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명화 수록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5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외젠 들라크루아 그림, 안인희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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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명작 전집으로 읽었는데 기억이 거의 안 나는 것 같다. 파우스트도 다시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다. 현대지성클래식 시리즈는 좋은 책이 너무 많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법학박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라이프치히 대학과 스트라스부르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법률가로 일하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써서 유럽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행정부의 요직을 하다가 재상을 했다. 이탈리아로 떠나 2년 동안 주요 명소를 돌아보고 고대의 예술품들을 접하면서 고전주의 예술관을 확립하고 미완의 작품을 완성할 동력을 얻었다. 이 책은 702페이지로 되어 있다.

차례를 보면 헌사, 무대의 서곡, 천상의 서곡, 비극 제1부 비극 제2부(5막 극)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제 괴테 연보가 나온다. 파우스트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평생에 걸쳐 쓴 생애의 작품이다. 파우스트 이야기는 어린 시절 인형극으로 처음 만났고 20대에 이 내용을 쓰기 시작해서 82세의 나이로 죽기직전까지 계속 쓰고 고치고 다듬었다. 중세의 대학자이자 마법사인 파우스트가 악마와 계약을 맺고 온갖 모험을 계속하는 일종의 판타지 작품이다. 파우스트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상상력과 함께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문학작품은 언어로 된 예술 작품이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한 작품을 제대로 알려면 전체를 통짜로 읽어야 한다. 파우스트는 2개의 계약으로 진행된다.

주님과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에 벌어지는 내기,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내기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요청으로 파우스트가 양피지에 피로 서명을 하면서 서면계약 형태로 발전하지만 차이가 없다. 이 책은 기독교 사유가 기본이다. 제 2부 5막 작품 전체의 마지막 장면이 천상의 서곡에 대비되는 천상에서의 장면으로 끝난다. 작품의 시작 부분에서 주님이 메피스토펠레스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참회하는 여인들이 그레트헨을 불러올리고자 성모께 간구하고 그레트헨의 영혼이 파우스트의 영혼을 위로 끌어 올리려 애쓴다. 주님과 대천사 셋, 메피스토텔레스 등 남성적인 존재들이 작품을 시작하고 영광의 성모와 참회하는 여인 셋, 그레트헨 등 여성적인 힘이 작품을 마무리한다. 남성적, 여성적, 웅장함, 조용함의 대칭적 구조를 지닌다.

파우스트는 한 인간의 전체 삶을 다루고 악마와의 대화와 그의 내면을 보여준다. 악마와 계약을 하고 온갖 경험을 하면서 권력과 부를 모조리 차지하는 걸 보면서 지옥에 가도 좋으니 파우스트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할 사람도 있지만 악마는 매우 정직한 영혼을 찾아다닌다. 파우스트는 엔텔레케이아를 구현하고 엔텔레케아는 본래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비극 제1부에 등장하는 파우스트는 중세의 7학문을 통달하고 마법까지 익혔다. 당대의 지식을 모두 익힌 엄청난 학식과 능력의 소유자지만 삶과 세상과 자연에서는 완전히 격리된 채 서재라는 감옥에 갇혀 책과 실험 도구 연구를 계속하는 존재다. 파우스트가 나랑도 좀 비슷한 면이 많은 사람같다. 그는 이런 삶의 방식에 대해 그의 내면에서 반발이 일어난다. 자연 속을 마음껏 거닐고 삶에서 마주할 수 있는 온갖 아픔과 고통과 행복감을 전부 맛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죽음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마법외투를 입은 메피스토펠레스가 그의 삶으로 찾아온다. 파우스트는 시간의 정지도 원하고 악마를 스스로 불러들인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도와준다고 하지만 일을 고약하게 만들고 지옥으로 데려갈 영혼의 수를 늘려간다. 괴테는 여성이 느끼는 고통을 아프고 아름답게 묘사를 잘한다. 파우스트는 자신의 엔텔레케이아를 온전히 펼치기 위해 오랜 시간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한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주님의 허락을 받고 파우스트의 정신의 힘을 그 원천에서 떼어내 메피스토텔레스의 길로 데리고 내려갔지만 그 정신을 붙잡지는 못했다. 파우스트의 정신이 쾌락에 사로잡혀 거기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우스트는 수많은 잘못과 오류를 범했으나 근본적으로는 항상 올바른 방향을 지키려 애썼다. 파우스트 마지막 장면에서 고난의 성모는 영광의 성모로 바뀐다. 낮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고통의 힘이 변용하여 가장 높은 곳의 힘이 된다. 이런 사상은 도덕경에도 있다. 최고선은 물과 같다. 도덕경도 영원히 여성적인 것을 예찬한다. 괴테는 어린 시절에 인형극을 통해서 파우스트 소재를 처음 만났다. 수산나 마르가레타 브란트 사건이다. 줄거리를 보면 제1부의 내용은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자의 비극과 악마가 안내하는 세계 그리고 그레트 헨 비극이다. 1.비극 제1부, (1)학자의 비극, 밤, 성문앞에서:악마를 불러들임, 서재(1):악마의 본질, 학자 파우스트와 마법사 파우스트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다. 서재(2):악마와의 계약, 다시 찾아온 메피스토텔레스는 파우스트에게 정식으로 계약을 제안한다.

