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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자전시집 ㅣ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홍쌍리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저자 홍쌍리는 1943년 밀양에서 태어나 1965년 스물 셋에 전남 광양 백운산 섬진강변으로 시집갔다.
집안이 망하면서 빚쟁이들에게 시달렸고 남편은 병에 걸리고 저자는 엄청 일을 했다.
저자는 매실나무를 심고 매실 먹거리를 연구했다.
매실은 식사 후에 먹으면 소화가 잘되고 엄마는 요리를 할 때 설탕대신 매실을 넣는 걸 봤다.
1994년 청매실농원을 설립하고 1997년 매실 명인으로 선정됐다.
매실 명인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1998년에는 대통령상을 받았다.
1995년 이후 매년 매화축제를 열어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언론에 매실을 밥상의 푸른 보석으로 알렸다.
저자가 수완이 아주 좋은 것 같다.
일하는 틈틈이 글을 쓰고 시를 썼다.
어떤 글은 편지가 돼 지인에게 보내고 어떤 시는 노래가 돼 사람들 앞에 불렸다.
저자가 지은 책이 4권 정도가 되고 이 책까지 하면 6권은 되겠다.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이라는 시는 저자의 시그니처 같은 시라서 읽어 봤다.
매화꽃아 나는 내 딸이제 매실아 나는 내 아들이제 아침이슬아 니는 내 보석이제 이 여인이 부러우면 흙의 주인이 되어보소 흙아 니는 내 밥 이제 산천초목아 니는 내 반찬이제 흐르는 계곡물은 숭늉으로 끓여 마시고 산에서 일하다 땀을 닦고 내려다 보이까네 흙은 내 넓은 가슴이네 야생화는 내 심장이네 흐르는 시냇물은 내 핏줄이네
오, 흙이시여 이 여인 흙의 주인이 아니었다면 뭘 하고 살았을까 흙은 이 여인의 인생인 것을 흙의 진미를 먹고 사는 여자인 것을
저자의 시는 스케일이 큰 것 같다.
요즘 꽃샘추위가 있으니까 꽃샘추위라는 시를 읽었다.
욱~하는 마음에 심술부리는 시건방진 선머슴 같은 꽃샘추위야 막바지 추위에 떨고 있는 꽃잎들에게 미안하다 말도 없이 저 구름 따라 가버린 얄미운 꽃샘추위야 미안하다 인사나 쫌 하고 가지
달이라는 시는 달 매화꽃에 내려앉아 그네 타는 초승달 여인네 눈썹이 초승달 닮았다면 참 예쁠 낀데 여인네 입술이 반달 닮았다면 보는 이마다 행복할낀데 보름달처럼 활짝 웃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제
바다여라는 시를 보면 저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 같은 세월을 되돌아보니 잔잔한 은빛 물결 평화로운 삶도 있었더라 눈물 한숨은 파도치는 저 바다에 던져버리고 갈매기 등에 업혀 이 섬 저 섬 훨훨 날아 구경 한번 가고 싶어라
반딧불이라는 시는 캄캄한 이 밤에 얼마나 외로워 동무 찾아 밤마다 불 밝히고 떠돌아다닐까 한번 쳐다봐 달라고 소리 없이 떠다니는 반딧불 이 밤이 다 새도록 헤매고 다니는 반딧불 외롭고 힘들어서 우짜노 반딧불아
봄꽃이라는 시는 엄동설한 봄바람에 일렁이는 봄꽃 닮은 내 인생 일에 스승이요 삶에 교과서 같은 일오는 아지매 아재들의 그 은혜 어찌 다 갚을까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한 이 마음을
사랑이라는 시는 내일의 기쁨을 위해 오늘 살아 숨 쉬는 것만도 행복하다
내 마음 외진 골목길 맴돌다 천천히가 아닌 바삐 걸어보아라 속 태우던 마음을 저 고랑 물결을 돌아 흘러가 부딪치는 그 마음도 뒷이야기들이 가득 고였다 흐르네 오늘을 사랑하고 사는 내 마음은 사랑하는 이와 행복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는 아픈 마음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싶도록 허전할 때 내가 채워 줄 수 있는 가슴이 되어 줄게 사랑하는 그 사람 가슴이 구멍 나도록 아플 때 내가 때워줄게 사랑하는 그 사람 가슴 속에 내 마음 숨어 있다가 힘들 때 꺼내 볼 수 있는 눈물 닦아줄 보고 싶은 사람이 되어줄게 가끔 아련히 떠오르는 그 얼굴 눈가가 젖도록 그리운 그 사람 표현 못할 뿐이지 사랑이 별 것인가 보고 싶은 사람이면 사랑이제
달님이라는 시는 외로워서 관심 좀 가져 달라고 한 번은 여인네 눈썹 같은 초승달이 되었다가 한 번은 여인네 입술 같은 반달이 되었다가 한 번은 여인네 활짝 웃는 보름달로 세상을 밝히다가 아무도 보는 이 없는 이 새벽 달님은 외로워서 울다가 웃다가 먼동이 트네
내가 관심이 가는 분야의 시들만 중점적으로 읽었다.
