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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 글쓰기 습관 - 논리적이고 인간적으로 설득하는 법 ㅣ 좋은 습관 시리즈 20
문혜정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7월
평점 :

저자 문혜정은 제5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4년부터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매일 누군가를 설득하는 글을 쓰고 말을 한다.
의뢰인에게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드리고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해 하는 변호사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나갈 때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
사회적 약자 보호와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활동에 관심이 많다.
저자는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고 하고 싶을 걸 못할 때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자신이 마음껏 인정받고 구애없이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라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했다.
원하는 대학에 못가서 열등감이 생기고 대학생활이 재미없었다.
그래서 생각한게 사법고시였다.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열등감이나 자격지심이 해소될 것 같았다.
사법고시에 합격했는데 사법연수원시절에는 또 판검사로 임용이 되거나 대형로펌에 취직하기 위해 또 경쟁을 해야 했다.
그런 현실이 답답했다.
변호사라는 일은 타인을 대변하는 일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온 의뢰인의 말을 듣는 것에서부터 변호사의 일은 시작된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맞이할 때 변호사를 찾는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 벅찰 때 자신의 문제를 변호사가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고용변호사로 일할 때에는 저자 스스로가 납득할 수 없는 사건도 맡아야 한다.
편법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문제 해결만 바라는 의뢰인을 만나게 되면 자괴감이 든다고 한다.
아무리 해도 안 될 사건을 되게끔 해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의뢰인 앞에서는 저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변호사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결과에 대한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소제기를 만류한 사건이라도 결국 패소를 하게 되면 저자에게 뭘했냐고 서슴없이 내뱉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변호사의 몫이었고 결국 더 말리지 않은 저자가 문제였다.
무거운 책임감은 계속해서 저자를 힘들게 했고 저자의 억울함과 답답함은 풀리지 못한 채 쌓여만 갔다.
계속 이렇게 일하다가는 저자를 잃어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일에 매몰되지 않고 버티기 위해서는 저자를 견고히 해야만 했다.
저자는 몰려드는 허탈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도 스트레스, 클레임, 불편한 관계들이 있었을텐데 어떻게 그 위치에 올랐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자기계발 서적들을 읽기 시작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평소 생활과 그들의 생활 습관이 궁금했다.
그리고 더 좋은 변호사, 신뢰할 수 있는 변호사, 존경받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이들을 따라한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책 읽기를 시작했고 그들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글쓰기도 하게 되었다.
글쓰기의 시작은 이처럼 허탈감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그리고 보다 결정적이었던 계기는 출산이었다.
아이를 낳고 잠시 일을 쉬는 동안 태어난 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변호사 일은 점점 뒤쳐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고 그때 할 수 있는 일이란 책을 읽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밖에 없었다.
글쓰기는 저자에게 탈출구였으며 저자를 치유해주는 일이었다.
저자는 업무에 복귀하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글쓰기를 고민했다.
하지만 글을 쓴다고 해서 당장 저자의 이름이 알려지거나 사건수임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무엇을 바라는 마음보다는 불안함을 달래기 위한 위안으로 글을 썼다.
무엇이라도 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했다.
변호사로서 자신의 일을 잘하고 자신을 알리는 글쓰기가 주어졌다.
서면은 변호사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는 법률 문서이다.
이 문서에는 사건의 개요와 의뢰인의 주장과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서 쓴다.
변호사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서면으로 변론을 하는 것이다.
저자의 일을 지속하며 변호사로서 저자의 가치관과 철학을 분명하게 하는 글쓰기를 한다.
자연스럽게 개업 변호사에게 필요한 홍보 나아가 퍼스널 브랜딩에 도움을 주며 저자 일에 대한 자부심과 가치를 스스로 되새기는 데 도움을 준다.
변호사는 말보다 글을 더 많이 쓴다.
몇 천 페이지가 넘는 기록을 읽고 서면을 쓰다 보면 사무실에서 새벽을 맞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의뢰인과 상담을 하고 기록을 읽는데 이것도 결국 서면을 쓰기 위한 일이다.
재판을 하러 가는데 재판이 겹치면 복대리인을 두고 재판에 출석시키고 서면도 대신 써주기도 한다.

저자가 바람을 피운 유책 배우자를 대리했고 상대방의 위자료를 방어했다.
저자의 의뢰인의 잘못으로 이혼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을 해야 했다.
그런데 상간녀와 밀담을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나 누가 봐도 연인처럼 보이는 사진 등 바람 피운 증거는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어떻게 된 거내고 묻는 저자에게 의뢰인은 그냥 아는 여자라는 소리만 반복했다.
한숨만 나왔지만 의뢰인을 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그럴싸한 표현을 찾았고 바람 핀 게 아니라는 변론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저자는 자신이 뭘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그냥 그 둘은 아는 사람이고 원고가 친밀한 둘 사이를 오해한거라고 서면을 작성했다.
