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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의 엄마, 치매에 걸리다 - 기억을 잃으면 그 사람은 ‘그 사람’이 아닌 걸까?
온조 아야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지호 / 2022년 2월
평점 :

저자 온조 아야코는 뇌과학자이며 자의식과 감정을 전문으로 연구했다.
도쿄공업대학 대학원 종합이공학연구과 지능시스템과학 전공과정을 수료했으며 학술박사 자격을 취득했다.
저자는 자신이 뇌과학자인데 왜 엄마의 치매를 막지 못했으면 엄마 옆에서 치매를 기록했다.
치매는 객관적으로 기억에 장애가 생겨서 새로운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질병이다.
이전까지는 손쉽게 해왔던 일을 못하게 되고 적절한 상황판단을 하지 못한다.
치매는 인간의 능력을 앗아가는 질병이다.
저자가 엄마를 지켜보니까 요리도 잘 못하고 합창단 연습도 안가고 쇼파에 웅크리고 있어서 저자의 엄마가 아니라 다른 사람 같아서 무서웠다고 한다.
난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치매에 걸리지 않고 예방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이다.
저자의 엄마가 처음에 치매에 걸렸을 때의 증상은 갑자기 머리를 긁으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엄마가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고 빨리 병원에 가지 않았다.
저자는 뇌과학자라서 치매가 어떤 병인지 알고 있고 치료는 빠르면빠를수록 좋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확률 제로는 그것이 절대로 안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치료 확률 제로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절대로 낫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확률 6분의 1이라고 했을 때 그 의미는 홀 케이크를 6등분했을 때 1조각을 연상하면 된다.
확률 6분의 1이라고 했을 때 홀 케이크처럼 가능성 전체가 정의되고 그중 6분의 1만이 자신에게 해당한다는 의미다.
결국 확률을 계산하려면 홀 케이크처럼 전제되는 조건이 있어야 한다.
치매 치료에서도 아직 아무도 깨닫지 못한 어떤 조건이 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나도 갑산성에 걸리고 9가지 합병증이 생겼을 때 의사는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의사의 치료확률은 틀렸다.
조건을 제한했을 때 확률을 계산할 수 있지만 자연은 인간의 상정을 한참 뛰어넘기 때문에 인간이 모든 조건을 찾아내는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확률 제로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뛰어난 과학자는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다.
저자는 과학자지만 엄마의 병이 낫지 않는다는 말에 휘둘려 우울해하기도 하고 초조해하기도 했다.
우리 인간이 알고 있는 건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그까짓 확률 제로라며 의연해야 했던 것이다.
치매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혈관성 치매가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초기에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의 위축이 일어나서 새로운 것을 기억하기 힘들어진다.
루이소체 치매는 초기에 대뇌피질 속의 후두엽이라고 시각을 관장하는 부위에 문제가 생겨 발병하며 환각이 나타난다.
시각인식에 이상이 생기는 치매인데 발병 후 몇 년이 지나도 기억장애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치매라고 해서 반드시 기억장애가 동반되는 것이 아니다.
혈관성 치매는 뇌 속 혈관이 막히거나 손상되어 산소공급이 안 되면서 뇌 속 세포,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발병한다.
혈관에 문제가 생긴 뇌 부위에 따라 어떤 운동기능이나 인지기능에 문제가 나타나는지가 달라진다.
이 경우에도 반드시 기억장애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치매는 신경세포의 사멸이다.
한 번 죽은 신경세포는 되살릴 수 없어서 현재로서는 치매에 한 번 걸리면 완전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일시적인 치매도 있다.
내장기능의 이상, 혈관장애, 영양부족 등으로 뇌의 혈류가 일시적으로 나빠지거나 만성경막하혈종(경막과 뇌사이에 혈액이 고인다)이나 정상압물뇌증(뇌 중심에 뇌척수액이 과도하게 고인다)으로 뇌가 압박되어 일시적으로 인식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아리셉트, 엑셀론페취, 레미닐, 메마리를 처방받고 운동요법, 음악요법, 회상요법을 한다.
회상용법은 타인과 커뮤니케이션을 함으로써 고독감을 줄이는 것이다.
치매는 기억에 문제가 생기고 상황판단을 못하게 되고 그 사람이 이전에는 당연하게 했던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엄마를 통해서 치매에 대해서 더 연구를 했다.
뇌는 집중해서 사용할수록 활성화되는 영역도 있고 쉴수록 활동하는 영역도 있다.
후두정피질과 해마는 정리정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저자의 엄마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는 데에는 멍하니 산책하는 방법이 좋다고 한다.
걷다 보면 계속해서 풍경이 변하고 눈과 귀와 코와 피부와 손과 발의 근육을 통해 다양한 정보가 뇌로 날아든다.
저자의 엄마가 요리를 하다가 멍하니 있으면 저자가 뭘 만들거라고 옆에서 기억을 메워준다.

