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바꾸는 인문학, 변명 vs 변신 - 죽음을 말하는 철학과 소설은 어떻게 다른가?
플라톤.프란츠 카프카 지음, 김문성 옮김 / 스타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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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은 중학교때 읽었는데 지금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사람이 벌레가 돼서 벌레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거였는데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인데 어릴 때는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변명과 변신은 앞글자가 비슷해서 묶은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죽음을 얘기한 철학과 소설이라고 같이 묶은 것이다.

플라톤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으로 서양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명문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20세에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되었다.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셨을 때 그의 나이 28세였다.

여러 곳을 여행하며 견문을 넓히고 기원전 387년에 철학 중심의 종합 학교인 아카데이아를 세웠다.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철학이 담긴 글을 저술하며 그 안에 자신의 철학도 담았다.

파이돈, 크리톤, 향연, 국가, 프로타고라스 등 35편의 저서를 남겼는데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제외하면 전부 대화체 형식으로 되어 있어 대화편이라 불린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철학을 저술 활동으로 남기지 않았기에 그의 사상을 알려면 플라톤의 대화편을 보면 된다.

프란츠 카프카는 1883년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 보헤미아(현 체코)의 프라하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쓰는 유대인 사회에서 성장했다.

1901년 프라하 대학에 입학해 독문학과 법학을 공부했으며 1906년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어릴 때부터 작가를 꿈꿔 1904년 어느 투쟁의 기록, 1906년 시걸의 결혼 준비를 집필했고 1908년 노동자상해보험공사에 취직한 이후로도 14년 동안 직장 생활과 글쓰기 작업을 병행했다.

선고, 변신, 유형지에서 등의 단편과 실종자, 소송, 성 등의 미완성 장편, 작품집 관찰, 시골 의사, 단식 광대 등 많은 작품을 썼고 일기와 편지 등도 방대한 양을 남겼다.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 불안에 대한 통찰을 그려내 사르트르와 카뮈와 더불어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1917년 폐결핵 진단을 받아 여러 요양원을 전전한 끝에 병이 악화되어 1924년 빈 근교의 요양원에서 사망했다.

소크라테스는 살아 있는 동안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의 제자 플라톤이 스승의 사상과 철학을 알리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가장 유명하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하기 전 법정에서 변론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고발 당한 죄목에 대한 부당함을 열거하며 변론한다.

소크라테스의 죄목은 소크라테스가 하늘에 있는 것과 땅속에 있는 것을 탐구하는 괴상한 사람으로 악행을 일삼으로 악을 선처럼 보이게 하고 남에게도 터무니 없는 것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국가가 신앙하는 신을 믿지 않고 새로운 신을 믿는 죄를 범했으며 젊은이를 타락시킨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것이 오해임을 밝히며 자신은 자연철학을 모르기 때문에 그러한 것을 가르친 적이 없고 이런 오해를 받게 된 원인이 텔포이 신탁의 말때문이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 의미를 밝히기 위해 자기보다 현명한 사람을 찾아 나선다.

소크라테스가 찾아간 이들은 자신이 실제로 지닌 지혜보다 많은 지혜를 가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자기는 자신의 무지를 알기 때문에 이들보다 현명하다는 결론에 이르고 자신의 무지를 모르는 이들을 일깨워 주기 위해 사람들을 찾아다녔는데 그로 인해 사람들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는 경위를 설명했다.

서론에 해당하는 1차 변론과 문제 제기의 2차 변론, 최후의 변론의 3차 변론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30표라는 차이로 유죄가 된다.

유죄 결정 후 형량을 결정하기 위해서 다시 피고인 소크라테스의 진술이 전개된다.

소크라테스는 애걸하지 않고 국가 귀인으로 대접 받아야 한다고 했다.

형량을 표결에 부치니까 그에게 사형이 언도된다.

소크라테스는 유죄 투표를 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결정했지만 자신이 죽은 후 당신들에게 징벌을 내려질 거라고 예언한다.

무죄 투표를 한 사람들을 향해 자기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반성하면서 죽음의 의미에 관해 선한 사람들에게는 살아 있는 동안이나 죽은 후에나 악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단편이지만 소크라테스 자신의 치열하고 경건한 철학 정신이 잘 묘사되어 있는 대화편으로서 객관적 삶의 태도와 정신의 일치가 철학함의 진정한 전형임을 보여 준다.




최후 진술에서 소크라테스는 담대하고 차분하게 말한다.

자신을 극형에 처하려는 법의 부당함을 주장하지 않고 목숨을 구걸하는 행위도 하지 않는다.

