변화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모든 사람들에게도 적용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연애를 하며 오히려 고통 받았던 과거의 순간들과 작별할 수 있기를, 더 행복하고 건강한 연애를 하게 되길 바란다. 저자는 한옥마을에서의 산책길이 최근 들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사랑과 불안의 상징들이 강렬하게 뒤섰여 있던 풍경들...
선선해진 날들에 밀려오는 희미한 가을 냄새가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불러왔으리라 싶은데, 그게 다는 아니다.
콘크리트 빌딩 숲 속에서 진료와 글쓰기로 시간을 보내는 저자가 유독 그 순간을 떠올리는 어떤 이유가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업무 시간에는 불안과 사랑이야기를 듣고, 퇴근 후에는 사랑과 불안의 정체를 서술하는 일이 요즘의 저자 생활이라서 그런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