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빠가 행정일을 하니까 좋은 법조인, 좋은 공무원, 좋은 경찰들을 많이 만났다. 아빠 지인중에도 전 검찰총장님이 계신데 따뜻하시고 요즘엔 양평 전원주택에 놀러 오라고 하시지만 시간이 없다. 엄마 친척 오빠도 판사를 하시다가 건설부장관을 하셔서 아빠를 많이 도와주셨는데 지금은 여주 전원주택에 사시는데 놀러 갈 시간은 없다. 그분들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기는 하다.

난 로펌에서 인턴을 하면서 변호사님들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실망스러운 법조인들도 가끔 있지만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도 있다. 사법고시 9수를 한 그분에 대한 책도 읽고 그분이 나의 선배 법조인이 됐으면 해서 법조인이 꼭 되고 이 책의 판사도 어떤지 궁금하다. 이 책의 저자는 “법은 차갑다. 그래서 판단은 인간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저자 프랭크 카프리오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시 지방법원 판사, 인간미 넘치는 판결로 ‘세상에서 가장 친한 판사’라 불리며 공감과 정의의 상징이 된 인물이다. 에미상 후보에 새 차례 오른 법정리얼리티 쇼 「프로비던스에서 잡히다」를 통해 그의 재판 장면이 소개되었고, 관련 영상은 유튜브 등에서 10억 회 이상 조회되며 전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청소년기부터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성장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인 친구도 이태리계이다. 프로비던스 대학을 졸업한 뒤 서픽 대학교 법학대학원 야간 과정을 수료했고, 1985년부터 약 40년간 프로비던스 법원에서 근무하며 경범죄와 교통 위반 등 시민들의 일상적인 사건을 맡아 왔다.

그의 법정은 단순히 판결을 내리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사연을 듣고 연민으로 접근하는 자리로 알려졌다. 은퇴 이후에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법 접근성을 강조했으며, 프로비던스시는 그의 공로를 기려 법정의 이름을 ‘프랭크 카프리오 법정’으로 명명했다. 로드아일랜드 주지사는 그를 두고 “정의와 인간에의 조화를 보여준 인물”이라 평가했다. 그는 2025년 8월 21일, 췌장암 투병 끝에 88세로 세상을 떠났다.

판사의 특권은 악인을 정죄하는 데 있지 않다. 판사의 특권은 악인을 정죄하는 데 있다고 믿는 판사들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판사의 특권은 믿을 수 없이 힘겨운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그들을 도울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고, 연민은 실천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

이 책은 정치성향에 치우치고 눈에 불을 켜고 사건을 처리하면서도 사람은 안중에 없는 판사들이 읽어야 한다. 사람은 사건에 달려 처리되는 존재가 아니며, 인간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담기지 않는 한, 사건은 가도 사람은 영구미제로 남게 됨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여주는 단 한사람의 진심이 어떻게 한 영혼을 깨우고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지, 그 위대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바로 세워야 할 정의의 본질은 냉혹한 것이라 믿는 이들도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을 보면 무너진 한 사람의 존엄을 회복시켜 다시 걷게 하는 데 있으며, 진정한 정의는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무정한 세상에 실망하고 비통한 심정으로 낙조를 바라보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 어린 공감과 연민을 간직할 수 있다면, 세상은 절대 호락호락 무너지지 않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프랭크 판사의 아버지 안토니오 카프리오 주니어는 프랭크와 프랭크 아이들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어린 시절 학교를 7학년까지 다니고 그만두었다. 할아버지와 종일 행상일을 하면서 가족의 부양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버지를 ‘텁’ 또는 ‘토피 텁’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불린 유래가 있다. 할아버지와 행상일을 하던 아버지는 몹시 추운 어느 겨울날 새벽 5시에 그날 팔 과일을 구하러 도매시장에 갔다. 그리고 거기서 산 과일을 담은 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갔다. 거리에 가판대를 치려면 아침 7시에 경찰관이 호각을 불 때가지 기다려야 했다.

호각이 울리면 모두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러 달려들었다.

어느날 아침은 유독 추워서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장사할 자리를 확보할 때까지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영하의 날씨 속에 칼바람을 견디며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호각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출선에서 신호총이 울리기만을 기다리는 달리기 선수처럼 호각 소리를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마침내 호각이 울렸고, 아버지는 과일이 가득 담겨 무거운 수레의 손잡이를 들고 점찍어둔 곳으로 달려가 자리를 확보했다. 장사 준비를 마친 아버지는 커피숍에 있는 할아버지에게 가서 자판대를 차렸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친구들과 같이 있었고, 카운터 뒤에 있던 사람이 물었다. “뭐 마실래?” 아버지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 그런데 매섭게 추운 아침 날씨에 얼굴이 얼어붙어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한 텁, 토피 한 텁이요”였다.

그날부터 아버지는 평생 ‘텁’이라고 불렸다. 누군가 아버지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면 다들 “내 친구 텁 카프리오를 소개하지”라고 말했다. 어머니도 아버지를 텁이라고 불렀다. 아버지의 형제들, 누이들, 친구들, 동료들, 그리고 동네 사람 모두가 아버지를 팁 큰아버지라고 불렀다. 50명의 조카와 그들의 배우자와 아이들도 아버지를 텁 큰 아버지, 텁 삼촌이라고 불렀다. 프랭크와 프랭크 두 형제만 아버지를 “아빠”라고, 다르게 부를 수 있는 특권을 누렸다.



이해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공감하며 듣는 것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알아채는 것도 이해다. 이해는 특별한 유형의 듣기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이 내게 말하는 것을 특별히 유형의 듣기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이 내게 말하는 것을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있다고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해는, 영어든 외국어든 혹은 심지어 아무런 말이 없을 때도 자신이 보고 있거나 듣고 있는 말을 인식하는 것이다. 일종의 상황이다. 이해는 주어진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이해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통찰력, 즉 상황에 대한 정확한 통찰력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다.

저자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연민을 가지면 더 좋은 사람이 된다. 존중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해가 있어야 인간의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다. 깊은 이해에서 중요한 또 다른 요소는 소속감을 느끼고 더 높은 목표에 기여하는 것이다. 지금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원하는 사람이 되기에 절대 늦지 않다.

자신은 변화할 수 있다. 저자는 몇 번이고 변화가 일어나는 걸 보아왔다. 변화는 책임을 지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상황도 버텨내고, 실수로부터 배웠다는 것을 증명하는데서 일어난다.

유죄와 무죄 사이에서 사람을 먼저 본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가 세상에 남긴 단 하나의 유산은 모두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고, 이해받기를 바라며, 연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모두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연민했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법을 집행하려 힘썼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돕도록 가르쳐줄 수 있다. 이렇게 사소한 선행이 무수히 쌓여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프랭크 판사는 인상부터가 선하고 따뜻해보인다. 저자의 책을 읽는데 왠지 짠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의 무게가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