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불안, 일본에서 답을 찾다 -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찾은 시니어케어 비즈니스 리포트
나미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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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 행복하려면 건강하고 돈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내 주변에는 돈은 많은데 건강이 없어서 그 많은 돈을 못 쓰고 죽는 분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노후에 잘 사는 방법을 잘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저자 나미선은 일본 이바라키 국립대학을 졸업하고, 일본계 기업에서 11년 이상 근무하며 일본의 제도, 문화, 산업 구조를 경험했다.

현재는 대신증권 장기전략리서치부 일본 담당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의 부동산 시장과 시니어 산업, 초고령사회에서 나타나는 정책 및 제도 변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일본의 고령화와 시니어 비즈니스를 주제로 한 스페셜 리포트 시리즈를 발간해왔으며, 돌봄, 주거∙금융∙커뮤니티 등 고령사회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분석하고 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가 산업과 소비, 삶의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며, 고령사회를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의 리서치를 바탕으로, 일본이라는 선행 사례를 통해 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이 직면할 과제를 미리 조명하고, 그에 대한 전략적 해법을 제시하려는 시도이다.

노후가 두려운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2025년, 한국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불과 10년 뒤인 2035년에는 그 비율이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데 20년이 걸렸던 것을 감안하면, 우리는 절반의 시간 만에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은 기존 방식만으로는 늘어나는 고령 인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과 마주했다. 가족이 맡던 돌봄은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었고, 연금 재정은 한계에 부딪혔으며, 고립과 외로움 같은 정서적 문제도 사회전반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일본은 이 상황을 단순한 위기로만 두지 않았다.



돌봄 가족의 몫에서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지는 서비스로 바뀌었고, 연금에 의존하던 노후 대비는 금융∙자산운용∙민간 연금으로 다각화되었다. 또한 고립과 외로움은 커뮤니티∙정서 케어∙디지털 플랫폼 같은 새로운 서비스로 이어지며 시장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불안을 덜기 위해 시작된 서비스들이 시간이 지나며 사회적 인프라가 되고, 결국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노후 불안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그러나 그 불안의 상당수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리고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일본이라는 선행 사례를 통해 우리는 다가올 현실을 미리 확인하고, 지금부터 준비할 수 있다. 고령사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노후는 전혀 다른 길로 나아간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불안을 넘어, 존엄하고 단단한 노후로 나아가는 든든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현재 길거리에 흰머리의 노인들을 마주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모습은 20년 전 우리가 상상했던 노인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활력 넘치는 액티브 시니어에서부터 일상적인 돌봄이 절실한 케어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일본 시니어들의 자화상은 훨씬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

2005년 당시 초고령사회 진입은 일본 전체에 큰 경고음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단카이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시니어들은 오히려 기존의 통념을 깨고 사회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액티브 시니어의 부상이다. 건강 수명이 늘어나고 사회 참여의식이 높아지면서, 은퇴 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니어들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초고령사회가 깊어질수록 그늘도 짙어졌다. 특히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의 급증으로 치매, 거동 불편, 만성질환 등으로 인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핵가족화와 부양 능력의 약화로 가족간의 돌봄은 한계에 부딪혔고, 사회적 돌봄 시스템과 전문 간병 서비스 확충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일본 각지의 지자체들은 고령자의 고독과 고립을 단순히 개인의 외로움이나 복지 차원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지역 공동체 전체의 존립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과제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고립은 한 개인이 홀로 살아가는 상태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 사회의 관계망이 약해지고, 자원의 순환이 멈추며, 결국 지역 경제의 활력마저 떨어뜨리는 과정과 직결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일본의 지자체들은 이러한 인식 아래 고령자의 사회적 연결을 중심에 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돌봄 서비스나 시설 지원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관계기반의 커뮤니티를 다시 세우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을 실제로 구현한 구체적인 실천들이다.

지역마다 처한 환경과 자원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립을 줄이고 관계를 회복하는 커뮤니티 인프라를 설계해 나가고 있는 모습은 고령 사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의 파도를 맞으며 이 질문과 정면을 마주했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고령화가 진행되자, 일본 사회는 은퇴 창업의 새로운 방향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주목받은 것이 바로 ‘시니어 비즈니스’였다. 고령층을 단순히 돌봄이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일정한 자산과 소비 여력을 가진 적극적인 고객으로 다시 정의한 것이다. 위기처럼 보였던 고령화를 새로운 수효가 열리는 기회로 전환한 발상이었다. 우리는 초고령사회가 불러오는 건강, 경제, 고독이라는 세 가지 불안을 살펴보고, 일본이 제도와 서비스로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확인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태어난 새로운 수요가 어떻게 시장으로 확장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한국의 오늘과 내일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지난 25년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된 서비스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고령화라는 거대한 구조적 변화가 계속되는 한, 이 산업은 인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험을 짚으면, 이제 막 초고령화에 들어선 한국에서 은퇴 이후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할 수 있다. 언제나 문제 속에서 시선을 달리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보인다. 고령화를 단순히 부담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수요의 변화로 이해하면 전현 다른 시장이 열린다. 돌봄, 건강관리, 생활지원, 자산 운용, 엔딩플래닝 프레일 예방 같은 분야는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지 않는 수요다.

나이가 들어서도 인간다운 삶을 지키고 싶다는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 욕구는 곧 시장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사회적 필요가 경제적 기회로 바뀌는 순간이 바로 여기에서 발생한다. 단순히 새로운 업종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고령화라는 거대한 구조 변화를 어떻게 읽고, 어떤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일본의 경험은 고령화를 사회적 비용으로만 본다면 불안만 늘어나지만, 수요의 변화를 시장으로 읽으면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노후의 삶을 안정시키면서 동시에 의미 있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은 시니어 비즈니스를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니어 비즈니스를 알고 잘 활용하는 것도 노후 불안을 해결하는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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