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단독주택 - 아파트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단독주택에 살아 보니
김동률 지음 / 샘터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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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에 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고 나중에는 단독주택을 장만하고 싶다. 요즘 교회장로님이나 권사님이 팰리스에 사는데 돌아기시고 치매에 걸리고 암에 걸려서 그런 비싼 아파트도 건강에는 안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도시 속의 전원주택에 살고 싶어졌다. 저자 김동률은 서강대 기술경영 대학원 (MOT)교수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수습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하여 10년간 취재기자로 일했다.

이후 미국사우캐롤라이나 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에서 매체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채널 A, MBN, KTN에서 서사 프로그램 앵커로 활약했다. 이밖에 방송, 정부부서 등에서 다양한 회원으로 활동했다. 단독에 살려면 동네고양이도 친해져야 한다. 아파트와는 달리 단독에 살면 방범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파트는 경비실도 있고 출입구도 명확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단독은 그렇지 않다.

현관문 앞에 죽은 쥐도 고양이가 물어서 갔다 놓는다. 아내와 딸은 “끼악”하고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다. 밤에는 마당에 시커먼 나무도 무섭다. 마당에는 언제나 길고양이가 제 집처럼 논다. 길고양이들은 사람이 주는 음식물을 먹는다. 가장 어려운 것은 물이다. 음식물에 있는 염분을 해소하며 살아간다. 동절기에는 물이 귀하다.기온이 내려가면 물이 얼어 버리기 때문이다. 고양이는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삶과 단독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단독에 살면 목욕탕 가는 횟수가 늘게 된다. 아파트와 달리 하루 종일 보일러를 켜 두어도 아파트처럼 펄펄 끓는 물이 아니다. 조금 뜨겁다고 느낄 정도다. 단독은 겨울에는 춥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어야 하는 4월이다. 저자는 며칠 궁리 끝에 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기로 했다.

볕이 따뜻한 봄날 오후에는 멍 때리기가 딱이다. 오후에는 폼 나는 말로 표현하자면 사색이다. 꽤 괜찮은 자기 치유법이다. 힐링이 된다. 이 분야의 대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르드저서 <월든>에서 사색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인이 사색하기는 쉽지 않다. 사치스럽다고 한다. 나는 월든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책을 마음껏 읽고 깊은 사색을 하는 책같았다.



요즘은 사유하기보다는 말의 홍수에 산다. 날마다 말의 바다에서 헤엄치기와 다름없다. 명상을 포기하는 것은 정신적인 파산 선고와 같다. 어릴 때 슈바이처 박사를 아주 좋아했다. 슈바이처 박사의 어린 시절에 가난한 친구와 싸우다 이겼을 때 “너처럼 매일 고기를 먹었으면 내가 이겼을 텐데” 라는 말을 듣고 슈바이처 박사는 육식을 끓었다는 에피소드는 여전히 살아있다.

단독에 살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단풍나무 밑도 좋고, 덩굴장미 아래도 좋다. 손바닥만 한 정원에도 정이 가는 구석이 있다. 어렵던 유학시절 벤치에 앉아 고향 생각을 달랬다. 귀국할 때 벤치는 짐이 된다며 이구동성 버리고 가라고 했지만 화물 편에 포함시켰다. 유년 시절, 시골 앞산에 뻐꾸기가 많았다. 그 소리를 듣으면서 낮잠에 빠졌고 그 소리에 잠 깨어 어머니에게 칭얼대기도 했다.

뻐꾸기 울음 고향 ═고향이라는 등식이 저자에게는 있다. 볕이 속절없이 따뜻한 봄날 한 곡조 뽑을 때 블루투스음원이 필요하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밀리 떠나라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과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사월의 노래> 박목월시, 김순애 곡이다.

나무를 베었을 때 잠을 이루지 못했다. 크고 작은 온갖 나무들은 저자에게는 숭배의 대상이다. 특히 겨울나무가 좋다. 눈 덮인 응달에 외로이 서 있는 겨울나무야 말로 저자에게 진정한 외경의 대상이다. 그래서 이원수 선생은 겨울나무를 두고 “평생을 살아봐도 늘 한 자리 넓은 세상 얘기로 바람께 듣고 꽃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는” 존재로 묘사했다.

고교시절 배운 이양하 선생의 수필<나무> 덕분에 나무는 저자에게 하나의 거룩한 종교로 각인 되었다. 나무는 덕을 지녔다.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한다.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며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안다. 안개에 잠긴 아침의 고독을 알고, 함박눈 펄펄 날리는 겨울 아침의 고독을 안다.

나무를 신앙처럼 경배하던 저자가 나무를 베었다. 해마다 늦여름이면 태풍이 분다. 드디어 아랫집에서 들고 일어났다. 태풍에 나뭇가지가 집 쪽으로 쓰러지면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겁을 잔뜩 준다. 저자의 고민은 깊어 갔다. 애지중지한 나무를 베어 죽여야 한다니 그러나 아랫집의 위험함을 지나치기에는 나무가 너무 컸다. 베어내야 하나 며칠째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환청인지는 몰라도 나무가 저자에게 속삭였다. 저자는 나무를 너무 사랑한다. 그런데 베어 내려니 환청까지 들렸다. 잠도 몇일을 걸렀다. 결국 다음날 아침 저자는 결정했다. 생에 단 한번 피는 대나무 꽃을 기다리며 아침저녁 골목길에서 이웃을 만나게 된다. 단독주택에 살면 어쩔 수 없이 이웃과 알은체 하게 된다.

저자는 왜냐고 묻지 말라고 한다. 그냥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사는 동안에는 그런 경우가 드물었다. 정원에는 대나무가 있다. 정확하게는 집 바깥 정원이다. 10여 그루가 넘으니 꽤 무성한 편이다. 일급비밀을 공개하자면 이 집은 전설적인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작품이다. 대나무는 서양에서는 쳐주지 않지만 유독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인기가 많다.



당나라 시인 소동파는 “고기 없는 식사는 할 수 있어도 대나무 없는 식사는 할 수 없다”고 했다. 고기를 안 먹으면 몸이 수척하지만 대나무 없으면 사람이 저속해진다. 대나무 꽃은 좀처럼 피지 않는다. 백년에 한 번 필까 말까다. 저자의 집 대나무에 꽃 피는 풍경을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 대숲을 가만히 보면 그 여린 줄기를 꺾어 피리를 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본다.

낙엽을 태우는 냄새가 잘 볶은 커피 향과 같다. 커피 볶는 냄새=낙엽 태우는 냄새라니 도통 모를 소리였다. 낙엽 태우는 냄새, 커피향 향을 실험해 보는 기회가 생겼다. 저자는 벽난로를 피우면 화롯불이 생각난다. 불 때는 게 너무 재미있던 생각이 난다고 한다. 장작을 더 가져와 사랑방 아궁이에 몰래 밀어 넣었다. 그 날 이후 저자는 온돌 방바닥이 지글지글 끓는 한옥에서도 화롯불이 왜 필요한 것인지 알았다.

저자가 지금 사는 단독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혹한 것은 벽난로를보는 순간 필이 꽂혔다. 겨울이 깊어지면, 애써 벽난로를 피운다. 사람에게는 작은 마당이 꼭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단독주택이 좋은 것 같다. 단독에 살면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일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단독을 선호하는 이유다. 저자에게 들은 단독 주택 얘기는 낭만이 있고 사색이 있고 진짜 사는 느낌이 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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