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릴 때부터 엄마가 너가 명품이라고 십자가를 관통한 자존감을 가지고 공부를 잘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잘 믿고 걸어다니는 성경으로 살면 그 삶 자체가 명품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공부만하고 책만 보고 성형이나 시술, 화장도 안하고 일본잡지를 보면서 편하고 헐렁하게 입게 되고 돈보다는 가치나 목적에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됐다.
브랜드보다는 스타일에 더 신경을 쓰게 되니까 돈이 별로 안 들고 세련, 모던미를 알게 됐다. 이 책을 보면 명품에 대한 더 깊이 이해가 생길 것 같다. 엄마도 공부만 하고 신앙만 키우니까 박사가 되시고 내가 엄마처럼 살고 싶게 되셨다. 저자 임하연은 한국 출판사에서 보기 드문 유학파 출판 기획자이자 인문학 작가다.
그녀는 사람을 ‘원석’에 비유한다.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명품은 없다. 매일의 선택, 작은 용기, 삶의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걸작이 된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그녀 자신의 삶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고백이다. 파리정치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집 근처에 있던 LVMH 본사 앞을 매일 지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명품은 물건일까. 아니면 사람일까?” 이 질문은 지금도 그녀의 삶을 따라다닌다.
저자가 십대 시절부터 동경해온 인물은 문화적 아이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였다. 지금의 ‘올드머니룩’의 원조이자, 교양과 품격으로 한 나라의 이미지를 바꾼 소프트파워 그 자체였다. 미국을 아래로 보던 콧대 높은 프랑스조차 고개를 숙이게 했던 재클린은 왕족의 기품과 서민의 태도가 공존했고, 유창한 불어와 세련된 교양으로 세계인을 매혹시켰다.
그래서 저자는 미세스 오나시스를 ‘인간명품’의 상징으로 다시 세우고, 그 매력을 철저히 한국적 교양으로 풀어냈다. 스무 살 무렵, 런던 소더비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아트컬렉터 교육을 받을 때도 눈앞의 재산보다 오래 남는 문화와 교양에 관심이 머무른 덕분이다. 그녀의 시선은 늘 ‘보이지 않는 것’에 머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물려받을 때, 비로소 문화적 자존감도 채워진다.
인간 명품이 되려면 우선 창조적 시선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열광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 된 ‘인간명품’을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이야기를 통해 ‘고유함’, ‘탁월함’, ‘역사와 스토리’, ‘심미안’, ‘영향력’이라는 자질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젊은 날 누구나 지나칠 정도로 빛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욕망은 종종 불안과 맞닿아 있고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갈망은 모순과 역설을 낳는다.
재클린은 그 불안과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치와 교양의 양극을 오갔던 재클린은 탁월하게 줄타기한다. 재클린 사회학을 기초로 던지는 저자의 주장 또한 명확하다. 한마디로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운명과 싸우라는 것도 순응하라는 것도 아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사랑하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과거의 상처, 현재의 어려움, 미래의 불확실성까지도 ‘그것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라고 생각하며 껴안을 수 없다면 그 인생은 무엇이냐는 질문도 던진다. 그것이 삶을 명품으로 완성하는 태도가 아니냐는 물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