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의 소화계, 장내 미생물, 뇌는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을 찾고, 수확하고, 준비하는 본능적 능력을 연마하며 함께 진화해왔다. 동시에 인간은 엄청나게 다양한 음식을 먹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생애 초기에 음식이 장내 미생물군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성인이 됐을 때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성과 질병에 대한 회복력의 토대를 형성한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면 비만에서 과민대장증후군까지 광범위한 건강 문제가 생길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생후 2살 반〜3살 때 평생 유지될 장내 미생물군이 형성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아이의 몸은 각종 장내 세균이 악기를 하나씩 맡아 연주하는 교향악단을 조직하는 것과 같다. 특히 모유가 아기의 장을 건강한 미생물로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게 알려져 있다. 그런데 모유의 성분은 엄마가 먹는 음식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의 식사가 아기가 성인이된 후 대사질환이나 비만에 걸릴 위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중 많은 부분은 아기의 장내 미생물군이 초기에 설정될 때 이루어진다. 엄마들은 모유가 아기에게 최고의 음식이라는 걸 예전부터 알았지만, 최근의 장내 미생물 과학은 모유가 그렇게 건강에 이롭다는 뜻밖의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모유에는 아이의 발달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고, 그 외에 특정장내 미생물 집단들을 먹일 수 있는 화합물인 프리바이오틱스가 들어 있다.
모유올리고당이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장이 모유올리고당을 소화할 수 없는데도 여성의 몸이 이것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모유 성분 연구의 세계적 전문가 중 한명인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의 데이비드 밀스가 지적했듯, 모유올리고당은 철처히 아기의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 위해 진화한 유일한 식품이다. 우리는 글루텐 함유 식품에 대한 집단 히스테리를 목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현상을 부채질하는 것은 글루텐프리 식품산업의 수십억 달러 규모 마케팅 캠페인이다.
식용 글루텐의 유해성을 믿는 사람들에는 그들이 질병이라 확신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 확인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 식단의 높은 지방 함량, 인공감미료, 식품 유화제, 그 외의 요인들이 신경 말단, 장의 내분비세포와 면역세포에 있는 많은 수용체를 포함하여 장 안의 수많은 감지기의 설정값을 바꿨을 수 있다. 손상된 뇌 영역의 신경세포에는 신경기능을 방해하는 비정상적 단백질 덩어리인 루이소체가 있는 것으로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장에서 생긴 변비가 초기 증상이라면, 파킨스병이 장에서 시작되어 점차 뇌로 올라갈 수 있을까?
파킨스병은 장-뇌 질환일 수 있을까?
장내 미생물이 범인 중 하나일 수 있을까?
새롭게 제시된 흥미로운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할 때, 이 모든 질문의 답은 ‘그렇다’ 일 수 있다.
미생물과장, 신경계 사이의 복잡한 화학적 대화를 빠르게 해독하면서, 우리는 인간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 이 지식을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귀중한 정보도 얻어내고 있다.
스탠퍼드대학교 교수인 미생물학자 데이비드 렐먼이 최근에 그 질문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출생 후 인간의 미생물군 조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과 요인은 무엇인가?
어린 시절 장내 미생물 혼합체는 성인이 된 후의 건강과 질병 위험도를 좌우하는가?
장내 미생물군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장내 미생물군을 어떻게 더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게 만들 수 잇으며, 장내 미생물군이 건강하지 않을 때 다시 건강하게 만들 방법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 답하려면 장내 미생물군을 포함해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러 질병 요인을 평가하는 신중하게 설계한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
장차 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군 지형과 시스템에서 생성되는 신호전달분자를 평가할 수 있게 되면, 항생제, 스트레스, 식이요법, 기타 불안정화 요인들에 대한 취약성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의학적 치료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거나 장내 미생물군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개인 맞춤 치료법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장내 미생물군 구성을 포함한 개인의 여러 요인을 고려해서 만든 개인 맞춤형 식이 권고안은 식후 혈당 수치를 개선한다. 또한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에 대해 장내 미생물이 보내는 조기 경고를 알아챌 수 있다.
장내 미생물 분석은 효과적인 의료 검사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검사는 아직 잘 연구되지 않은 뇌-장질환인 자폐스펙트럼장애,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같은 특정 질병이나 그 질병에 대한 취약성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다. 먼 훗날 나노 기술과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해 만든 프로바이오틱스로 장내 미생물군을 조작하는 비싼 신치료법이 나타나면 복잡한 생태계 안에서 개별 미생물을 표적으로 삼는 일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장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장은 자연에서 자란 엄청나게 다양한 채소, 과일, 기타 식물성 식품과 그보다 적은 동물성 단백질을 처리하는 정교한 시스템을 진화시켰다.식품산업이 가공식품에 첨가한 지방, 설탕, 각종 첨가물을 처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해산물이나 땅콩 알레르기 같은 특성 식품 알레르기가 있거나 셀리악병 같은 심각한 질병을 앓지 않는 한 식품의 자연적 다양성, 주로 식물성 식품을 제한하는 극단적 식이요법은 피해야 한다. 주로 식물성 공급원에서 나오는 다양한 식품을 섭취하는 ‘기본 원칙’ 안에서 자신만의 맞춤 식단을 개발해야 한다. 뇌와 장이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얘기를 심각하게 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