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 나태주 필사시집
나태주 지음, 배정애 캘리그라피, 슬로우어스 삽화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의 중학교때 꿈이 시인이었다.

신문사에 응모해서 상도 타고 장학금도 받았는데 할아버지는 왜 남에게 돈을 받냐고 장학금을 거부했다고 한다.

엄마는 경상도 양반집이라고 여자는 별로 공부 안 시켜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공부벌레인 엄마한테 공부하지 말라고 혼냈다고 한다.

지금 들으면 너무 뒤떨어지는 생각같다.

집안 남자들은 서울대 법대를 가서 판사가 되고 건설부장관까지 되는 걸 엄마는 지켜 보면서 엄마는 너무 공부가 하고 싶으셨다고 한다.

엄마는 검정고시를 하고 대학은 신학, 대학원은 사회복지행정학, 박사는 철학을 하셨다.

학교간판도 전부 틀리고 과도 전부 틀리다.

장학금을 타기 위해서라고 한다.

돈을 벌고 일을 하기 위한 공부를 하셔서 나중에는 교수도 하셨는데 잘리고 나서 한동안 힘들어 하시더니 자격증을 10개 넘게 따셨다.

나도 아파서 집에 있는데 엄마 따라서 자격증을 10개 가까이 땄다.

엄마는 평생 책을 읽으시고 일기와 시를 쓰셨다.

나한테 읽어 주셔서 항상 듣기는 하지만  난 시는 잘 모르겠다.

그러다가 난 모지즈할머니 얘기를 들었는데 100살에 국민화가 됐다고  한다.

엄마는 책을 읽다가 시바다도요시 일본작가인데 80살이 넘어서 책을 냈다고 하는 걸 읽으셨다.

난 엄마한테 박사과정은 아빠가 학교에서 쫓겨나시면서 엄마의 장학금이 중단이 돼서 어차피 박사공부를 못하니까 내가 문예창작학과에 다시 가보라고 해서 엄마는 시험을 봤고 경력이 좋으니까 전액장학생으로 합격하셨다.

엄마는 평생의 꿈인 시인의 꿈을 지금 이룬다고 하신다.

엄마는 시를 써서 교수님들한테 검사받으러 또 나랑 같이 가자고 하신다.

엄마는 강의나 교수님들한테 나태주시인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은 어떤 사람인지 많이 궁금해서 읽었다.

이 책은 시와 아름다운 삽화가 있어서 나같은 무딘 감성의 소유자도 감동을 받을 것 같다.

이 책은 엄마가 등단하시고 나중에 책을 낼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저자는 1945년생이다.

74세이며,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1971서울신문신춘문예에 당선 되면서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대상에 대한 관찰력과 사색, 천진하고 참신한 착상, 전통적 서정성을 바탕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등을 노래했다.

시집으로 대숲아래서” (1973), “막도리 소묘”(1980) 등이 있다.

이 시의 화자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의  길을 걷는 여정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화자는 길을 걷다보면 굽은 길도 있고 곧은 길도 있는 것처럼, 삶에도 힘든 일도 있고 수월한 일도 있음을 인식하면서 직면하는 상황을 여유롭게 수용한다.

화자는 다시 한 번 삶에 대한 여유롭고 긍정적인 태도를 강조하며 시상을 마무리 하고 있다.

대표시 <풀꽃>처럼 작고 여린 존재를 향한 시를 쓴다.

현재까지 40년이 넘는 교직 생활후 정년퇴직을 했다.

지금은 공주문화원 원장을 거쳐 현재는 공주 풀꽃 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의 시를 필사한다는 것은 그 시를 더 잘 알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다.

시를 필사하면서 시와 같은 마음이 되고 시인과 같은 마음이 된다고 한다.

시인의 마음을 따라 자기 마음에도 그늘이 지고 햇빛이 들고 때로는 새소리 들리고 구름이 흐르고 개울물 소리가 나기도 할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어느 사이 그런 좋은 시를 쓰고 깊은 생각이 들고 조금씩 자기 마음이 좋아지다가 드디어는 그런 시에는 못 미치지만 그럴듯한 시 한편 쓰이기도 한다.

우리가  저자의 시를 필사할 때 저자의 마음도 거기에 있고 저자의 인생 또한 우리에게 알은 체 손을 내밀어 준다고 한다.

 

<사는 법>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은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저자의 시를 읽고 써보면 저자는 정말 진정한 사랑이 뭔지 아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를 못 써서 사랑도 못해보는 것 같다.

이런 감성이 있어야지 누군가의 마음에 흔들리거나 흔들 수 있는 것 같다.

이 시를 생각해보면 '너'가 아주 그립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들은 남은 시간에 너를 생각하니까말이다.

아니면 '너'라는 사람이 너무 그리워서 그림과 음악으로 대체를 하다가 하다가 못 참아서 '너'를 또 생각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사랑에 답함>

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

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

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

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예쁘지 않은데 어떻게 예쁘게 본다는 것인지,,,

좋지 않은 건 그냥 좋지 않은 것이지 어떻게 좋게 보는 것인지,,

싫으면 멀어져야지 어떻게 참아주는 것인지,,

처음에도 저자가 얘기하는 건 해주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나중까지 해주는 것인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사랑이다.



