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감정은 틀린 적이 없다 - 나를 용서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심리학
이혜진 지음 / 유노책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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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도 중요하기는한데 감정이 모든 걸 좌우하는 것 같다. 감정에 따라서 공부를 잘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대할 때 잘 견디기도 하고 하루에도 감정은 수백 번 변하는 것 같다. 그 감정을 제어하거나 조절하는 건 너무 중요한 것 같다. 저자 이혜진은 14년차 상담심리사, 심리 전문 교육 이업 ‘잇셀프컴퍼니’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저자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일반대학원 다문화교육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한국상담심리학회 홍보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저자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감정은 없으며 모든 감정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책을 섰다. 흔히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여기는 부러움, 우울, 슬픔, 외로움 등을 지우려 애쓰는 대신, 억누르기만 했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저자는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소화하고, 더 좋은 사람이 되는 자양분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저서로는 ⟪나를 아프게 한 건 항상 나였다⟫, ⟪인정받고 싶어서 오늘도 애쓰고 말았다⟫, ⟪나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가 있다.

저자는 심리학자들의 행복 연구 또한 종종 허무하게 느껴진다. 행복이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순간의 경험일 뿐이라는 주장은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길을 잃은 듯한 허탈함을 남기기도 한다. 결국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단어 대신 ‘심리적 안전감’ 또는 ‘불행하지 않음’과 같은 상태를 삶의 기준으로 삼게 된다.

“자신의 꿈은 행복이 아니라, 불행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에는 행복은 어차피 도달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고민과 걱정, 질투와 분노,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사람들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감정을 지운 채 불행하지 않음을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특별한 성품이나 지대한 노력이 없어도 훈련이 가능하다. 감정을 돌보는 일은 결국 자신을 돌보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 안의 어두운 마음 또한 삶의 한 조각으로 인정하고 돌봐야 한다.저자는 며칠 전, 넘어져 무릎이 아프다고 했던 엄마가 문득 떠올라 고민했다. 괜찮은지 안부를 묻고 싶지만 망설였다. 서로를 아끼기에 솔직해지기가 더 두려웠다.

‘카톡을 해, 말아? 괜히 연락했다가 답장이 안 오면 아침부터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오늘 중요한 일도 많으니 저자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참을까? 이미 엄마로부터 여러 차례 답장을 못받은 저자는 그렇게 고민을 시작했다.

동시에 아빠한테 전화를 해 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주춤했다. 엄마와 다툰 날이면 아빠도 함께 떠오른다. 왠지 위안이 필요할 때 그런 듯하다. 그런데 막상 전화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저자는 40년 평생을 스스럼없이 전화를 건 일이 없다. 일단 아빠와의 대화 자체가 서툴렀다.

얼굴을 마주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와중에, 전화를 걸고 전화기 너머로 말을 건네야 하는게 어색했다.이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다. 바로 그 모든 어색함을 뚫고 자신의 마음을 꺼내는 일이다. 저자는 고민 끝에 엄마에게 메시지로 평소처럼 용건만 전했고, 아빠에게는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엄마에게 하트가 들어간 이모티콘을 함께 보냈고, 아빠에겐 최대한 밝은 톤으로 “별일 없어요.”라고 말했다. 저자는 엄마를 더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빠에게는 좀 여린 마음을 내비치고 싶은 바람이다. 마음이 감정이라는 언어를 빌려 주저하는 모양새로 자신에게 말을 건다. 가까운 사람과 감정의 거리를 조금 더 좁히고 싶은 마음, 그것이 지금 저자 자신을 가장 잘 설명하는 진짜 마음이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은 자신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는 엄마와 다정하게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아빠와 전화하는 일은 여전히 낯설고 마주 앉아서 대화하는 일도 쉬진 않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더 가까워지고 싶기 때문에 아빠를 피하지 않는다.



저자는 살면서 딱 한번, 아빠에게 기댄 날이 있다. 그날, 이상하리 만큼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아빠였다. 아빠는 아무 말도 묻지 않고 어떠한 조건도 따지지 않고 곧장 마음을 내주었다. 그때 처음으로 저자의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사랑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먼저 요청하기도 전에 이미 그랬다. 그 일을 계기로 저자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저자도 아빠에게 기대어도 된다는 사실을, 아빠는 저자를 기꺼이 도와줄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여전히 망설이고 아직도 어색한 마음이 남아 있지만 저자는 아빠와 더 친하게 지내고 싶다.

저자안의 감정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이젠 그 소리가 잘 들린다. 그 감정의 말을 따라 흘러가는 중이다. 당장 꺼내지 못할 말이라도 괜찮다. 자신 안에 어떤 감정이 산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살다 보면 엮이고 싶지 않은 사람과 관계가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데, 그 사람이 자꾸 다가와 말을 건다.

한두 번은 어색하게나마 웃으며 넘기지만, 나름 거리를 두려고 해도 상대방은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자꾸 다가온다. 급격히 피로해지는 순간이다. 더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함께 있어야 하는 집단에서 눈치가 보일 때는 그냥 적당히 맞추고 만다.

한동안은 같은 공간에서 마주쳐야 하는데 어색해지거나 껄끄러워지면 그 또한 불편하기 때문이다. 불편한 사람과 그나마 마주치지 않거나 거리를 둘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살면서 불편한 사람과 얽히는 일은 수도 없이 많다. 심지어 전혀 예상치 못한 관계가 생기기도 하고, 그 끝을 예상하지 못한 채 관계가 점점 깊어진다.

더 가까워질수록 유쾌하고 편안한 가정만 쌓인다면 더할 나이없이 좋은 일이다. 그 반대의 경우일 때 문제가 된다. 이미 짙어진 관계 안에서 불편함이 더 깊어지는 경우에 그 안에서 생겨난 감정을 정리하고 해결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남긴 존재감은 마음속에 진하게 남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괴로움만 커지고 마음은 지옥이 된다. 마음의 언어가 감정이라는 얘기는 처음 들어서 신기한 것 같다. 마음은 뇌이고 그 뇌의 상태를 얘기하는게 감정이라는건데 그 관계를 더 알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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