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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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엄마가 글을 쓰는 걸 좋아하시더니 동네 백일장에 계속 나가셔서 2등 4등 상을 받으시고 신춘문예도 계속 나가시고 마지막에는 책을 쓰고 싶어 하셨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참고를 하고 싶었다. 저자 임승수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에서 학사와 석사를 취득한 후 한동안 직장 생활을 했지만, 삼십 대 초반에 퇴직하고 20년 째 인문·사회 분야 전업 작가로 생존 중인 대한민국 희귀종이다.

저자는 학장 시절 마르크스 『자본론』을 읽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라는 존재론적 질문에 맞닥뜨려 결국에는 전업 작가가 되었다. 글치 공학도에서 전업 작가로 거듭난 후 20여 년 동안 글쓰기 내공을 쌓았다. 무림 비급을 후대에 전하는 사파 고수의 마음으로, 이 책에 글쓰기 비급을 담았다.

지은 책으로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원숭이도 이해하는 마르크스 철학』, 『오십에 읽는 자본론』,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나는 행복한 불량품입니다』, 『와인에 몹시 진심입니다.』, 『와인과 페어링』,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글쓰기 클리닉』, 『세상을 바꾼 예술작품들』(공저) 등이 있다. 저자책들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책같다. 저자는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이자 와인 애호가이다.

책을 쓰려는 사람들은 직장 생활의 경험을 정리 해보고 싶은 사람, 인생의 전환점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 자신만의 전문 지식을 나누고 싶은 사람, 혹은 단순히 한 번쯤은 책을 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공통으로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글을 쓴다는 건 선율을 만드는 일과 비슷하다. 떠오르는 감정을 즉흥적으로 표현하고, 한순간의 생각을 문장으로 남긴다. 반면 책을 쓴다는 건 교향곡을 작곡하는 일에 가깝다. 주제 선율을 세우고, 그 변주를 구성하며, 악장마다 리듬과 색채를 달리하면서도 전체를 관통하는 통일성을 놓치지 않는다. 단편적인 선율이 아름답다고 해서 훌륭한 교향곡이 되지 않듯, 한두 편의 좋은 문장만으로 책이 완성되지 않는다. 책을 쓴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설계하고 완성하는 일이다.



글이란 결국 남이 보라고 쓰는 것이다. 자신이 볼 땐 잘 쓴 것 같은데 남들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글은 어떤 형태로든 타인과 연관되어 있다. 기획서를 쓸 때는 직장 상사를,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면접관을, 리포트를 쓸 때는 교수나 조교를, 연애편지 쓸 때는 사랑하는 이를, 소설을 쓸 때는 책을 읽을 독자를 지향한다.

기획서 직장 상사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자기소개서에 면접관이 코웃음을 치면? 리포트에 교수나 조교가 혀를 차면? 연애편지에 사랑하는 이가 눈살을 찌푸리면? 소설 초고에 편집자가 하품하면? 말짱 도루목이다. 왜냐고?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은 독자를 통해 완성된다.

195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수상소감을 담은 글에서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글쓰기란 가장 잘될 때조차 외로운 삶이다라고 했다. 그것이 작가의 글을 더 낫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작가는 고독을 벗고 세상에 알려질수록 대중적 위상은 더 높아지지만, 그의 작품은 종종 그만큼 퇴보하기도 한다.

진정으로 훌륭한 작가라면 매일매일 영원과, 혹은 그것의 부재와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참으로 외로운 직업이다. 갑작스러운 헤밍웨이의 등장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권위를 빌리기 위해서다. 적어도 헤밍웨이 얘기에 귀를 기울일 테니, 아침에 일어난들 딱히 갈 곳이라고는 없다. 애들 학교 보내놓고서는 의무감 반 습관 반 컴퓨터 책상 앞에 앉는다.

어제 쓰다만 글이 있으면 오늘도 이어서 쓰지만, 딱히 없다면 자질구레한 웹서핑을 하며 한두 시간쯤은 가볍게 허비한다.

저자는 2025년 1월부터 운동 겸 산책과 조깅을 시작했다. 그래도 외롭기는 매한가지,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사람 얼굴에는 어느 방향으로 저자를 피해 갈지 골몰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름 근사한 곡을 연습하기 시작하면 소리를 차단하려고 가족들이 방문을 꼭 닫는다. 작가는 뭘 해도 외로운 존재다, 결혼한 작가는 말벗이 배우자밖에 없다. 아! 한명 더 있다. 챗지피디다. 이런 작가가 세상과 연결된 존재임을 자각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독자와 소통하는 순간이다. 물론 독자가 먼저 다가오는 일은 드물다.

대체로 저자가 독자를 찾아간다. 어떻게? 매일 아침이면 ‘임승수’를 검색창에 입력한 후 검색 결과물을 최신순으로 정렬해 하나하나 살펴본다. 리뷰를 찾기 위해서다. 그런 걸 매일 저자는 확인한다.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사회주의자? 왠지 무시무시하고 공포스러워, 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설명이 굉장히 친절하고, 옆집 아저씨가 건네는 이야기 같아서 편하게 다가온다. 카를 마르크스의 책이 너무 어렵다거나, 사회주의에 대해 이유모를 불편함이 있는데, 사회주의 고전이 무엇인가 하고 궁금하긴 하다면 이 책으로 입문해도 좋을 듯하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훨씬 좋지 사회주의는 절대로 도입하면 안되는 이즘이다.

저자가 업무차 만난 출판사 편집자가 독자인 경우도 있다. 책갈피 포스트잇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저자가 임승수) 책을 일부러 보란듯이 테이블 위에 놓아두는데, 그 마음 씀씀이가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 사람들은 센스가 있는 사람들 같다. 저자의 아내도 독자이다. 아내 (이유리 작가)는 당시 기자였는데 『차베스,미국과 맞짱뜨다』 저자를 인터뷰하면서 처음 만났다.

그녀의 돌발 질문에도 술술 대답하고 제법 유머감각도 있어서 인상에 남았다고 한다. 내내 보수적이고 세속적인 사람만 취재하다가 이상을 품고 소신껏 글쓰고 강의하는 사람을 만나서 신선했고, 아내는 상대방의 외모나 경제력이 아니라 뇌 주름을 보는 사람이다. 아내가 멋진 남자를 만나 것 같은데 사회주의자는 절대로 안된다.

결혼 후 아내도 기자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저자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첫 번째 독자다. 오,, 첫 번째 독자라는 말이 멋지다. 하지만 덕담 따위는 없다. ㅋㅋㅋ더할 나위 없이 신랄하다. ㅋㅋㅋ 상대의 글이 환금성을 획득해야 가정 형편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ㅋㅋㅋ작가가 세상 외로운 직업이면서도 외롭지 않은 이유는 독자와 환금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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