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사랑 - 우리가 무뎌진 것에 대하여
고영호.신혜령 지음 / 북스고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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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아빠인데 나도 딱 한 명만 사랑하려고 의지를 가지고 있다. 나의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 끝사랑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랑에 대해서 연구하고 탐구하고 공부하고 싶다. 저자는 고영호, 신혜령이다. 저자 고영호 키는 194cm, 눈에 뛸 수밖에 없는 국명의 사진작가, 20대 초반에는 여행가처럼 세상을 쏘다니며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맸고, 후반엔 회사 사무실에 정답처럼 앉아 있어 보기도 했다.

저자의 남은 건 마일리지와 회식에 대한 추억 뿐이다. 저자는 지금은 사진을 찍는다. 주로 사람을, 자주 사랑을. 찍는다. 또 다른 저자인 신혜령은 오랫동안 공부했고 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대학생들 앞에서 아는 척을 꽤 잘한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 온 시간이 무색하게도, 사실 지금 저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저자는 인생이 이렇게도 불친절할 줄은 솔직히 예상 못했다. 다만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사진작가가 되었고, 돌연 함께 책을 쓰자고 했다. 그래서 저자는 또 생각한다. 저자는 뭐가 된 걸까? 지금 시대는 사랑이 위태롭다. 사랑의 시작과 지속, 이로 인해 파생될 부담에 대한 두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시대라고 다들 입을 모아 얘기한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마저도 포기한다는 ‘N포 세대’는 그 말을 발음할 때 혀끝에 쓴맛마저 감돈다. 사랑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관계가 왜 버거워진 것일까? 언제부터 사랑이 굳이 할 필요 없는, 가능한 한 겪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이로운 선택으로 전락해 버린 것일까? 자기 하나 온전히 지탱하기도 어렵고 힘든 매일매일의 건조한 일상에 목이 바싹 타들어 가니 ‘너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 같은 건 꿀꺽 삼켜 버리는 편이 현실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사랑이 귀하다는 시대에 저마다의 알록달록한 사랑을 몇 번이고 계속 목격하는 럭키가이로, 그 이야기가 저자에게만 고여 있는 것이 아깝게 여겨졌다. 무미 건조한 단답, 자기방어, 냉소, 온기 없는 숫자로 가득한 모노톤 현실에 지쳐 ‘혼자’를 자처한 이들에게 이토록 형형색색의 사랑스러움이 존재하고 있음을 전하고 싶었다. 지금부터 그간 만났던 수많은 커플의 특별해서 평범하고, 평범해서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저자를 알려주려 한다.



여저자는 남저자가 ‘왜 고백을 안 하지? 내가 먼저 해야 하나?’ 그녀는 방학 전, 둘의 관계를 다음 단계로 이끌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정식으로 연애를 하고 싶었던 그녀는 그날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길 갈망하고 있었다. 그냥 차라리 그녀가 용기를 내볼까 하며 고민하던 찰나, 갑자기 그가 뜬금없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당시에 좋아했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나온 노래였다. 지금은 스무 살짜리 두 명의 유치하고 서툴렀던 모습을 서로 놀림거리 삼기도 하지만, 당시의 그녀는 심장이 터지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노래가 끝나고는 그가 말했다. “우리 한번 만나 볼래?” 무척이나 기다렸던 순간이었기에 그녀 또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래 좋아!”라고 대답했던 건 여름이었다.

“한 남자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남자는 열심히 사랑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도 당시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기나긴 수험생 생활이 끝나고 마침내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딱히 외향적인 성격도 아닌지라 오티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입학 이후 학교생활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처음 그녀를 본 것도 과방에 동기들끼리 모여 있을 때로 기억하고 있었다. 뻘줌하게 서 있는 그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해 준 그녀는 예쁘고 상냥했지만, 그와는 다른 아우라를 가진 친구라고 느꼈다. 그래서 친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성 친구와의 관계도 전부 서툴렀던 그는 어쩌다 보니 그 친구의 고백에 첫 연애를 시작했다. 역시 소중한 관계를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성격적인 합을 맞추기 위한 노력과도 또 별개로, 두 사람은 물리적으로도 멀어지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난 첫사랑이자 끝사랑은 우리 엄마말고는 이 책의 저자들을 처음 봤다. 나중에는 나도 첫사랑이자 끝사랑을 만나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다. 그런 사랑은 이끌어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은 저자의 예쁜 사진들이 많아서 볼거리가 많은 책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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