알츠하이머병에서 생기는 인지능력 문제 중에서 본인과 가족이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친구나 가족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현상이다.
처음에는 얼굴은 알아보지만 이름을 떠올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얼굴을 보고도 누구인지 모르게 되며 친숙함조차 느껴지지 않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는 뇌 위축이 해마에만 국한되지 않고 대뇌피질까지 넓게 일어났을 때로 보인다.
대뇌피질은 기억의 저장고다.
대뇌피질의 측두엽에 있는 방추상회라는 부위가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한 충격, 뇌종양, 뇌경색 등으로 이 부위가 손상되면 안면실인증이라는 질환을 일으킨다.
치매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어떻게 느끼는지 자신에게 일어난 문제를 깨닫고 있는지 질환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대처하는지 2007년 네덜란드 학자인 마리케E. 데 보어가 인터뷰를 했다.
그들은 두려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우울해하기도 하지만 수동적이지만은 않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해도 남아 있는 뇌부위를 사용해 자신을 지키고 살아남는 적응을 한다.
해마의 위축뿐만 아니라 대뇌피질의 다양한 영역에서 위축이 일어나도 사람은 여전히 남아 있는 뇌 부위를 사용해서 자신이 놓인 상황에 마지막까지 적응하려고 한다.
아무리 뇌가 위축되고 아무것도 모르게 된다고 해도 뇌는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순수이성비판을 쓴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만년에 기억장애를 동반한 치매를 않앗다고 한다.
지성이 높으면 치매가 안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것도 편견인가보다.
철의 여인 대처 총리도 치매에 걸렸다고 해서 왜 걸렸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칸트는 인간은 어떻게 하면 잘 살아갈 수 있을까와 인간의 이성에 대해 누구보다 깊게 고민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도 치매에 걸렸다는 사실에 칸트조차 걸리는 병이라면 누가 걸린들 어쩔 수 없다고 조금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칸트는 사교적이고 대화의 달인이었다.
칸트는 매일 식사 모임에 나가 직접 모임을 열었고 모임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고 명확하게 핵심을 짚어내면서도 풍부한 유머 감각으로 즐겁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모임이 끝날 때면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유쾌하게 돌아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지성적인 사람이 사망하기 몇 년 전부터는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고 여름은 유월, 칠월, 팔월의 석달이라는 당연한 내용까지 노트에 쓰며 확인하게 됐다.
더 이상 재치 있고 즐거운 대화는 기대할 수 없었으며 의사소통조차 힘들어졌다.
얘기만 들어도 마음이 아프다.
중요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태도이다.
오이 겐의 치매에 걸린 칸트에게 이성은 있을까라는 책에 의하면 그의 극적인 변화에 대해 주위 사람들은 칸트가 자신들을 잊었어도 여전히 그 누구 하나 칸트를 무시하거나 책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칸트의 철학적 업적이 너무 위대했고 또한 존경할 만한 인품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받기 원하는 대로 타인에게 하자, 타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자고 자신이 쓴 사상 그대로 철저하게 타인을 존중해온 인물이다.
나도 칸트의 사상은 좋아한다.
그러한 삶의 방식 때문인지 칸트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존경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칸트에게는 공격성, 배회 등 주변 증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통할 수는 없게 되었어도 주위에서 우러르는 신 같은 존재로 평생 평온하고 행복하게 살았다.
무엇을 잊어버렸고 무엇을 하지 못하게 됐든 여전히 존경받을 수 있으며 주변의 그러한 존경에 의해 그 사람의 존재 방식이 달라지는 것은 확실하다.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사는 그 사람다움을 지켜주기 위해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게는 감정이 남아 있다.
요즘엔 감정도 지성으로 포함시킨다.
사람에게는 수많은 감정이 있고 요즘엔 성공하는데 감정도 중요한 요소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것은 감정 시스템과 대뇌피질 양쪽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뇌에 자극을 주는 것은 안전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새롭고 낯선 것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자극법이며 이는 결국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하고 그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대뇌피질도 성장하게 된다.
주변에서 따뜻하게 지켜봐 주며 알츠하이머병 환자가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게 한다.
그 사람이 전혀 몰랐던 일,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는 일을 안전하게 체험하게 한다.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것을 보고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끼면 아직 남아 있는 대뇌피질이 필사적으로 그것을 분석하려고 할 것이다.
아직 검증은 되지 않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병의 진행이 완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저자의 엄마는 지금 요양 서비스도 신청하고 치매 환자 가족 모임에도 참가해서 관계를 더 넓히려고 한다.
저자의 엄마는 요양시설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그림과 노래, 도예 등 요양 시설에서 새로운 취미를 만든다.
엄마는 치매 진단을 받은 지 2년 반이 지난 지금도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유지하며 자존감 높게 살아간다고 한다.
저자가 우울할 수도 있는 얘기를 객관적이고 친근한 언어로 얘기해주니까 약간은 따뜻하고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