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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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도서는 북유럽을 통해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아빠엄마가 지역 글쓰기 대회에서 계속 상을 타서 시에 대한 책은 전부 읽어보는게 좋은 것 같다. 나도 시를 써서 사는 구에 내면 책에 실어 주고 원고료를 준다.

이해인 시인은 유명하다고 하는데 유명한 시는 어떤건지 궁금해서 봤다. 신춘문예는 한 번 읽어보니까 너무 난해해서 힘들었다.

이 책은 이해인 수녀의 61년 기도 위에 피어난 영문시집이다. 저자는 시들이 언어의 벽을 넘어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이해인 수녀는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새민트 루이스대학 영문학과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 했다.

1970년 소년 지에 동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현재 부산 을리베따노 성 베네딕도에 몸담고 있다. 그의 시는 한마디로 간절한 마음으로 부르는 사랑과 기도의 노래다.

그 사랑과 기도는 신이라는 절대자에서부터 우리 주위의 작은 불꽃과 돌맹이 하나에 이르기까지 고루 닿아 있다.

이해인 수녀는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을 따뜻한 기도로 감싸는 시를 쓰고 있다.

저자는 『민들레의 영토』를 세상에 내놓은 지 어느덧 반세기가 되고 수도원에 입회한 지 61년이 되는 올해, 다시 『눈꽃 아가』를 손에 들고 겸허히 고개를 숙여 독자들에게 인사를 한다.

모든 시집은 언제나 하느님을 향한 저자의 기도이자 세상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편지였다.

바쁘고 힘든 일상의 삶 속에서도 저자의 시집을 읽어주는 독자가 있어서 저자는 작은 꽃씨 하나를 심듯이 시를 쓴다.

이 책은 자연과 고독, 사랑과 기도, 그 모든 것 속에 숨은 은총의 빛을 담고자 애썼던 저자의 진심이 깃든 시집이다. 한국어와 영어로 세상에 나오게 되서 저자는 기뻐한다고 한다.



영문시집은, 저자의 작은 시들이 언어와 벽을 넘어 더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귀한 다리가 되어 줄거라고 믿는다.

이 영어 번역이 낯선 이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전할 수 있기를 그래서 새로운 시의 벗이 생길 수 있길 소망한다.

눈은 이내 녹지만, 그 순결한 흔적은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 이시집이 그런 눈꽃의 자취처럼 삶의 어느 날 어느 순간 이 시를 읽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썼다.

어린 시절부터 시는 저자에게 가장 순결하고 애틋한 그리움의 표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날마다 노래를 부르듯이 시를 낭송하는 가족들 사이에 가끔은 동요도 지어보며 행복했던 저자는 시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면서 막연히 아름답고 시적인 삶을 꿈꾸곤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 문예반 활동을 했고, 여고시절엔 여러 백일장에서 입상하며 선생님들의 인정과 격려를 받는 일이 기뻤다.

그러나 수도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일단 문학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가끔 혼자만의 노트에 글을 적어두곤 할 뿐 작품집까지 내며 발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1976년 종신서원을 전후로 당시의 수도원 원장님이 한국의 어느 원로시인에게 그동안 써 모은 저자의 시들을 한 번 보이게 했고, 그 시인이 혼자 보기 아깝다며 출판을 간곡히 권유한 것이 계기가 되어 첫 시집『민들레 영토』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저자의 시는 바로 저자 자신에게, 이웃에게, 신에게 그리고 자연과 사물에게 보내는 진솔하고 겸허한 사랑의 편지이다.

저자가 쓰는 시의 주제들은 자연, 사랑, 고독, 기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고 일부 평자가 말하는 것처럼 어떤 철학이나 사상보다 ‘사소하고 무상한 사물이나 인정을 불멸과 무한, 즉 영원 속에다 연결하려는 노력’ 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크게 자랑할 만한 것은 못 되지만 꾸밈없고 소박한 마음의 노래들을 지난 30년간 꾸준히 읽어주는 독자들이 많았다.

저자는 독자들의 아름다운 편지들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다. 사연도 가지각색인 독자들의 수많은 편지들은 세상과 수도원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며 때로는 저자가 쓰는 시들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고독과 침묵의 수도생활을 통해서 저자 자신도 조금씩 ‘버릴 것은 버리고’ 한 편의 시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사랑도 나무처럼

사랑도 나무처럼

사계절을 타는 것일까

물오른 설레임이

연둣빛 새싹으로

가슴에 돋아나는

희망의 봄이 있고

태양을 머리에 인 잎새들이

마음껏 쏟아내는 언어들로

누구나 초록의 시인이 되는

눈부신 여름이 있고

열매 하나 얻기 위해

모두를 버리는 아픔으로

눈물겹게 아름다운

충만의 가을이 있고

눈 속에 발을 묶고

홀로 서서 침묵하며 기다리는

인고의 겨울이 있네

사랑도 나무처럼

그런 것일까

다른 이에겐 들키고 싶지 않은

그리움의 무게를

바람에 실어 보내며

오늘도 태연한 척 눈을 감는

나무여 사랑이여

사랑을 하면 사랑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될 것 같다.



눈꽃 아가

1:

차갑고도 따스하게

송이송이 시가 되어 내리는 눈

눈나라의 흰 평화는 눈이 부셔라

털어내면 그뿐

다신 달라붙지 않는

깨끗한 자유로움

가볍게 쌓여서

조용히 이루어내는

무게와 깊이

하얀 고집을 꺾고

끝내는 녹아버릴 줄도 아는

온유함이여

나도 그런 사랑을 해야겠네

그대가 하얀 눈사람으로

나를 기다리는 눈나라에서

하얗게 피어날 줄밖에 모르는

눈꽃처럼 그렇게 단순하고

순결한 사랑을 해야겠네

2;

평생을 오들오들

떨기만 해서 가여웠던

해묵은 그리움도

포근히 눈밭에 눕혀놓고

하늘을 보고 싶네

어느 날 내가

지상의 모든 것과 작별하는 날도

눈이 내리면 좋으리

하얀 눈 속에 길게 누워

오래도록 사랑했던

신과 이웃을 위해

이기심의 짠맛은 다 빠진

맑고 투명한 물이 되어 흐를까

녹지 않은 꿈들이랑 얼음으로 남기고

누워서도 잠 못 드는

하얀 침묵으로 깨어 있을까

3:

첫눈 위에

첫 그리움으로

내가 써보는 네 이름

맑고 순한 눈빛의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서 기침하며

나를 내려다본다

자꾸 쌓이는 눈 속에

네 이름은 고이 묻히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무수히 피어나는 눈꽃 속에

나 혼자 감당 못할

사랑의 말들은

내 가슴속으로 녹아 흐르고

나느 그대로

하얀 눈물이 되려는데

누구에게도 말 못할

한 방울의 피와 같은 아픔도

눈밭에 다 쏟아놓고 가라

부리 고운 저 분홍가슴의 새는

자꾸 나를 재촉하고.......

나에게는 아직 첫눈, 첫 그리움, 순결한 사랑을 할 기회가 있다. 저자의 시는 신춘문예 상을 받은 시들처럼 기이하거나 난해하지는 않고 아름답고 쉽게 다가가고 와닿고 공감이 간다. 많은 사람들이 왜 저자의 시를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빠엄마한테도 이 시집을 보여드렸는데 아빠엄마도 저자같은 시를 쓰고 싶다는 바램이 생기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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