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과 간섭의 차이는 책임을 누가 지느냐에 있다. 결과를 대신 살아 줄 수 없다면, 결정도 대신 내려서는 안 된다. 누군가의 불안을 덜어 주기 위해 자신의 인생이 보수적으로 굳어버릴 필요는 없다. 실패하더라도 내 판단으로 해본 실패는 자신이지만, 남의 말만 듣고 피한 인생은 늘 찝찝한 ‘미수 사건’으로 남는다.
이유 없이 아무에게나 자신이 책임질 필요가 없다. 자신이 자기 인생의 운전대를 잡아 가야한다는 말이다. 남의 삶에 조언의 집합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으로 완성하면 된다. 오늘 그 한마디가, 자신을 누군가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돌려놓을 것이다. 분명히 들은 말을 메모하는 것이 좋다. 분명히 합의했는데,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말이 바뀌는 사람들이 있다. 그 순간부터 대화는 ‘일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력 테스트’ 로 변질된다.
그리고 이 싸움은 거의 항상 지친다. 왜냐하면 기억은 감정과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모양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더 정확한 기억이 아니라, 메모는 기억을 대신할 수 있는 정확한 증거이다. 말로 “자신이 아무리 맞다고” 증명하려고 할수록 상대의 페이스에 말려든다. 이 문장은 싸움의 링 자체를 바꾼다. 기억의 영역에서 기록의 영역으로 ‘누구의 해석이 맞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남아 있느냐에 판을 고정시키는 방식이다.
사람은 누구나 화를 낸다. 문제는 화 자체가 아니라, 화를 다루는 방식이다. 말을 안 하기 시작하면 어떤 사람들은 목소리부터 키운다. 상대를 논리로 설득하지 못하면 소리로 눌러버린다. 그 순간 대화는 끝난다. 많은 사람들은 그 분위기에 얼어붙는다. 괜히 더 자극했다가 일이 커질까, 혹은 그냥 빨리 끝내고 싶어서 자기 말과 존엄을 같이 접어버린다. 하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상대가 화가 났다는 사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면허증은 아니다. 화는 감정이고, 소리 지르기와 위협은 행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