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피츠제럴드가 글쓰기에 관하여 남긴 의견과 통찰을 모두 담고 있다. 이전에 출간된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과 짝궁 책이다. 와 대단한 책이다. 피츠제럴드와 헤밍웨이는 사람의 관점은 각기 달랐지만, 다른 작가들에게 아낌없이 조언을 나누었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진다. 헤밍웨이는 가르치는 일을 즐겼다는 사실은 너무 유명하다. 피츠제럴드 전기를 쓴 안드레 르봇은 피츠제렐드 역시 ‘배운 것을 나누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사람’ 이라고 설명하며, 앤서니 포웰의 말을 인용한다.
가장 미국적인 두 작가가 지닌 글쓰기에 대한 신념의 차이가 궁금해진다. 이 두 작가는 세계를 향한 미국적 접근법을 대변한다. 헤밍웨이의 철학은 오늘은 남은 내 인생의 첫날이다라고 했다면 피츠제럴드의 철학은 조금 더 본질적이고 시적이며 헤밍웨이의 것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오늘은 연속적으로 보낸 지난 날들을 끓어내는 날이다.’라고 했다. 그의 철학은 시간이라는 개념과 깊이 얽혀 있어서, 언젠가 말콤코울리는 피츠 제럴드에게 ‘마치 시계와 달력으로 가득찬 방에 사는 사람같다는 ’표현까지 했다.
감정과 경험은 언어 이전의 영역에서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그것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의식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글자를 조합해야 한다. 피츠제럴드는 이 과정을 누구보다 탁월하게 해낸 작가다. 혼자라고 느끼던 감정이 사실은 모두의 보편적 감정이었음을 깨닫는 과정이라고, 그는 문학의 아름다움에 관해서 말한다.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가 가진 고독 과 좌절, 희망과 열정이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그는 재즈 시대의 아이콘으로 결코 평탄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운명처럼 글쓰기를 시작했고, 생계를 위해 멈추지 않고 써내려갔다 하지만 결국,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생계 수단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는 일’임을 깨닫는다. 피츠제럴드는 문학가의 길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온전히 정제하여 독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로 탈바꿈시킨다고 했다. 또한 자신을 ‘문학적 도둑’이라 칭하며, 어디에서든 배움을 얻었다. 엉망으로 쓰인 책을 읽고 글쓰기에 용기를 얻었고, 위대한 작가의 글을 곱씹으며 위대한 이유를 파고들어 자신의 작품에 녹여냈다.
다른 작가를 경쟁자로 인식하기보다는 같은 소명을 짊어진 동료로 봤다. 그런 시각은 정말 좋은 시각같다. 조언을 구했고,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자신 역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소한 것들을 중요한 것처럼 포장하는 게 특기였는데, 그런 책들도 거의 베스트셀러에 가까웠다. 그때 결심하고 책을 쓰기 시작 했다. 책을 쓰려면 메모부터 시작하는 거다. 아마 아주오랫동안 메모해야 할지도 모른다. 무언가 떠오르거나 기억이 나면, 반드시 적절한 자리에 적어 둬야 한다.
생각이 났을 때 바로 적어 둔다. 나중에 다시 떠올리면 처음처럼 생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작가는 무엇 하나 허투루 허비하지 않는다. 피츠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를 빨리 완성하고 싶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아름다워도 맥락에 맞지 않으면 잘라내야 한다. 아름다워 보이는 것 , 적당히 괜찮은 것, 심지어 뛰어나 보이는 것도 잘라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