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명품 - 사람이 명품이 되어가는 가장 고귀한 길
임하연 지음 / 블레어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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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난 어릴 때부터 엄마가 너가 명품이라고 십자가를 관통한 자존감을 가지고 공부를 잘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고 잘 믿고 걸어다니는 성경으로 살면 그 삶 자체가 명품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공부만하고 책만 보고 성형이나 시술, 화장도 안하고 일본잡지를 보면서 편하고 헐렁하게 입게 되고 돈보다는 가치나 목적에 집중하는 삶을 살게 됐다.

브랜드보다는 스타일에 더 신경을 쓰게 되니까 돈이 별로 안 들고 세련, 모던미를 알게 됐다. 이 책을 보면 명품에 대한 더 깊이 이해가 생길 것 같다. 엄마도 공부만 하고 신앙만 키우니까 박사가 되시고 내가 엄마처럼 살고 싶게 되셨다. 저자 임하연은 한국 출판사에서 보기 드문 유학파 출판 기획자이자 인문학 작가다.

그녀는 사람을 ‘원석’에 비유한다.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명품은 없다. 매일의 선택, 작은 용기, 삶의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걸작이 된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그녀 자신의 삶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온 고백이다. 파리정치대학교 교환학생 시절, 집 근처에 있던 LVMH 본사 앞을 매일 지나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명품은 물건일까. 아니면 사람일까?” 이 질문은 지금도 그녀의 삶을 따라다닌다.

저자가 십대 시절부터 동경해온 인물은 문화적 아이콘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였다. 지금의 ‘올드머니룩’의 원조이자, 교양과 품격으로 한 나라의 이미지를 바꾼 소프트파워 그 자체였다. 미국을 아래로 보던 콧대 높은 프랑스조차 고개를 숙이게 했던 재클린은 왕족의 기품과 서민의 태도가 공존했고, 유창한 불어와 세련된 교양으로 세계인을 매혹시켰다.

그래서 저자는 미세스 오나시스를 ‘인간명품’의 상징으로 다시 세우고, 그 매력을 철저히 한국적 교양으로 풀어냈다. 스무 살 무렵, 런던 소더비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아트컬렉터 교육을 받을 때도 눈앞의 재산보다 오래 남는 문화와 교양에 관심이 머무른 덕분이다. 그녀의 시선은 늘 ‘보이지 않는 것’에 머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물려받을 때, 비로소 문화적 자존감도 채워진다.

인간 명품이 되려면 우선 창조적 시선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열광하는 이상적인 인간상이 된 ‘인간명품’을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이야기를 통해 ‘고유함’, ‘탁월함’, ‘역사와 스토리’, ‘심미안’, ‘영향력’이라는 자질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젊은 날 누구나 지나칠 정도로 빛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욕망은 종종 불안과 맞닿아 있고 사회적 지위에 대한 갈망은 모순과 역설을 낳는다.

재클린은 그 불안과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사치와 교양의 양극을 오갔던 재클린은 탁월하게 줄타기한다. 재클린 사회학을 기초로 던지는 저자의 주장 또한 명확하다. 한마디로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운명과 싸우라는 것도 순응하라는 것도 아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긍정하고 적극적으로 사랑하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과거의 상처, 현재의 어려움, 미래의 불확실성까지도 ‘그것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라고 생각하며 껴안을 수 없다면 그 인생은 무엇이냐는 질문도 던진다. 그것이 삶을 명품으로 완성하는 태도가 아니냐는 물음이다.



저자의 상속자본을 찾는 방법도 흥미롭다. 독서와 대화 속에서, 역사 속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아비투스를 가정환경 내에서 부모에게 체득하고 몸에 배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다르게 말한다. 꼭 혈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좋은 스승, 우연한 만남, 한 권의 책도 충분히 자신을 키울 수 있는 상속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 복에 유독 얽매여 있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이런 유산을 놓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아니 되는데 이런 실수를 예사롭게 범한다. 책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 다짐이 남는다. “나도 인간명품으로 살고 싶다.” 문화강국을 맞이한 한국에서 임하연이라는 이름은 시대가 요구하는 K-명품의 표상을 보여준다.

