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 인격이다 - 임상심리전문가 김선희가 전하는 다정함의 심리학
김선희 지음 / 나무생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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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나는 책을 많이 봐서 대화도 잘 통하고 잘 맞는데 아빠는 박사이기는 하지만 책을 우리보다는 많이 안 봐서 그런지 대화가 트렌트를 못 쫓아가서 엄마랑 나한테 쿠사리를 드신다. 아빠가 다정하고 글도 잘 쓰기는 한데 더 대화가 잘 통했으면 좋겠다. 이 책을 보고 도움을 받고 싶다.

저자 김선희는 한국임상심리학회 공인 임삼심리전문가이자 보건복지부 공인 1급 정신건강임상심리학을 토대로 정신병리와 심리치료, 대인관계 적응 및 역동을 탐구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지식을 풍부한 경험으로 내담자를 돕고 있다. 특별히 부부심리치료 분야에 전념하여 부부와 가족관계 전문 임상가로 내담자를 돕고 있다. 연세대학교 학사, 석사를 거쳐 동대학원 임상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저자는 ‘김선희’부부상담 센터를 개소했다. 저자의 책으로는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내 남자 안아주기⟩가 있다. 저자는 인간답게 그리고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봤다.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타인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감을 전제로 한다. 부부 상담을 받고자 내담하는 많은 이들의 말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편의 거친 말로 인해 오랫동안 상처를 받았다.” 아내가 거침없이 막말을 한다. 서슴없이 모욕적 언사를 쏟아낸다. “날카로운 말로 내 나음을 후벼 판다.” “내 말은 무조건 자르고 윽박지른다.” “욱하며 욕설을 내뱉는다.”라고 호소한다. 장기간 말로 난도질당했다며 아파한다. 이 모두 언어적 학대에 해당한다. 언어로 무기 삼아 학대자가 되었고 또 피해자가 되었다.

사연을 들어보면, 관계를 표현해 내고 마음을 드러내는 언어 본연의 순기능을 파괴당한 이들의 이야기다. 상대를 대하는 방식이 역기능적으로 망가진 이들 관계 속에서 빚어내는 뼈아픈 이야기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들은 자신의 말과 행위가 언어적 학대인지 알지 못한다. 화가 나서 그런 거라며 가벼이 넘기려 한다. 상대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언어적 학대는 심리적 정신적 학대의 한 유형으로, 폭력에 해당한다. 애정의 토대 위에 세워진 부부관계, 가족 관계에서라면 더욱 심각하다. 신체적 물리적 폭력뿐만 아니라 언어적 학대도 폭력이며 그 위해는 명명백백하다. 한 인간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을 무너뜨리고 영혼을 황폐화시킨다. 말의 본산은 마음이다. 입과 입술의 뿌리는 마음에 있다.

마음을 정비하지 않으면 말, 말투, 어법은 변할 수 없다. 많이 배우고, 지식이 많다고, 대화법 책을 통달했다고 말을 잘하거나 다정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마음과 마음의 연결이다. 우리는 그 방식과 마음이 정감있고 다정하길 원한다. 유대감이 필요하다. 그것이 말에 담겨져 나오길 소망한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다.

성장기 동안 우리는 부모로부터 사랑과 훈련을 받는다. 사랑만으로도 안 되고 훈련만으로도 안 된다. 보통의 건강한 아동기, 청소년기를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랑도 필요하고 사랑을 전제로 한 일관된과 돌봄과 훈련도 필요하다. 사랑이 전제된 훈련은 어루만짐으로 작용한다. 어루만짐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랑이 전제된 돌봄과 훈련을 경험한 아이는 애정 어린 학습과 격려를 통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어른이 될 수 있는 토대를 갖춘다. 어릴 적 부모의 사랑 안에서 훈련 없이 자라면 가족의 소중함 보다 자랄 때 자신을 이용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그런 자가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가져도, 아내의 옳은 말 하는 것을 잔소리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자녀마저도 소중함을 모르고 자신을 이용한 여자의 말을 듣는다. 어릴 적 곁에서 지켜주는 부모가 없다고 무시하고 이용한 자를 분별하지 못한다. 바로 어루만짐없이 성장했기 때문이다. 타인의 사랑과 훈련 중에서 부모랑과 훈련이 중요하다는 건 모든 심리학자가 동의하는 바다. 아이는 본능과 충동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기 전에 주변 어른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 맞게 행동을 조절하고, 나아가 이를 말로 표현하는 법도 배운다.

이런 훈련이 부족했던 아이들이 여러 복합적인 경로를 거치면서 막말하는 어른이 되고 자기 주변 소중한 이에게 언어적 학대를 행하는 이로 살아간다. 어릴 때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폭력적인 말과 독선적 언사가 튀어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경우에 따라 막말이 매우 세련되고 지능적인 방식을 취할 때도 있다.

사랑이 전제된 훈련과 징벌은 필요하다. 무분별한 징벌은 지양되어야 한다. 기다림과 인내가 사랑인 이유다. 섣불리 엄한 처벌을 받은 아이는 생명력과 도전정신, 탐험 욕구, 모험심이 죽는다. 사랑이 전제된 훈련이 아니라 처벌을 지배적으로 가혹하게 받은 아이는 ‘으깬 감자’처럼 짓눌리고 어그러진 채 세상살이를 밀고 나가는 힘, 도전정신의 싹이 잘려 나간다.

자존감이라는 용어는 심리학 용어로 긴 시간이 지나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다 못해 일상의 단어로 정착했다. 자존감은 자기존중감의 줄임말로, 자신의 능력과 가치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와 판단, 태도를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다. ‘내가 나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와 같은 평가 개념이 들어가 있다. 자존감은 타인, 환경 그리고 세월 속 복잡단한 경험과 상호작용을 하며 조성된다.