준엄하고 당당하게 의견을 밝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신념을 위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소크라테스는 판결을 받아들이고 죽음을 택한다.

그의 죽음과 삶에 대한 철학과 인격이 드러난다.

소크라테스는 지식이 아닌 실천하는 지식을 중요하게 보았고 일방적 해답을 주기보다 상대방에게 질문을 하여 무지를 깨닫고 진리를 찾아갈 수 있게 해줬다.

독단적인 지식을 배격하고 잘못을 제거하여 일반적인 진리에 도달하게 한다.

선을 중요시하고 도덕적이고 금욕적인 삶을 추구했다.

진리를 위해서라면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소크라테스의 말들은 현대인에게도 계속 교훈이 된다.

"절망하지 말라. 설사 네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이미 끝난 듯싶어도 결국에는 또다시 새로운 힘이 생겨나게 되어 있다. 모든 것이 정말로 끝장이 났을 때에는 절망할 이유조차 없지 않은가?"

카프카가 한 말이다.

카프카는 독일문학뿐 아니라 세계문학을 통틀어 가장 많이 연구되고 가장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가이다.

카프카의 뮤지컬이 상연된다고 광고하는 걸 봤다.

카프카의 문학은 그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불안과 고독 , 극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놀라울 정도로 문학 속에 잘 녹여내기 때문이다.

카프카의 작품들은 소심하고 나약한 개인의 일상이 일반적이고 폭력적인 권위의 힘에 맞서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변신은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가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끔찍한 벌레인 해충으로 변하면서 그의 가족들과 겪는 갈등을 다루고 있다.

중학교때 읽었을 때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변신을 읽고 며칠동안 그레고르의 상황에 대해서 계속 생각했다.

그레고르 잠자의 운명은 시골의 결혼준비에서 라반의 꿈이 생각나게 한다.

라반은 자아를 딱정벌레의 형상으로 침대에 누워 있도록 만든 반면에 잘 차려입은 자신의 육체만을 시골에 보냄으로써 세상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싶어한다.

이 소설에서도 잠에서 깨어날 때 그레고르 잠자에게 때오른 생각은 자신이 유능한 사원임을 끊임없이 확인시켜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만 한다는 것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이라는 미국 소설인지가 생각난다.

변신은 그의 억압된 소망들을 표현한 것이다.

그는 자신을 멋대로 다루는 고용주와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그의 반항은 무의식 속에서 공포의 형상을 만들어낸다.

퇴행을 통해 그레고르 잠자는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고 식객의 역할이 바뀐다.

가족들은 그를 제거해야 할 기생충으로 여기고 누이동생이 내린 결정에 의해 그는 최후를 맞는다.

다음날 그레고르 잠자가 죽자 몇 개월 동안 그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던 가족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교외로 소풍을 떠난다.

그들은 전차 속에서 기분전환을 한 뒤 그레고르 잠자의 시체와 짐을 빨리 처리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그들이 탄 칸은 따뜻한 햇볕이 들고 좌석에 편안히 기대고 장래의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그들의 장래가 암담하지 않다는 사실에 안도를 한다.

그레고르 잠자가 자신의 방을 벗어나려는 시도는 자신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달라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몸부림이 실패로 돌아가는 것은 가족 구성원 간의 진정한 소통의 부재를 의미한다.

가족 간의 소통도 이렇게 안 되는 것은 사회 구성원 사이는 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난 다행인게 아빠 엄마랑은 소통이 잘 된다.

오늘도 어떤 아주머니가 우리 보고 항상 옷도 같이 입고 같이 다니면서 뭐가 그렇게 재미있냐고 무슨 사이냐고 물으셨다.

모녀사이라고 하니까 너무 예뻐보인다고 하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레고르 잠자의 불행에 대해 가족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고 비인간적인 공포의 형상 속에서 가족 자체의 비인간성까지 그렇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변신한 아들에 맞서는 아버지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고 비인간적인 결말은 가족의 참모습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변신은 카프카가 살아 있을 때 출간된 소수의 작품이다.

변형기담에 특유한 유머와 이상한 사건을 예사로운 일처럼 묘사하는 작가의 냉정하고 사실적인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실존의 차원과 부조리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변신은 현대인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처하게 될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세계 속에 유폐된 소시민의 생활을 상징하는 것이다.

변신은 나약한 인간이 불안과 고독 그리고 극한 상황에 놓인 현실에서 폭력적인 권위의 힘에 맞서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고대나 현대나 인간의 비애가 느껴지는 건 매한가지인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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