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할머니 약국
히루마 에이코 지음, 이정미 옮김 / 윌마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세가 넘었는데 약국을 운영한다는 게 참 부럽다. 그만큼 건강하고 장수를 할 수 있다는 것 같다. 그런 인생은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저자는 마음을 진단하고 다정함을 처방하는 약사이다. 저자 히루마 에이코는 1923년 도쿄에서 태어나 백세가 넘도록 약국 문을 열었다. 한때 기네스북에 ‘세계 최고령 약사’로 등재되기도 했던 그녀는 마지막까지 환자들과 마주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돌보는 데 집중했다.

저자는 도쿄의 번화가 한 모퉁이에서 1923년 문을 연 약국, 4대째 약사인 집안인 이곳에는 약국과 똑같은 세월을 살아온 히루마 에이코 씨가 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무더위가 찾아오고,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도 어김없이 이곳에 선 지 75년, 동네 사람들은 그녀와 얼굴을 마주하면 어쩐지 힘이 솟는다고, 올 때마다 악수를 하며 기운을 받아 간다고, 그녀가 건네는 손과 말 한마디를 좋아한다.

그런 그녀가 약과 함께 넌지시 건네는 이야기가 아픈 마음을 낫게 한다. 그럴듯한 호칭도, 명예로운 훈장도 없지만 오랜 세월 속에서 그저 변함없이 마주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아 전해 온 이야기, 다른 누군가에게도, 조금 더 다정해질 수 있는 처방전이다.

저자는 ‘모르는 것을 알고 싶고, 이해가 안 되는 것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늘 있다. 약도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 조금이라도 멍하니 있다가 금세 뒤처지기 일쑤다.

모든 일은 다 하루하루 배움의 연속이다.

그래서 저자는 손님을 대하는 틈틈이 컴퓨터를 켜 두고 새로 나온 약의 이름을 알아볼 때가 많다. 100살이 넘어도 컴퓨터를 한다는 게 신기하다. 예전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일을 쉬었던 한 직원이 오십대가 되어서 다시 약사로 복귀한 적이 있다.



약 이름을 다 잊어버려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다시 공부한다고 해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그녀가 이렇게 말하기에 대답했다. “자신도 아직까지 매일 공부하는 걸, 모르는 건 그때그때 찾아서 알면 되지, 아직 저자 보다 서른 살이나 젊으면서, 뭘.”

세상에는 이 직원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많은 것이다. 한동안 일을 접어 두고 집에서 육아나 간병에 전념하다가, 다시 일이나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사람들 말이다.

컴퓨터가 등장하고 인터넷에 스마트폰까지 일상에 파고든 변화는 약국 안에서도 고스란히 일어난다. 옛날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IT기술의 진보에 ‘이제 저자도 그만 은퇴할 때가 왔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때가 벌써 수십 년도 전이다.

그런데 지금은 젊은 직원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저자도 인터넷으로 화상 회의에 참석할 정도니, 뭐든 적응하면 되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새로운 약의 이름과 효과, 주의 사항을 외우는 일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가며 컴퓨터의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일도, 스마트폰 메신저로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저자에게는 마음이 살짝 들뜨는, ‘젊어지는 약’과 다를 바 없다.

저자는 이메일이나 메신저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메신저가 오면 기분이 좋다. 그건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배달되는 현대판 편지 같다.

‘모르는 건 배우자’ 이것이 저자가 매사를 대하는 방식이다. 요즘에는 옛날과는 달라진 새로운 가족의 형태와 모습을 손님들에게 매일 배우고 있다. 이렇듯 세상도 사람도 변하는 법이나, ‘옛날이 좋았지’같은 말은 쓰지 않으려고 늘 신경을 쓴다. 옛날은 옛날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좋은 점이 있으니까말이다.



옛날 가족은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때는 3세대 또는 4세대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조부모가 육아를 돕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마을 전체가 함께 아이를 키웠기에 아이가 고립될 일도 별로 없었다. 그 대신 불가피하게 사생활 침해가 일어나거나 원래의 가족에 새로 들어온 며느리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있기는 했다.

백 살이 넘도록 일을 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만 저자는 그저 평범한 약사이다. 저자는 자신이 평범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절대로 평범하지 않으니까 나같은 사람이 한국에서까지 저자의 책을 읽는 것이다.

저자는 박사학위도 없고 경영자로서 수완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꾸준함이 힘’이라는 얘기는 자주 들어 식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겹 쌓인 시간이 결국에는 커다란 힘이 된다는 걸 지금 저자는 확신하고 한다.

저자의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아들은 대신해서 약국을 지키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손님을 대하는 일은 매번 진검승부처럼 느껴진다.

다치거나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다는 건 모두 같지만, 저마다의 상황과 환경은 다 다르다. 그러한 마음을 꼼꼼히 살피면서 어떤 부분을 도와드려야 할지 고민하고 분주히 움직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100세가 넘은 저자는 꾸준하고 다정하고 끓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다. 옛날이 좋다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함도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