성장기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지고 고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성인이 되어 심리적 훈련, 새로운 경험과 학습을 통해 일정 부분 조정되기도 한다. 자존감은 높낮이를 표현할 때 이는 진짜 자존감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순간의 ‘기분’을 표현하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다. 자존감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작업이 아니다. 성장 배경 속에 비밀의 열쇠가 있다. 어렵더라도 그 배경에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

나를 정확히 알기 위해 자신의 성장사와 그 경험에 다가가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자존감의 높낮이를 가늠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의미를 지닌다. 자신과 자신에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 연민의 마음을 갖고 출발하는 게 필요하다. 자존감의 높낮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또 다른 올가미가 될 수 있다. 호기심과 탐구의 눈으로, 있는 그대로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자기 사랑이자 자기존중이다. 중요한 건 자존감의 높낮이가 아니라 인간미와 개성이다. 좌절에도 불구하고 성장과 성숙에 대한 믿음, 실패 속 깨달음을 환영하는 배움의 자세, 자기 성찰과 개인적 통찰에 대한 사랑, 즉 심리적 마음가짐이 관점이다. 희생 중에 건강하지 못한 희생이다. 맹목적 희생은 독성이 강하다.

부모-자녀 관계나 일대일의 애정 관계에서 맹목적인 희생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맹목적인 희생만으로는 사랑의 결실을 이루기 어렵다. 오래된 희생은 분명히 알리고 보상받고 더 강렬히 희생하며 집착한다. 응어리가 점점 커지고 있음에도 더 격심하게 희생하며 질주한다. 자기연민에 깊이 빠져들 뿐이다.

그렇게 참다보면 결국 화산이 되어 폭발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도 가해자는 알지 못한다. 왜 자신이 그런 어려움을 당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과를 바라면 다 지나간 일을 들추어서 잔소리 하다고 적반하장으로 큰 소리 친다. 폭발하거나 원망을 하면 생색낸다고 한다. 맹목적인 희생은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



부부 관계는 참으로 어렵다. 결혼 후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부딪친다. 갈등과 실망, 분노와 환멸을 불러일으키는 시간들이 일어난다. 배우자의 뚜렷한 불찰로 관계가 망가지기도 하지만, 어느 한쪽이 잘못한 것도 아니고 최선을 다하였는데 부부 생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기도 한다. 부부는 연인 관계와 달리 서로에게 차원이 다른 의존을 발생시킨다.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력도 남다르다. 연인은 자기 필요한 것만 이용하기 때문에 언어를 다정하게 할 것이다. 자신의 필요한 만큼 이용하고 나면 안 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부는 그렇지 못한다. 서로 책임을 져야 할 게 있지 않을까? 부부는 결혼할 만큼 서로를 사랑하는 사이고 깊은 부분도 공유하기에 거꾸로 서로를 가장 아프게 할 수 있는 관계다.

결혼은 연애의 연장이 아니다. 결혼과 연애는 차원이 다르다. 연애와 차원이 다른 부부 관계의 난이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결혼은 고난도라는 것을 인정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배우자와 함께 한 지붕 아래에서 오순도순 살며 얻어지는 그 결실에 감사할 뿐이다. 긴 세월을 함께한 부부가 힘있게 살아낸 시간으로 아로새긴 두 사람의 대서사 결혼과 부부에, 그것에 어울리는 기쁨과 보람의 결실, 영광의 결실을 기대한다.

다정함의 근원이자 필요조건인 돌봄! 부부애의 정수도 돌봄이라 생각한다. 특히 배우자가 아플 때의 돌봄이 그렇다. 일대일 애착 관계의 주요 기능을 궁극적으로 역경을 헤치고 살아남는 것이다. 부부가 함께 즐거움과 행복, 성공 경험을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사의 실제인 역경과 고난을 배우자와 함께 손잡고 헤쳐 나가는 것이 애착 관계의 목적이자 목표이자 이유다.

역경과 고난을 함께 헤쳐 나가기 위해선 단기 관계가 아닌 장기 관계 속 두 사람의 안전한 결합과 결속, 협력, 애착이 필수다. 부부에게 닥치는 수많은 역경 중 배우자가 병든 것만큼 애통한 것이 또 있을까? 인간이 더없이 약해지는 순간, 스스로 뭔가를 하기 어려운 상황, 어쩌면 죽음 앞에 한 발짝 다가선 그 시범에서 의미 있는 타인의 함께함, 돌봄은 불가피하다.

이때 부부애의 정수가 드러난다. 헌신적 사랑으로 배우자를 돌보는 것 이것이 인간의 참사랑이다. 신체의 아픔은 단순히 육신의 고통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신체 질환으로 아픈 당신의 몸과 그 여파에 압도된 고통스런 마음은 당신의 삶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당신의 배우자는 아픈 몸과 마음을 넘어 고난의 인생마저 끌어안은 역사적 사랑의 증인이다. 이는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니며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실로 귀하고 소중한 것이 거룩한 다정함이다. 교회 언니 오빠들의 부모님이 병원원장이고 700억의 재산이 있는 분들인데 돌아가시는 걸 보면서 인생에 대해서 배우자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짧은 인생에서 성공하고 많은 걸 가졌다고 안 죽는 것도 아니고 가진 돈을 전부 쓰고 가는 것도 아니다. 다정함을 가지고 진정한 사랑으로 가꾼 가족만이 마지막에 남고 영원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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