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때 자신의 우선순위를 뒷전으로 밀어놓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자신을 먼저 돌보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남을 지나치게 자주 도와주다 보니, 끼니도 거르고 잠도 줄이고 취미 생활도 하지 않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면 점차 지치고 짜증나고 불행해져서, 결국 남을 도울 수 없거나 돕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자신의 필요를 먼저 돌보라고 충고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과 에너지가 있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때 남의 부탁을 들어줄 여력이 생긴다.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해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도와줄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며 우아하게 거절하는 능력은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기술 중 하나이다. 그러나 자기에게 특별한 사람에게는 때로는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 동료의 부탁을 거절하기는 비교적 쉬울 수 있지만, 가족이 부탁하면 바로 들어주게 된다. 이웃의 부탁에는 일말의 미안함도 없이 거절할 수 있지만, 친구의 부탁은 거절하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친구의 부탁도 거절할 줄 아는 것이 거절의 기술이다. 그러지 않으면 제일 가까운 가족 배우자에게 영원히 씻지못할 상처를 남긴다. 자녀들에게도 똑 같은 아픔을 남긴다. 아내와 자녀들은 죽을 만큼 아픈 기억속에서 울 수 있다.
어떻게 거절해야 자신에게 최고의 이익이 될지 그 방법을 알아야 한다. 포기를 모르고 감정을 조종하려는 친척들에게는 음성메시지나 문자를 남겨둔다. 이상의 전략들은 자신에 대한 친척들의 기대치를 재조정하도록 고안된 것들이다. 처음에는 친척들이 기분 나빠하고 공격적으로 나올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고 당신이 줄곧 일관된 태도를 보인다면, 그들은 자신을 자기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남의 부탁을 항상 들어주다 보면 거절하는 일이 마치 까치발로 지뢰밭을 걷는 것과 비슷해진다. 거절하면 갈등이 생길 것이고, 이를 그냥 놔두면 관계의 상황은 빠르게 나빠질 것이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의 부탁에 “예스”하는 것이 신뢰의 표현임을 경험상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항상 사람의 부탁을 들어줘야만 하는가? 이 책의 독자라면 대답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친한 사람에게도 “노”라고 말하는 것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관계에 도움이 된다.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 경계선 긋기를, 남들이 침범하지 못하게 거리를 두는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친한 관계에서 경계선 긋기는 훨씬 더 큰 가치를 지닌다. 개인의 시작인 영역은 좀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사적인 영역은 자신과 친한 관계도 유니크한 감정과 열정과 관심사를 지닌 독립된 인격체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