이승에서는 악마가 파우스트의 종이며 동반자로 저승에서는 파우스트가 악마의 종노릇하자는 것이다. 메피스토텔레스가 가진 망토는 순간이동 장치와 타임머신 기능까지 갖췄다. 아우어바흐의 술집, 마녀의 부엌, 마법 거울 속의 가장 아름다운 헬레네를 만나지만 바로 다음 장면에서 순진한 소녀 그레트헨에 홀딱 반한다. (2)그레트헨 비극, 길거리(1)~길거리(2):그레트헨과의 만남, 늙은 파우스트는 사라지고 젊어서 섹스에 눈먼 사내가 나타나 그레트헨을 자기 앞으로 데려오라고 한다. 그녀를 위한 선물도 샀다고 한다. 성급한 욕망부터 드러냈는데도 그녀는 훌륭한 모습을 한 신사에게 마음이 흔들렸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의 욕망을 위해서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그의 사랑에 대해서는 아무런 힘도 없다.

정원~대성당:사랑과 불안한 마음, 파우스트와 그레트헨은 마르테의 정원에서 만난다. 순진한 소녀 그레트헨은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순수한 태도로 그를 깊이 사랑한다. 비극적인 사랑을 예감한 파우스트는 자책하고 메피스토텔레스는 파우스트가 자신을 의지하고 악마가 많이 되었다고 한다. 그레트헨은 사랑하는 남자의 종교관과 불확실한 결혼과 종교의 공개 형벌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의 어머니와 오빠를 모두 죽이는데 그레트헨의 배 속에는 파우스트의 아이가 자란다. 발푸르기스 밤과 그레트헨의 처형, 사탄의 설교는 사탄이 마녀들에게 섹스와 황금을 찬양하고 사탄에게 예배를 올리라는 설교를 한다. 파우스트는 그레트헨이 처형당한다는 얘기를 듣고 감옥에서 그녀를 빼내오려고 하지만 실패한다.

2.비극 제2부, 전체를 세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제1막과 제4막은 중세 황제의 세계, 제2막과 제3막은 고대 그리스 세계와 헬레네 이야기, 제5막 전체 작품의 마무리다. 제2부는 제1부와 달리 엄격한 5막극 구조를 드러낸다. (1)제1막, 파우스트/메피스토펠레스는 황제의 궁정으로 들어간다. 파우스트는 점점 더 아름다움의 전형에 깊이 빠져들면서 헬레네를 포옹하는 파리스를 쫓아내려고 열쇠로 건드린다. 그러자 폭발이 일어나면서 파우스트는 바닥에 쓰러진다. 메피스토펠레스가 탄식한다. 파우스트/메피스토텔레스는 헬레네를 찾으러 고대 그리스 세계로 들어간다. 이동 수단은 메피스토첼레스의 망토 또는 19세기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기구다.

고전적 발푸르기스 밤에서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는 각기 제 갈 길로 돌아다니고 인조인간 호문쿨루스도 아직 생겨나지 못한 육체를 얻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들은 저마다의 목적지에 도달한다. (3)제3막, 파우스트와 헬레네는 짧은 목가의 행복을 경험한다. 고대에서 중세로 스파르타에서 미스트라스로 무대의 이동 장면이 직접 등장한다. 비록 안개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합창대의 노래로만 진행되지만 5막극의 중앙부인 제3막에 이런 시공간 이동이 배치된 것은 아무리 보아도 경이롭다. (4)제4막 헬레네 장면은 마치 꿈결처럼 사라지고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시공간 이동, 파우스트/ 메피스토텔레스는 제 1막에 등장한 황제가 대립 황제와 전쟁을 벌인다.


점점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텔레스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특성을 보인다. (5)제5막, 파우스트는 바다를 간척해 거대한 땅을 만들어 많은 백성들을 살게 하고 자기가 그 땅의 주인이 된다. 파우스트는 막대한 권력과 재산을 지닌 영주가 되어 궁전에 산다. 말년에 눈이 멀지만 지난간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만족하고 계약대로 삶을 마감한다. 죽은 그의 영혼을 두고 천국과 악마의 세력이 맞붙는데 두 세력의 힘은 팽팽하다. 천사들이 뿌린 사랑의 장미꽃 힘으로 양측의 균형이 살짝 흔들리면서 천상의 세력은 파우스트의 영혼을 위로 끌고 간다.

악마가 허우적대는 게 우스운 소극 형식이다. 파우스트의 영혼을 마지막으로 위로 끌어 올리는 것은 영원히 여성적인 것의 힘이다. 마지막 산꼭대기 구석에서 성모 박사가 성모를 찬양한다. 영광의 성모가 참회하는 여인들을 거느리고 위로 올라간다. 참회하는 여인들 셋은 전에 그레트헨이라 불리던 다른 참회하는 여인을 이 합창대에 받아들여 달라고 성모께 탄원한다. 그레트헨의 영혼은 파우스트를 안내하게 해달라고 노래하지만 파우스트도 뒤따라와서 그럴 필요가 없다. 이 책을 읽기전에 괴테가 70대에 19세 여성에게 고백했다가 거절을 당하고 파우스트에 집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때는 괴테가 변태성향의 치매 걸린 할아버지가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까 사람들이 왜 괴테괴테하는지 알게 되었다. 괴테는 정말 대단하고 아름다운 글이 뭔지는 아는 멋진 사람같다. 앞으로 현대지성 클래식에서 나오는 책은 될 수 있으면 다 읽고 싶다. 고전의 매력에 빠지게 하는 괴테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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