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버그 부부의 사형으로 저자는 평생 사형 반대론자가 됐다. 한편 데이비드의 사고 연습은 가장 기초적인 추론의 첫 발판이 되어주었다. 그것이 바로 그가 앞으로 성장시켜 꽃피울 ‘사고력 학습법’ 이었다. 인생은 어린 데이비드가 스스로 생각해 결정해야 할 문제들을 끓임 없이 떠안겼다. ‘지금 울리는 이 경보는 실제 공습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또 다른 훈련인가? 이 경보는 평소에 사이렌을 테스트하기 때문에 나는 건가?’ 데이비드는 학교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책을 많이 읽었다.
데이비드를 가장 매료시킨 질문들은 정의에 대한 것으로, 주로 어떻게 세우고 유지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대학 밖의 세상은 급속히 변해갔다. 청년 문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낡은 사회적 관습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의 때 등장한 데이비드의 ‘지식 투쟁’도 만찬가지였다. 베트남에서 벌어진 전쟁과 유색 인종을 대하는 방식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난상 토론이 벌어졌다.
데이비드뿐만 아니라 그를 가르치는 교수들과 다른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이 지적 대화를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민주 사회를 유지한다면서 어떻게 일부 국민을 별개 시설에 불평등하게 따로 몰아넣고 차별하는 게 가능한가?’ 데이비드가 대학에서 받은 과제는 어머니와 함께 정치 유세 활동을 펼쳤던 어릴적 기억을 상기 시켰다. 교수 연구실에서 했던 추론들은 단순히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데이비드는 주어진 문제를 더 잘 이해한 다음 해당 문제를 검토해 새롭게 의문을 제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신 모델을 구축하고자 했다.
사고하는 법을 배우면서 데이비드의 머릿속에는 수천 가지 새로운 질문이 떠올랐다. 이러한 추론을 통해 데이비드는 과거의 형성된 선입견이 현재 자신의 사고 패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는다고 해도 자료를 복습해야 할 때는 닥쳐오기 마련이다. 배운 내용을 어떻게 되새기는지에 따라 엄청남 차이가 생긴다. 학생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눈 다음, 단어 목록을 주고 공부하게 했다.
일부 학생들에게는 집중하라고 당부했다. 첫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철자만 주목하면 되었겠지만, 두 번째 그룹의 학생들은 단어의 의미까지 생각해야 했다. 이 실험이 다른 심리학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학생들은 적극적이고 의미 있게 배운다면 단순 반복이나 사소한 것에 집중해야 할 때보다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수십 명이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받는 방법에 관한 책을 출간했다. 이런 방법은 전략적 학습법의 목적에만 적합하다.
학생들이 A를 얻는 데만 골몰하거나 주력하면 심층적 학습자, 적응 전문가, 창의력이 높은 사람은 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정신의 역동적 힘을 키우는 동시에 학업 성적도 같이 올릴 수 있는 공부법이 있을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 해답은 우리가 만났던 학생들에게서 얻은 학습법에 있다. 당연히 그러한 학습법이 배움의 본질을 다루는 연구들에서 강력히 다루어지기는 했지만,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에 관한 우리의 연구와 심층적 학습법을 다룬 다른 수많은 연구 문헌을 다시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주제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또 찾으며 질문하고 평가해야 한다. 머릿속에서 단어를 갖고 놀며 재미있게 공부하라고 되어있다.
기억장치에 무엇을 채우든 적용 원리는 동일하다. 이해하려면 깊은 ‘연산망’이 필요하다. 연상 기법을 아무리 활용한다 해도 반복해서 보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얼마나 자주 반복해야 하는 것일까? 중요한 시험을 앞둔 전날 밤에 끝없이 반복해 보는 것이 효과적일까?
아니면 며칠, 몇 주에 걸쳐 반복 횟수는 같아도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부지런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은 세부사항을 암기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그러한 전통적인 공부법은 시간 낭비일 수도 있다. 같은 내용을 두 번 접하면 그것을 기억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세 번, 네 번, 계속 접할수록 , 다시 말해 접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기억하는 시간은 더 늘어난다. 자주자주 여러 번 접해야지 기억이 잘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