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설득력을 유지하고 더욱 다듬어야 하는 주된 이유는, 정치 성향이 반대인 사람을 설득하려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 보는 것도 유익하겠지만 말이다. 그보다는 정치 성향이 거의 없다시피 한 수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들의 합리적인 주장과 새로운 증거에 실제로 반응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이다.
상대와 반대되는 정치적 입장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에너지 낭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설득이 불가능한 사람을 바꾸려는 시도를 통해 왜곡된 만족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이러한 노력은 부질 없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정치 분위기를 오염시키는 경향이 있다. 보수와 진보의 성향 차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상대편과 더욱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 이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 소속의 인지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주장으로 유명해졌다. 레이코프에 따르면 보수주의자는 정부와 피지배자의 바람직한 관계를 비유한 ‘엄격한 아버지의’ 언어로 주장한다.
반면 진보주의자는 ‘자애로운 부모’의 언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성향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은 보수와 진보가 다르게 소통한다는 레이코프의 생각과 일치하지만, 이 차이의 본질과 결과에 대한 견해는 다르다. 보수주의자가 자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거나 진보주의자가 엄격한 태도를 보이려는 시도는 보통 잘 통하지 않으며, 양측에서 내세우는 정책의 핵심적 차이를 간과하게 한다. 사람들은 가짜를 쉽게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그 핵심적 차이는 외부자와 규범 위반자, 새로운 생활양식의 지지자를 대우하는 방식과 직결된다. 진보주의자는 사람들을 포용하려는 반면, 보수주의자는 맞지않는 사람들이 완전히 존재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회생활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를지라도, 사용하는 언어가 적절하다면 목표가 맞아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대외 원조를 보면 트럼프의 극렬 반대층이 극렬 지지층을 향해 도덕적 의무를 이유로 다른 나라를 돕기 위한 미국의 원조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설득한다면,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면, 미국에 들어와 정착하려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바로 무시당하는 처사는 면할 것이다. 이것이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수사와 모순될 수 있다. 트럼프가 과거 ‘거지 소굴 같은 나라들'이라 부르던 국가 사람들의 미국 유입을 막는 것이야 말로 일부 트럼프 추종자가 용인할 만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일반적인 보수주의자, 특히 트럼프 지지자는 지구 온난화와 극단적 기후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기피한다.
실제로 기후 변화의 불안정한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군사 및 방위 공동체에도 널리 퍼져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수억 명의 사람들이 터전을 잃고 떠돌며, 국제 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특히 트럼프 지지자에게 우려가가 될 사안이다. 이처럼 기후 변화의 결과를 강조하는 것은 보수주의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러셀 파지오 팀의 최근 연구에는, 보수주의자가 코로나 19 방역 지침을 비롯한 ‘강제적 제약’ 에 더 부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그리고 그 조치를 ‘질서와 체계의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프레이밍 한다면, 보수층에게 훨씬 바람직한 방향으로 다가갈 수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면, 그다음 단계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절한 언어를 구사함으로써 공유할 수 있는 정책 목표를 찾아내는 것이다. 성향의 차이를 진지한 태도로 인정하면, 정치 담론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정치 파벌이 생물학적으로 근거한 성향에 기초한다. 파벌을 잠시 ‘억제’할 수 있어도 없애기란 불가능하다. 그리고 파벌은 에머슨과 밀처럼 ‘전통과 혁신’ 세력 사이의 ‘화해할 수 없는 대립’을 반영하는 형태를 띤다. 워싱턴은 파벌이 강력하고 끈질기며, 짜증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