인간명품의 자질인 고유함은 명품의 세계에서 말하는 희소성은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흔적이다. 외부와 비교나 계급과 소유도 필요 없다. 자신이 걸어온 길 자체가 곧 증거다. 한 사람의 손길과 세계관에서만 태어난 작품처럼, 그래서 내 삶은 드물고 귀하다. 인간명품의 자질인 탁월함은 명품의 세계에서 한 땀 한 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정성을 다해 완성한 빛깔 같은 것이다.

자신의 탁월함도 남과 겨루는 것은 금물이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정직하게 다듬고, 평범함에 머물지 않고, 조금 더 나아가려는 목마름 속에서 드러난다. 자신 안에 숨은 가능성을 끝까지 발현하려는 그 마음이다. 인간 명품의 자질인 역사와 스토리인 명품의 세계에서 가치는 오래된 전통과 이야기가 겹쳐질 때마다 비로소 특별해진다.

수많은 그림 중 하나였던 작품이, 역사의 숨결을 입는 순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가 되듯이 자신의 삶도 그렇다. 작은 기억들이 모여 나만의 서사가 되고, 그 시간이 쌓여 명품의 반영에 오른다. 심미안은 아름다움을 알아보고 창조하는 안목이다. 인간 명품의 자질인 심미안은 명품의 세계에서 단순히 예쁜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다. 자신이 보는 것 속에서 철학을 발견하고 시간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안목이다.



눈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심성이 아름다운 사람을 보고 마음으로 감탄할 때도 자신 만의 심미안은 자란다. 결국 내가 어떤 삶을 추구하느냐에 달려 있는 미학이다. 영향력은 세상에 남기는 비밀스런 파문이다. 인간명품의 자질인 영향력은 명품의 세계에서 주목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정체성과 문화, 그리고 국가의 이미지까지 바꾸는 힘이다.

명품을 가진다는 것은 미래의 자신을 미리 살아보는 일이다. 그것을 표현하고 보여주는 순간, 자신의 말과 행동은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삶을 창조하는 건 자신이지 부모님이 아니다. 어느 순간에는 인생의 고삐를 부모님에게서 넘겨받아야 할 때가 온다. 그때부터 운명의 전차를 우리 스스로 이끌어야 한다.

저자는 지금껏 많은 대화를 나누었지만, 그래도 부모 복이 최고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부모 복을 이길 수 있는 게 있을까 생각한다. 친구들을 보면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호캉스를 즐기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애들도 있는 반면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애들도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 인생의 95%는 부모 복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인간의 품격은 아비투스와도 상관이 없다.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이 원래부터 부자였던 사람의 품격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은 그래서 틀렸다. 장기간 부자로 살아왔거나 부잣집에 태어난 것이 인간의 품격을 보장하지 않으니까, 오로지 사람에 대한 예의, 배려, 존중이 품격을 구성한다.

원래부터 부자인지 갑자기 부자가 된 건지는 품격과 관련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상속자본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얻는 것이다. 더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을 중요시하는 것, ‘역사의 후계자’는 그런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상속자본이 혈연관계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니, 심지어 책에서도 역사 속에서도 구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듣고 저자는 상속자의 책상과 서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자는 먼지가 쌓인 오래된 역사책을 둘러보았다. 역사책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책 안에 있는 역사를 함께 완성해 왔다. 사회적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야 한다. 완벽한 타인으로부터 자신이 도움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재클린과 케네디는 학교에서 문학과 역사 과목을 가장 좋아했던 학생들이었다. 재클린은 프랑스의 영웅 드골 장군의 책에서, 케네디는 처칠 총리의 책에서 위안을 얻었다. 자신들을 차별하는 모국의 역사는 마음만 아프게 했기 때문이다. 타국의 역사에서 인류를 위해 남겨진 위대한 유산을 찾았던 것이다.

재클린은 프랑스역사와 후계자를, 케네디는 영국 역사와 후계자를 자처했다. 시간과 국경을 초월하는 것이 ‘역사의 후계자’라는 개념이다. 역사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관계도 필요 없다. 저자의 책에서 인간명품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았다. 나도 인간명품이라고 원래 생각했지만 그 생각에 더해서 저자가 인간명품의 덕목을 일목요연하게 알려줘서 더더욱 인간명품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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