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 가장 주목되는 품목은 우리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다. 4월 초 품목별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자동차 등 다른 산업군보다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향후 관세가 부과될 여지가 남아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상태다. 반도체는 우리 수출 최대 품목이지만, 미국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적은 편이라고 피해는 다른 산업군 대비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한국산 반도체의 대체재가 없다는 점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범용 메모리는 한국과 중국 시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한국반도체에 매겨진 관세가 오히려 미국 기업에 원가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가 반도체 관세를 일종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등 실제로 관세를 부과되더라도 반도체 관세 주요 생산국인 우리나라는 물론 대만과 중국, 동남아 등이 똑같이 적용받는 만큼 우리만 크게 불리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자동차에 25% 관세율이 매겨지면, 그동안 한미 FTA에 따라 무관세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며 실적을 올렸던 우리 자동차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우리 자동차 수출은 전기차 캐즘 등의 영향으로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전쟁에 한국산이 중국산 대체될까봐 걱정이다. 미국이 유독 중국에 145%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중국도 미국에 125% 관세로 맞대응하면서 양국 간의 관세전쟁이 점차 격화되는 모양새다. 양국의 관세 부과가 점차 확대되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두고 중국보다 낮은 관세율이 부과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얻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대중국 무역제재를 본격화한 2025년부터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관세 폭탄은 장기 전략이 아닌 단기 충격요법에 더 가까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런 만큼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과도하게 우려해 협상 테이블에서 서둘러 우리 것을 내어주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망사용료부과, 고정밀지도 공유 불허, 플랫폼 공정거래법 등을 무역장벽으로 거론했다.
미국의 관세율 부과에 일회일비하며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서둘러 내어주기보다 중장기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는 등 페이스를 유지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관세로 인한 수출 저하를 우려해 전략을 급히 선회하다간 중장기적으로 늪에 빠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전방위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무역, 기술, 외교, 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할 것이다.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수출 통제와 투자 제한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더 세밀해진 압박은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자유무역주의의 후퇴와 함께 각국이 자국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간의 경제 블록화와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2.0시대의 미∙중 패권 경쟁은 단순한 양국 간의 갈등에 그치지 않는다. 그간 전 세계에서 통용돼온 경제 질서가 재편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근본적인 변화 속에서 기업과 투자자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와 실행력이 요구된다. 미국과 관세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이 역시도 확신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10%가 최저세율이라고 밝힌 만큼 부담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관세전은 범세계전이고 다차원전이라서 정말 잘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