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시집은, 저자의 작은 시들이 언어와 벽을 넘어 더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귀한 다리가 되어 줄거라고 믿는다.
이 영어 번역이 낯선 이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전할 수 있기를 그래서 새로운 시의 벗이 생길 수 있길 소망한다.
눈은 이내 녹지만, 그 순결한 흔적은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이시집이 그런 눈꽃의 자취처럼 삶의 어느 날 어느 순간 이 시를 읽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썼다.
어린 시절부터 시는 저자에게 가장 순결하고 애틋한 그리움의 표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날마다 노래를 부르듯이 시를 낭송하는 가족들 사이에 가끔은 동요도 지어보며 행복했던 저자는 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막연히 아름답고 시적인 삶을 꿈꾸곤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 문예반 활동을 했고, 여고시절엔 여러 백일장에서 입상하며 선생님들의 인정과 격려를 받는 일이 기뻤다.
그러나 수도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일단 문학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가끔 혼자만의 노트에 글을 적어두곤 할 뿐 작품집까지 내며 발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1976년 종신서원을 전후로 당시의 수도원 원장님이 한국의 어느 원로시인에게 그동안 써 모은 저자의 시들을 한 번 보이게 했고, 그 시인이 혼자 보기 아깝다며 출판을 간곡히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되어 첫 시집『민들레 영토』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저자의 시는 바로 저자 자신에게, 이웃에게, 신에게 그리고 자연과 사물에게 보내는 진솔하고 겸허한 사랑의 편지이다.
저자가 쓰는 시의 주제들은 자연, 사랑, 고독, 기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고 일부 평자가 말하는 것처럼 어떤 철학이나 사상보다 ‘사소하고 무상한 사물이나 인정을 불멸과 무한, 즉 영원 속에다 연결하려는 노력’ 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크게 자랑할 만한 것은 못 되지만 꾸밈없고 소박한 마음의 노래들을 지난 30년간 꾸준히 읽어주는 독자들이 많았다.
저자는 독자들의 아름다운 편지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 사연도 가지각색인 독자들의 수많은 편지들은 세상과 수도원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며 때로는 저자가 쓰는 시들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고독과 침묵의 수도생활을 통해서 저자 자신도 조금씩 ‘버릴 것은 버리고’ 한 편의 시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사랑도 나무처럼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둣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 속에 발을 묶고
홀로 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사랑을 하면 사랑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