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고전이 좋았을까 - 오래된 문장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
신은하 지음 / 더케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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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도서는 북유럽을 통해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입니다.



고전은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 같다. 이 책중에 13권을 읽었는데 거의 기억나는게 없는게 정말 아쉽다. 다시 읽고 상기시켜 보고 싶다.

저자는 신은하는 책모임을 사랑하는 독서 활동가이다. 좋은 책일수록, 두꺼운 고전일수록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을 때 더 깊이, 더 끝까지 읽을 수 있다고 믿는 ‘함께 읽기’ 마니아이기도 하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지만, 책모임을 통해 통해서는 충분히 변할 수 있다고 믿기에 그 효과를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전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문학 석사)와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사회복지학 석사)를 졸업하고, 27년간 다양한 분야에서 교육자와 기획자로 활동해 왔다.

아이들의 사춘기를 계기로 ‘엄마의 자아 찾기’를 시작했고, 2011년부터는 인문학 학습 모임에 꾸준히 참여해 오고 있다.

현재는 숭례문학당, 시립도서과, 고등학교 등에서 독서와 글쓰기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어린이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함께 하는 책모임을 통해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성장한 삶’을 실천하고 있다.

가치관과 정체성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는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하나같이 책 읽는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학교 수업, 방과 후 학원, 과외 혹은 독서실로 이어지는 일과 속에서 아이들은 쫓기듯이 살아간다.

그러니 간신히 짧은 틈이라도 생기면 운동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지 굳이 골치 아픈 고전문학을 펼치려는 아이들은 드물다.

그래서 종종 생각한다. 마음을 다잡고, 고전문학 한 권을 펼쳐 읽어내는 청소년이 있다면, 그는 이미 남다른 선택을 한 사람이라고,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호밀밭의 파수꾼》 《데미안》 《어린 왕자》 《변신》 《월든》 같은 책들을 읽고 토론 하며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 그것만큼 값진 공부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삶을 위한 진짜 공부가 될 것이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이다. 여기서 각각의 약자가 가리키는 것은 무엇일까?” 많은 학생이 우리의 인생이 Birth(탄생)와 Death(죽음)사이의 Choice(선택)이다.

그들에게 태어남과 죽음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불가항력이지만, 그사이의 수많은 선택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많은 선택 가운데 ‘독서’라는 선택도 꼭 들어 있으면 인생이 풍성해질 것 같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어떤 선택은 하루의 기분을 바꾸고, 어떤 선택은 평생을 뒤흔든다. 결국 좋은 인생이란 좋은 선택이 쌓여 이루어진다.

고전문학 속에는 인간이 직면한 가장 인상적이고, 치명적이며, 중대한 선택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 앞에서 고뇌했고, 안나 카레니나는 가정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렸다.

이반 일리치는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자신이 걸어온 길이 허상이었음을 깨달았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이처럼 타인의 선택을 미리 만나보는 일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우리 삶에 닥쳐올 수많은 시험 문제를 풀기 위한 힌트가 되어 준다.

최근 참여하고 있는 시립도서관 고전문학 북클럽에는 가입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고전 읽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가운 징후다.

세상은 눈부신 속도로 최첨단 AI시대로 나아가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 한편에는 오히려 오래된 고전에 대한 갈증이 깊어지고 있다.

왜일까? 아마도 디지털 기술 덕분에 손쉽게 정보를 얻고, SNS를 통해 수많은 이들과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진정한 사유는 줄어들고, 마음과 마음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유난히 고전문학이 던지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에 관한 깊은 질문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

고전은 우리에게 ‘삶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통과 결핍의 연속’이라고 말해준다. 이 불안전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쾌한 해답을 주는 대신 함께 고민하고 성찰하도록 이끈다.

수많은 인물의 인생 여정을 통해 자연스레 자기 삶의 끝자락을 미리 떠올리게 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지나온 삶을 반추하게 한다.

여러 도서관과 기관, 학교 등에서 ‘고전문학 함께 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고전의 맛과 멋을 나누다 보면, 혼자 읽던 문장이 타인의 시선을 만나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고전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 함께 읽을 때 더 오래 , 더 깊이 남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박경리의《토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멜빌의 《모비 딜》같은 벽돌 고전도 결국 ‘함께 읽기’의 힘으로 완독할 수 있었다.



고전은 마법 같다. 청소년기에 읽은 고전을 청년기와 중⦁장년기에 다시 읽으면, 그때마다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저자는 중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고전을 읽기기 시작했다.

‘인생이 쉽지 않다’ 라는 것을 체험으로 아는 나이가 되자, 고전은 훨씬 더 깊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고전의 세계로 다시 발을 내디딘 것이다.

고전은 여전히 묵직하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고전에 마음이 끌리는 지금, 함께 읽을 동지가 있으면 더 좋은데 그런 사람이 잘 없는 것 같다. 엄마가 같이 책을 읽고 아빠가 글을 쓰기는 하는 것 같다.

“참 감사하다!” “정말 다행이다!” 저자의 어머니는 그야말로 ‘감사대장’이다. 일상의 그 어떤 순간에서도 기어코 감사할 거리를 찾아낸다.

그 비결은 15세 때 세례를 받은 이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은 ‘새벽기도’에 있다. 어머니의 ‘평생 감사’는 언제나 마음의 주파수를 좋은 곳에 맞추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전화 너머로 하소연하면, 어머니는 한참을 가만히 들어 주시다가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신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저자의 고민은 문제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쭈글주글 구겨졌던 마음이 어느새 펴진다. 가슴 한쪽에 환한 전구가 켜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라는 말은 너무 흔해서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이 말만큼 실감 나는 진리는 없다. 우리 삶에는 우리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참 많지만, 단 하나, 마음먹기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결국 인생은‘무슨 일이 일어나느냐’보다 그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고전은 인생의 일을 어떻게 잘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네 마음에서 생명의 샘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고전문학 중에는 이처럼 중요한 마음, 특히 부서진 마음과 지켜야 할 마음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하는 작품이 있다.

바로 일본 근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났메 소세키(1867~1916)가 1914에 발표한 소설, 《마음》이다. 저자는 《마음》을 읽는 내내, 선생님이라는 인물에 공감하기가 쉽지 않았다.

인간에 대한 배신감과 자기혐오가 그를 염세주의자로 만든 건 이해가 되지만, 과거에 사로잡혀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그의 태도는 안타까움을 넘어 답답하게 느껴졌다.

아내에게조차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하고, 결국 자살을 통해 속죄하려는 모습은 자살을 미화하는 듯한 인상을 주어 불편하기도 했다.

《마음》은 메이지 시대 말기 근대화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주의를 예리하게 포착해, 인간관계 속에서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일본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중요한 고전으로 평가받지만, 제목이 《마음》인 만큼 역설적으로 선생님은 자신의 마음을 가장제대로 돌보지 못한 일물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문제는 언제나 마음이다. 남의 마음이 아니라, 바로 내마음, 날마다 이 마음을 살피고,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잠깐씩이라도 짬을 내서 눈을 감고 기도하거나 명상을 해야 한다.

어쩌면 마음속 작은 멈춤이 삶의 중심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바로 고전이 마음부터 인생을 살아가는 방향들을 알려주는 존재들이 대거 등장하는 작품일 것 같다. 저자가 왜 고전을 좋아하는지 그 비밀을 잘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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