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속담이 말한다 - 사랑은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정종진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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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한번도 빠져본적이 없어서 사랑에 대해서 항상 궁금하다. 사랑에 대해서 속담으로 공부를 해보면 어떨지 사랑에 대해서 더 알게 될지 기대가 된다. 사랑은 뇌와 호르몬의 작용이라는 건 알고 있는데 옛날 어르신들은 뭐라고 얘기했는지 궁금하다. 저자 정종진은 충북 출생, 충남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 받았다. 청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역임.

현 청주대학교 명예교수이다.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에서 삶이 외롭지 않고 통속(세상에 널리 통하는 일반적인 풍속이나 습속)하기도 한 까닭은 대부분 사랑 때문이다. 사랑으로 영혼이 고귀해질 수도 있지만, ‘사랑은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기도 하고 짐승을 인간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말이다.

사랑을 붙잡고 있는 동안에는 인간적이다. 문명은 첨단 최첨단이라는 새로운 것들을 자꾸 만들어 내어 풍성한 것 같지만 진정한 사랑은 그렇지 못하다. 공감 능력, 감수성이 한껏 둔화하여 인간다움이 약해지니 인간사회가 나아진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문명과 사랑의 진화가 서로 상생하지 않으니 현대인의 아픔이 커진다.

사랑을 말하는데 동원될 수 있는 속담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인간의 언행 모두가 사랑에 연관되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한 세 가지 큰 영역 중에는 에로스, 즉 이성 간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말한다. 그러자니 성에 대해서도 말하게 되고, 쌍말 혹은 성 속담도 숱하게 동원된다. 말하고 듣기에 쑥스럽다 해도 용기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다.

노골적인 속담의 경우, 성기나 성행위를 가리키는 말 대신“거시기”로 대체했다. ‘거시기는 귀신도 모른다’고 하지만, 성에 대해 한정시켰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재빨리 바꿔 읽으면 된다고 한다.

“평생을 잘 살려면 아내를 잘 얻어야 한다” 결혼은 만대의 시초다. 부부가 서로 잘 만나야 평생을 그르치지 않는 건 틀림없는 일이다. 결혼은 만복의 근원이라고 했다. 아내는 남편을 잘 만나야 한다. 처녀 총각 시절에는 많은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인연도 재산이라’했다. ‘인연은 맺기는 쉬워도 끓기는 어렵다’, ‘인연은 맺기도 어렵고 끓기도 어렵다’, ‘연분은 한번 맺기도 어렵고, 한번 맺은 인연은 끓기도 어렵다’고 하는 말들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다르다. 마당발은 숱한 인연을 맺어놓는다.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사교가 제한적이다. 연인으로 만났는가, 사업상 만났는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잘 이용해먹고 잘 끓어내는 사람도 있다. ‘인연이 인연을 낳는다’는데 정말 그럴 수밖에 없다. 숱한 인연으로 사람은 자기 세계를 확대해 간다.

시간과 공간을 자기 인연으로 촘촘히 짜놓으면 여러 가지 편할 수 있다. ‘그물이 삼천 코면 걸릴 날이 있다’고 하듯 그런 속에서 자기 사랑도 걸려드는 것이다. ‘그물코가 삼천이면 귀신도 잡힐 날이 있다’고 하는데, 자기가 어딜 빠져나가겠는가, 하고 시도를 해야 한다. ‘천생연분에 보리개떡’이라는 속담도 있다.

이 속담은 조롱하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속담은 잘 가다가 삼천포로 빠질 때도 있다. 하지만 인연은 하늘이 정해준다. 하늘은 제대로 맺어 줬는데, 서로의 언행이 형편없어서 그런가, 엄청 애를 썼는데도 때론 결과가 어려워 질 때가 있을 수도 있다.

한 시인은 ⟨사랑⟩이란 시에서, “살아야 하는 여자와/ 살고 싶은 여자가 다른 것은/ 연주와 감상의/ 차이 같은 것/ 건반위의 흑백처럼/ 운명은 반음이 엇갈릴 뿐이고,”라고 표현한다.