담당 변호사인 저자가 봐도 너무 명백한 사실인데 재판정에서는 의뢰인과 함께 오리발을 내밀어야 했다.
이런 사건은 서면이 잘 써지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정에서 판사가 증거를 들이밀고 물었을 때도 부인했다고 한다.
저자는 법률사무소에 소속된 변호사라서 회사와 의뢰인의 주장을 따랐다.
이미 증거는 충분한데 단지 아니라고만 주장하는 말을 믿어 줄 사람은 없다.
의뢰인이 하자는 대로 앵무새처럼 말하는 변호사를 원한다면 변호사는 할 일이 없다.
변호사를 대필가로 착각하는 의뢰인도 있다.
자신의 말을 그냥 그대로 받아 적기를 바라는 의뢰인도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의뢰인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서 의뢰인을 대신해 판사와 검사를 설득하는 사람이 변호사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설득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변호사이다.
법조인이 쓰는 글은 정형화된 틀이 있다.
판결문, 공소장, 준비서면 등 모두 형식이 있어서 그에 맞춰 써야 한다.
판결문이나 공소장을 보는 이들은 당연히 어렵게 느낀다.
아빠도 친구변호사님들의 소장들을 모아서 나한테 갖다주셨는데 쓱 읽어보기는 해도 아직은 나한테 필요 없는 것 같다.
변호사는 법률용어를 사용하고 틀을 갖춘 서면을 쓰지만 의뢰인에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판사나 검사와는 다르다.
서면에서는 기소라는 용어를 쓰지만 의뢰인에게는 검사가 법원으로 사건을 넘겼다는 말로 대신한다.
법률용어도 쉬운 말로 바꾸거나 존댓말로 쓴 판결문이 등장했다.
변호사는 말보다 글을 잘 써야 한다.
변호사에게는 글이 곧 말이다.
아이들 중에 말을 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글을 잘 쓰는 아이가 있다면 변호사를 시켜야 한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가게 되면 읽고 쓰는 연습을 하는 데만 2년의 시간을 보낸다.
판결문 쓰는 연습, 공소장 쓰는 연습, 준비서면을 쓰는 연습 등 글쓰기 연습에 시간을 보내지 구술시험은 한번 도 본 적이 없다.
변호사의 말하기는 글쓰기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훌륭한 변호사가 되려면 말을 잘하려는 노력이전에 글을 잘 쓰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서면 쓰기를 넘어 교양 글쓰기까지 생각을 하고 있다.
변호사가 글을 잘 쓰면 사건에 승소하는 건 또 아니다.
제대로 주장했는지 주장에 맞는 근거를 제시했는지가 사건의 승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이다.
변호사로서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얼마나 논리에 맞는 주장을 적절한 근거를 갖고 하느냐에 달려있다.
변호사는 남을 위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의뢰인이 원치 않으면 아무리 필요한 주장이라고 해도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의뢰인을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설득이 잘 안된다.
변호사는 의뢰인 편에 서서 외뢰인의 주장대로 판사나 검사를 설득하는 글을 써야 한다.
변호사는 재판이나 상담이 없을 때는 서류에 파묻혀 한 편의 서면을 완성하기 위해 온종일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서면을 하루종일 작성하면 온몸의 기가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고 한다.
외뢰인이 작성한 서면을 마음에 들어하면 힘든게 날아간다고 한다.
의뢰인의 감정을 법에서 허용한 글로 다 담아내지 못해 안타까울 때도 있다고 한다.
법학은 논리적인 학문이다.
리걸 마인드도 논리적인 사고가 수반된다.
리걸 마인드는 반복과 훈련으로 길러질 수 있다.
반복해서 회독수를 늘리다보면 법률용어와 법리에 익숙해지면 리걸 마인드가 서서히 뿌리 내리기 시작한다.
리걸 마인드를 기르기 위해서는 사건을 다루면서 깊이 있게 공부하거나 관련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만이 답이다.
판례를 볼 때도 판례의 결론만을 숙지해서는 안 되고 판결의 배경이 된 사실 관계를 법원이 어떻게 확정하는지, 문제가 되는 쟁점을 어떻게 발견하고 사안을 해결하는지 논리 구조를 익히고 연습해야 한다.
변호사는 의뢰인과 소통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고 사건 수임을 잘하기 위해서는 영업력 같은 수임능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은 사건을 해결하는 능력이다.
변호사에게는 현실의 문제를 법리적으로 잘 해석해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능력의 바탕에 있는 것이 리걸 마인이다.
변호사들의 책을 많이 읽었지만 저자의 책이 가장 잘 쓰여진 변호사책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