자연이 말하네 자연이 나를 부르는 소리 맑고 아름다운 자연의 웃음소리로 들리는데 먹구름 끼다 쏟아지는 빗소리에 자연이 아무리 나를 불러도 내 귀에 들리지 않는데도 풀벌레 노래 소리에 자연은 좋아서 웃음을 멈출 줄 모르네 자연을 동무삼아 울컥할 때는 눈물로 기분 좋은 날은 즐거운 노래 불러 자연이 이야기 하는 대로 다 받아 써 보니 시도 되고 노래도 되더라
책이라는 시는 사람이 책을 만든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 글이 주는 힘 어떤 삶의 여정을 썼는지 삶을 배우고 싶은 책 읽고 후회하지 않는 책 자식에게 남겨줄 기억 속에 떠나지 않는 책
행복이라는 시는 백운산이 품고 섬진강이 키운 매화꽃처럼 열심히 살아보래 봄이 새싹처럼 봄에 피는 꽃처럼 활짝 웃어보래 행복은 내 손에 있는 걸 잘 알잖아
돈 있다고 으시대지 마라라는 시는 부자 소리 들을 때 더 다소곳이 살자 있다고 시건방 떨지 말고 있을 때 사람 울타리 되면 대문 울타리가 없어도 마음 편히 살 수 있다 아이가 없다고 기죽지 말고 더 열심히 더 부지런히 호롱불만한 희망이 촛불만큼 밝아지고 미친 듯 더 열심히 살다 보면 전기불 만큼 밝은 날도 오더라 이 시대 젊은이여 삶의 용기는 마음먹기에 있더라 용기를 포기하지 말고 온갖 삶의 파도는 50대 안에 다 겪어삐라 내일은 꼭 해가 뜬다 아이가 젊음아 이 할마시 말 한번 들어보래
잘 살 때는 이라는 시는 잘 살 때는 인사라도 하는데 어느 날인가 못살게 되니 청소할 때 빗자루로 쓸어버린 먼지같은 존재더라 독침 같은 소리 들을 때 더 열심히 노력하여 잘 살라는 뜻으로 듣고 여름이면 밤마다 평상에 누워 저 별처럼 내 삶도 반짝이길 꿈을 품고 산 하루하루 내 꿈은 별처럼 빛나고 온 세상을 밝혀줄 햇님 같은 마음 어두운 밤 관심 좀 가져달라는 달님 같은 사람 이렇게 살수만 있다면 삶이 편안하고 행복할 낀데
가을 들꽃 단풍이라는 시는 노란 은행잎 저고리에 빨강 가을 단풍 치마 입은 아름다운 가시나들 가을바람에 춤추는 모습에 반해 소나무는 가을 들 꽃 향에 취하고
곱디고운 단풍잎 빨리 떨어질까 봐 바람막이 울타리로 든든한 소나무 머스마는 들꽃아 단충들아 니들 떨어져 뒹굴면 소나무 머스마 가슴이 멍들도록 아프데이
내년 가을 다시 만날 그날까지 눈보라 휘몰아치는 추위에도 한 눈 팔지 않고 버티고 서 있을게 내 사랑하는 들꽃아 단풍아
명품이 될 사람이라는 시는 아무리 좋은 옷을 입고 좋은 가방을 들어도 욕심이 쌓였는데 명품이 될까 사람이 명품이면 싸구려 옷을 입어도 명품으로 보이더라 명품보다 더 소중한 맑은 마음 말 한마디라도 정으로 사는 사람 잠깐 쉬었다 가는 인생 후배들아 명품 같은 삶을 살아 법 없어도 잘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어떻노
시집은 글이 짧으니까 읽기가 엄청 편하다.
저자의 시집에는 식물애호가나 풍경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사진이 많아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저자의 시는 목가적이라서 더 좋은 같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흘러가는 일상이 저자에게는 시가 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