‘정은 날로 두터워지기도 한다. 정은 시간이 갈수록 쌓인다’. 누구나 제 짝을 만나 서로 의지하고 사랑을 나누는 일에 열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마치 숯불처럼 서로 상생하는 열정을 내며 어우러져야 한다. ‘숯불도 한 덩이는 쉽게 꺼진다’는 말이 참으로 적절한 비유다. 숯불처럼 은근히 끈기 있게 화력을 유지해야 사랑이 된다. 한쪽에서만 ‘북 치고 장구 친다’는 꼴이라면 사랑은커녕 낙심천만이 있을 뿐이다. ‘혼자서는 용빼는 재주 없다’는 말이 천하에 불변의 진리다.

사랑하게 되면 사람이 곱게 보이고, 온 세상이 곱게 보이니 곱게 살 수밖에 없다. ‘곱게 살면서 값을 받을 날이 있다고’하니, 한껏 희망에 부풀 것이다.“사랑 하였므로 진정 행복하였노라”고 했는데 반복한 어느 시인의 시구가 있다. 제 사랑을 쏟아 붓는 일이 행복이라면 최고의 보상이겠다. 라고 ‘행복이나 기쁨을 기다리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요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에 성공하면 평범하고, 사랑에 실패하면 비범하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와 데이지를 봐도 그렇고, 로미오와 줄리엣을 봐도 그렇다. 사랑에 성공한 인생은 희극이고, 실패한 인생은 비극이다. 대부분 사람은 비범이 두려워 사랑에 성공하기를 원하고도 타협하고 안주한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자기 삶을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자잘한 희비극을 되풀이한다.

모든 걸 요구하는 게 사랑이라고 하는데, 단 한 번에 모든 걸 걸면 ‘굵게 짧게 산다’는 삶이 되기 일쑤다. ‘정만 있으면 가시방석도 산다’ ‘굶어도 정만 있으면 산다’고 했으니. 사랑은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다. 사랑하는 그 자체가 이로운 것이다.

사랑은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며, 그 사랑을 더욱 갈고 닦아 고귀하게 만드는 게 인간의 도리다. 예전에 있던 혼인 풍습에서는 억지가 많았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한 사람의 모든 걸 바치는 건 사랑뿐이기 때문에 신성하고, 정결하고 순결해야 한다. “결혼이 가장 중요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혼인이 사랑의 무덤이라고 하는데, 그 무덤에 서둘러 들어가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이다.

과연 결혼은 사랑의 무덤인가 확인해 보고 싶은 유혹에 견디지 못한다.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놓치기 싫어하고 결혼을 하고 싶어 한다. ‘하루를 잘 사려면 장사를 잘해야 하고, 한해를 잘 살려면 농사를 잘해야 하고, 평생을 잘 살려면 아내를 잘 얻어야 한다고’ 했다. ‘남편을 잘 못 만나면 당대 원수라’,‘사내를 한번 잘못만나면 생전 원수라고 했다’ 이미 제 짝이 되었다고 공인을 받았다고 소홀함이 없어야 하는 게 사랑이다.

낚은 고기요, 쏘아 놓은 호랑이라고 생각하다가는 사랑이 저만치 도망가기 마련이다. 제 짝의 영혼과 육체를 일단 가졌다는 자신감으로 남자들은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낙망적 사랑을 갈망하면서 계속 깊이하면서 혼인 초기처럼 서로가 집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란 좁은 의미의 애정 행위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열심히 격려하며 최선을 대해 일하는 것도 사랑이다. 이것이 에릭프롬이 말하는 생산적 사랑인 셈이다. ⟪조화로운 삶⟫의 저자인 헬렌은 죽은 남편 스코트에게 보냈다는 마지막 편지에 “우리는 50년 동안 사랑과 동지애 속에서 같이 살아 왔다고 했다. 결혼은 결코 그 사랑의 본질이 아닌 듯하다.” 우리는 관심과 목표와 행동이 일치하는 두 사람으로서 함께 연결되어 있었다.

헬렌은 우리는 서로 좋아하면서 또한 함께해온 많은 것들을 좋아했다. 우리는 어떤 신비한 작용으로 평등하게 되었고, 하나로 우리의 삶을 살았다. 서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요약하고 있는 것이다. 헬렌이 말하는 사랑은 함께 일하는 것이다. 사랑은 함께할 일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고, 사랑하면서 일을 추진해나가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까 사랑은 생산적이라는 얘기가 와닿았다. 생산은 그것이 바탕이 되어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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