 

<그리움>

가지 말라는 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

바로 너다.

 

사랑

오래 함께 마주 앉아서

바라보는 것

말이 없어도 눈으로 가슴으로

말하는 것

보일 듯 말 듯 얼굴에

웃음 머금는 것

그러다가 끝내는 눈물이 돌아

고개 떨구기도 하는 것.


저자의 시들은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은 오지만 100%이해는 못할 것 같다.

내가 그리워서 눈물을 흘려 본적이 없으니까말이다.

 

<11>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 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저자가 나이가 들어가니까 더 '그대'라는 대상을 사랑하겠다는 다짐같다.

 

<고백>

좋은 것만 보면 무어든

네 생각이 나고

어여쁜 경치 앞에서도

네 얼굴이 떠올라

안달하다가 무너져 내리다가

절벽이 되고 산이 되고

끝내는 화닥화닥 불길로

타오르는 꽃나무

이것이 요즘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이란다.

저자는 확실히 깊은 사랑을 해본 것 같다.

좋은 것만 봐도 난 나만 생각나고 어여쁜 경치를 봐도 난 나만 생각난다.



 

<필연>

우연이었다

네가 내게로 온 것

내가 네게로 간 것

바람 하나

길모퉁이 돌아가다가

풀꽃 한 송이 만나듯

그것은 우연 이었다

아니다

필연이었다

기어코 언젠가는

만나기로 한 약속

네가 내가 되고

내가네가 되는 신비

그것은 분명 필연이었다.

나에게는 우연이란 없다.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도 하나님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능금나무 아래>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손을 잡았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손을 잡을 것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와 어깨에 몸을 기댔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어깨에 몸을 기댄 것이다

그것은 푸르는 5월 한 낮

능금꽃 꽃등을 밝힌 능금나무 아래서였다.

능금나무가 뭔지 몰라서 찾아 봤는데 이름이 임금에서 왔고 꽃말은 유감이라고 한다.

열매는 사과나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사랑을 정말 아름답게 얘기를 한다.

실제도 그랬는지 점점 궁금해진다.

가수들은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지만 전혀 영원하지 않다.

속물적이고 타락한 사랑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연기자들은 아름다운 사랑을 연기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치정에 가까운 것을 많이 들었다.

시인의 사랑도 시와 일치하는지 많이 궁금하다.



 

사랑 그것은

 

천둥처럼 왔던가?

사랑, 그것은

벼락치듯 왔던가?

아니다 사랑, 그것은

이슬비처럼 왔고

한 마리 길고양이처럼 왔다

오고야 말았다

살금살금 다가와서는

내 마음의 윗목

가장 밝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너는 내가 되었고

나는 네가 되었다.

저자는 역시나 사랑을 정말 잘 표현한다.


 

<가을이 오기도 전에>

가을이 오기도 전에 가을을 맞고 싶다

여름이 가기도 전에 가을 노래하고 싶다

지루한 장마와 땡볕을 견딘 자만이

잘 익은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것

이 나라에도 가을이 분명오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아름다운 전설인가

마알 같게 비인 한 개의 유리잔같이 가슴을 비우고

알전등에 이마를 데우고 싶다

당신 하나만을 생각하며

동그마니 앉아있는 한낮이고 싶다

소맷부리 치운 아침

식어가는 당신의 손길을 못내 아쉬워 우는 바람이고 싶다.

단어가 평상시에 듣던 것이 아니라 길게 늘어지거나 기교를 부리니까 뇌에서 벌써  과부하가 일어나는 것 같다.

더 잘 모르겠다. 

 

<아침>

1

밤마다 너는

별이 되어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밤마다 너는

구름이 되어 어둠에 막혀 되돌아오고

그러다 그러다

기어이

털끝 하나 움쩍 못할 햇무리 안에

갇혀버린 네 눈물 자 죽만

보라! 이아침

땅 위에

꽃밭을 이룬

시퍼런 저승의 입 설들

 

2

끝없이 찾아 헤매다 지친 자여

 

그대의 믿음이 끝내 헛되었음을 알았을 때

그대는 비로소 한 때의

그대가 버린 눈물과 만나게 되리라.

 

저자의 시는 아름답고 없던 감성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책안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은 파스텔톤으로 은은하면서 작은 미술관을 들고 다니는 느낌이다.

평상시에 이런 시를 안 읽다가 읽어보니까 처음에는 감성충격이 오고 다음에는 점점 의구심이 들면서  이런 시를 못 쓰는 내가 절망스럽게 느껴진다.

절망감과 사랑감성을 느끼기 위해서 계속 필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과 글씨체도 따라하고 싶다.

이 책은 처음엔 시를 읽고 그 다음엔 그림을 감상하고 그 다음엔 캘리 그라피를 음미하고 싶다.

책이 정말 예쁘고 아까워서 4번째 볼 때 드디어 천천히 천천히 필사를 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