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나 중국이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건 책으로 많이 읽었는데 기업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지 또 알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저자 클레어 프로보스는 비영리단체 저널리즘•사회변화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이자 공동소장, 독립 언론매체〈오픈 데모크라시〉의 국제 조사 부문 책임자, 런던 탐사보도센터cu회원, 〈가디언〉의 데이터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또 다른 저자 매트 켄니드는 영국의 외교정책을 조사하는 탐사보도 전문 언론〈디클래시파이드 유케이〉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조사원, 런던 탐사보도센터의 회원과 이사를 지냈으며, 〈파이낸셜 타임스〉의 전속 기자로 워싱턴 DC, 뉴욕, 런던에서 근무했다. 지은 책으로 『비정규군』『부정한 돈벌이』 등이 있다.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
20세기에 들어 유럽의 제국들이 무너지면서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 구조가 재편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이어 일어난 것은 민주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소리 없는 쿠데타였다. 전 세계에서 기업의 권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그에 저항하는 사람들에게서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새로운 인프라가 세워진 것이다. 투자를 내세워 개발도상국의 자원을 약탈하고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국가정책을 가로막으려는 초국적 기업 제국의 민낯부터 안정적인 비즈니스로 변질된 국제개발원조 활동, 경제특구와 민간이 개발하는 신도시에서 벌어지는 부당한 일들, 군대와 안보에까지 지배력을 행사하는 기업의 형태 등을 다뤘다.
이 책을 쓴 두 명의 탐사 저널리스트는 수많은 자료를 샅샅이 살피는 동시에 유럽,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의 25개국을 찾아가 밀착 취재와 인터뷰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개빈이라는 남자를 만난 곳은 런던 중심가의 작고 분주한 식당이었다. 사방이 검정 널빤지로 덮여있고, 소박한 영국 음식을 내는 곳이었다. 평일 점심시간이었고, 식당은 근처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으러 나와 대화하느라 여념이 없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야심에 찬 젊은 기자들이 원하는 것을 잔뜩 가진 듯한 남자와 인생을 바꾸는 만남을 가질 장소로 안정맞춤이었다. 남자는 탐사보도로 대단한 업적을 쌓았을 뿐 아니라 ‘말썽꾼’이자 가까운 친구인 동료들과 신념을 위해 모험에 뛰어들었다.
저자는 개빈 맥페이든을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개빈은 중요하면서 어려운 탐사보도를 지원하기 위해 2003년 런던에서 탐사보도 센타를 설립했고, 우리는 CIJ의 회원 면접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하지만 우리는 개빈과 그의 이력에 관한 자료를 닥치는대로 찾아 읽었다. 그는 런던에 오기 전 미국의 민권운동과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 니카라과 혁명을 취했으며, 최근에는 위키라크스와 줄리언 어산지를 적극 지지해 이름을 더욱 널리 알렸다. 우리는 개빈이 사는 세계, 즉 위험천만하고 파란만장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잔뜩 흥분했다.
그 세계는 자신이 하는 일에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원하는 주제로 공익을 위한 탐사보도를 할 수 있도록 2년의 기간과 급여를 제공한다는 두루뭉술한 구인 광고에 지원했고, CIJ의 회원으로 뽑혀 개빈 밑에서 일하게 되었다. 면접에서 개빈은 흔히 할 법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고, 우리의 이력이나 성과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산업폐기물 처리장 인근 지역에서 암 발생률이 높아졌다. 그곳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어떻게 알아낼 거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