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관재인으로 일하면서 직접 현장 조사를 나서는 일은 극히 드물다. 채무자의 진술이 거짓임을 확신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 증거를 사진 등으로 확보해야 할 때만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번 두 건의 현장 조사는 거짓으로 의심했던 것들이 모두 확인된 경우다.
첫 번째 채무자 윤태호 씨는 분명히 “사업을 완전히 정리했다.
두 번째 채무자 정민수 씨는 무직이고 재산이 전혀 없다”라고 진술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윤태호 씨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었고, 정민수 씨는 “사장님”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 두 사건 파일을 펼쳐놓고 바라보니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파산 절차라는 것이 채무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제도인데, 정작 당사자들이 그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있었다. 채권자 측으로 추가 자료를 받아 사실관계를 검토해보니 그들의 주장은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일말의 오류도 없어야 하기에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윤태호 씨는 채권자 측으로부터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명 정리했다고 했는데, 채권자 말이 맞았다.
예순이 넘어 파산을 신청한 정민수 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주장을 했다. 나이가 많아 새로운 일터를 찾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그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조사를 할수록 이상한 점들이 하나둘 발견되기 시작했다. 우선 그의 배우자와 자녀들 명의로 부동산이 여럿 있었다. 그것도 제법 값나가는 것들이었다. 처음엔 조사에서는 착오인가 했다.
정민수는 주민등록상 주소에 안 살고 있었다. 대답이 점점 모호해졌다. 무척 구체적으로 설명했던 처음 모습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정민수 핸드폰 사용 내역을 제출해주길 원했다. 기지국 표시가 나오는 걸로, 거주지 확인을 위해 필요했다. 그런데 개인정보라서 좀 그런데,,,결국 그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파산 선고 후 채권자가 주소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주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런데 바뀐 주소가 이상하게 낯이 익은 게 아닌가, 파일을 뒤져보니 자신의 현재 직장이라고 말했던 곳이었다. 그것에는 한 사업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기재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무직이 아니라 그곳 사장님이었다. 정민수의 모든 것은 전화를 통해 무직이 아니고 사장님이라는 게 확인됐다. 정민수 씨에게는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라고 강하게 권했다. 면책 불허가 의견서를 작성하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파산 제도는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인해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제도다.
사회적으로는 한 사람이 경제적 사망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생산적인 활동을 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 있는 제도이다. 이 기회를 받기 위해서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다. 바로 진실이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진심으로 재기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전부다. 결국 두 사건 모두 결과는 같았다. 면책불허였다. 진실이 중요한데 요즘 법적인 문제를 보면 좋은 변호사를 사는 경제력이 중요한 것 같다. 범죄자들이 전부 높은 자리에 가 있어서 세상을 믿을 수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