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미술관: 이건희 홍라희 마스터피스 - 한국 근현대미술사 대표작부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희귀작까지
권근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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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이건희 컬렉터 전시회를 가려고 해봤는데 경쟁이 너무 쎄서 못갔다. 책으로 먼저 읽고 전시회를 나중에 아빠랑 엄마랑 가면 내가 도슨트를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었다. 저자 권근영은 서울대 미술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중앙일보 기자였다.

차례를 보면 파트1 아주 사적인 그림 백남순,이중섭, 유영국, 이성자, 이배, 파트2 우리 곁의 마스터피스, 박대성, 박수근, 장욱진, 도상봉, 최종태, 군선도,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주자, 아미타삼존도이다. 이중섭 의 소 그림은 47억이다. 음,,47억만 있으면 우리 동네에서는 충분히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박수근, 김환기에 이어 한국에서 그림값이 가장 비싼 화가이다. 이중섭은 가장 불행했던 예술가이다. 불행하다고 하니까 고흐가 또 생각난다. 예술을 하면서도 행복하면 안되는건지 그게 의문이다. 가족과 떨어져 살며 그림만 그리고 행려병자로 40살에 생을 마감했다. 역시 한국의 반 고흐라고 한다.

개성있는 스타일과 이런 불행스토리까지 더해지니까 가장 사랑받는 국민 화가 되었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황소, 흰소 등 이중섭 작품 104점이 기증됐다. 기중품 중 유영국, 피카소 다음으로 많다. 유화, 은지화, 엽서화, 편지화 등이 있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에는 이중섭이 살던 서귀포 집에서 바라본 무인도 섶섬과 바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집 앞 초가집들과 눌들은 사라졌지만 섶섬과 바다는 그대로 있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2021년 이건희 회장 유족이 이중섭미술관에 기증한 12점 중 하나다.

2021년 미술관은 70년만의 서귀포 귀향일은 특별전을 열었는데 코로나였는데도 5만 4000명이 방문했다. 서귀포의 환상은 이중섭이 남긴 그림 중에 가장 크다. 8명의 아이가 귤을 수확하고 있고 파란 바다 너머 하늘도 귤색이다. 멀리 제주 바다의 섬들이 보인다. 크기를 무시해서 아이 머리통만 한 귤, 사람만 한 새, 그런 새를 타고 날아가는 아이, 인물은 사실적이다.



제주 생활의 고마웠던 이에게 선물하기 위해 그린 거라고 한다. 서귀포의 환상은 이중섭과 도쿄와 원산에서부터 알고 지냈던 시인 구상이 오래 간직했다. 난 은으로 수작업한 그림을 선물로 받았는데 집이 좁으니까 그런 선물은 받아도 별로 안 좋다. 내 방이 워낙 좁으니까 비싼 그림이라고 해도 나한테는 그런 가치가 없는 것 같다.

청와대 비서관하신 총재님한테 드리기로 했다. 난 조금이라도 내 방의 공간을 확보하는 게 더 가치있는 일 같다. 서귀포의 환상을 이건희 회장은 2억에 샀다고 한다. 이중섭은 가족들은 일본에 보내고 자신은 정신병원을 드나들었다. 이중섭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가족과 선량한 사람을 위해서 새로운 표현, 위대한 표현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반 고흐의 편지가 출판된 것처럼 이중섭의 편지도 출판되었다. 이중섭은 참혹 속에서 그림을 그려 남겼다.

판잣집 골방에 시루의 콩나물처럼 끼어 살면서도 그림을 그렸고 부두에서 짐을 부리다 쉬는 참에도 그렸고 다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도 그렸고 대폿집 목로판에서도 그렸다.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도 그렸고 외로워도 슬퍼도 그렸고 부산, 서귀포, 통영, 진주, 대구, 서울 등을 표랑전전하면서도 그리고 또 그렸다. 이 부분만 읽어도 짠하고 마음이 아프고 뭔가가 아리다. 내 생각도 나기도해서이다.

평생 아파서 방에만 있어야 했고 하나님앞에 기도말고는 할 수 없었던 상황이 떠올랐다. 이중섭하면 바로 소하고 떠오른다. 원산에서 이중섭이 소를 열심히 관찰해서 소도둑으로 몰린 적도 있다. 이중섭의 소그림을 본 게 초등학교 때였다. 스위스그림대회나 홍콩그림 대회에 나가보라고 해서 여러 그림을 찾다가 이중섭의 소그림에 꽂혀서 소와 관련된 뭔가를 그리고 싶었지만 전학을 가게 돼서 그림대회도 포기하게 되었다.



어릴 때 소그림을 보면서 그 그림을 그린 게 한국 사람인가 외국사람인가라고 궁금했고 그 이후에도 소그림이 여기저기 정말 많았다. 이제서야 이 책을 통해서 이중섭의 그림이고 화가중에 화가, 화가위의 화가, 한국의 고흐라는 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중섭에 대한 스토리를 알게 돼서 그런지 소그림을 보면 바로 이중섭과 그의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오버랩돼서 떠오를 것 같다.

그도 소처럼 기상있고 힘있게 일어나고 싶어서 소를 그렸을지도 모르겠다. 말년에 건강부터 가족에게 편지보내는 것까지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고 하는데 아프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랬을 것 같다.

그의 그림이 우리나라 예술계에 한 획이 아니라 여러 획을 긋고 우리나라 화가하면 바로 소가 떠오르는 건 그의 삶이나 그가 어떤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린 것이 전혀 헛된 일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의 그림이 47억이라니 그의 스토리와 그림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금은 덜 아프고 덜 슬프다.

아빠가 아는 교수님이 그림을 선물해서 화가인 친구와 안국동에 팔러 갔다. 집이 좁은데 그림이 너무 커서 놓을데가 또 없어서 였다. 친구랑 그림을 팔러 여러 화방, 전시실을 돌아다녔다. 그런데 선물 받은 그림은 30만원을 준다고 했는데 옆에 하얀 바탕에 네모 2개가 있는 그림인지 뭔지가 있어서 얼마냐고 물으니까 2억, 3억이라고 했다.

난 그림을 전공한 친구한테 왜 저렇게 비싸냐고 물으니까 그 작가의 히스토리나 명성때문일거라고 했다. 난 이 책에서 그 작품의 작가를 만났다. 유영국이었다. 요즘 뜨는화가는 이배라고 한다. 본명인가. 이배는 숯으로 작업을 많이 하는데 그 작품이 이번 서울 옥션에서 1억 5000만원에 낙찰됐다고 한다. 이배는 스테이플러로 곤충의 모양을 만들었는데 기발하다.

박수근 그림을 보면 박수근은 왠지 시골할아버지처럼 생겼을 것 같은데 정장에 안경을 쓴 스마트한 현대 남자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우리가 잘 알고 아껴줘야 하는 한국작가들같다. 그림도 감상하고 예사롭지 않은 작가들의 삶도 알게 돼서 재미있기도 하고 애잔하기도 하다. 이건희회장이 세금도 관계가 있겠지만 우리나라 미술사에 많은 공헌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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