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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쓰기 핵심
임병식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19년 4월
평점 :

엄마께서 학교에서 일하고 박사과정을 하시다가 아빠께서 학교에서 돈도 못 받고 쫓겨나시니까 집에만 계셨다.
집에서 자격증공부를 계속 하셔서 합격하시는 걸 보고 내가 엄마의 어릴 때 꿈이 작가라는 걸 알아서 다시 글을 써보라고 했다.
한동안 집에만 계시는 엄마는 우울증이 오려고 하셨다.
사회에서도 쫓겨나서 어쩌면 실패한 거일 수도 있는데 집에서 책을 보고 자격증공부를 하고 합격을 하니까 실패가 무마되는 것 같다.
엄마께 다시 작가수업을 하고 시니어작가 등단을 준비해 보라고 하니까 엄마께서 다시 살아 나셨다.
나의 얘기와 일본작가 시바타 도요씨가 92세에 작가로 등단한 책을 읽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엄마는 다시 꿈을 가지셨다.
이번에 강의제안이 오니까 엄마께서 너무 좋아하셨다.
엄마친구들은 나이들어서 무슨 공부이고 무슨 책이냐고 하지만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책을 보는 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떤 가치와 어떤 의미를 계속 찾고 지니고 살아야 하는 경이롭고 중요한 존재들이니까말이다.
엄마는 매일 일기를 쓰시고 사이버문예창작학과에 다시 입학을 하신다고 한다.
그런 목표를 가지시니까 엄청난 활기가 다시 살아나셨다.
그래서 이 책을 내가 읽고 엄마께 선물로 드리려고한다.
나도 서평이나 자기소개서, 논술같은 글을 계속 써야 하는데 그런 글의 종류가 수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수필은 글 따로 , 사람 따로 글이 아니며 써내는 글도 갖추어야 할 요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의미와 감동이 담겨야 한다는 것이다.
수필은 자기가 체험하고 생각하는 것을 쓴 글이라고는 해도, 산문의 형식을 갗춘 문장이라고 해도 무엇을 담았는지 알 수 없는 글은 아니라고 본다.
수필이란 말은 서양의 에세이를 동양권에서 풀어 쓴 말이다.
자기의 생각이나 느낌을 구애받지 않고 쓴다는 뜻에서 다를 수, 붓 필자를 쓴 것이다.
수필은 일정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이 쓰는 글이다.
개성과 자신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면서 자연스레 인생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은 문학이다.
수필은 기본적으로 자기가 주체가 되어 끌어가는 문학이다.
수필은 1인칭 문학이기도 하다.
‘나’를 내세워서 쓰게 되고, 그것이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담더라도 거기에는 자기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들어간다.
수필이 서양에서는 에세이로 불린다.
그것도 세분하면 포멀 에세이, 인포멀 에세이로 나누어진다.
동양에서는 중국 남송 때 사람 흥매가 ‘용재수필’이라는 책에서 이 말을 처음 사용했다.
뜻하는 바를 따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써두었던 것이 수필이라고 한다.
서양에서 사용한 ESSay라는 용어보다 400년이 앞선다.
그러면 동양 사람의 감성이 더 풍부했을까,,,
수필은 도가 아니라 감성이 있어야 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필이란 ‘용어’를 사용한 시원은 연암 박지원씨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44세 때인 1780년 삼종형 박명원을 따라 중국 연경을 다녀와서 ‘열하일기’속에 ‘일신수필’이란 항목을 넣어 글을 썼다.
에세이란 말의 시원은 프랑스의 에세이에서 나왔다고 한다.
수필은 크게 에세이와 미셀터니로 나눈다.
전자는 지적, 객관적, 사회적, 논리적 성격을 지니는 소평론이 이에 해당한다.
후자는 감성적, 주관적, 개인적, 정서적 특성을 지니는데, 현재 한국에서 주로 쓰는 수필이 이에 속한다.
우리나라 수필역사를 본다면 수필의 시원은 고려시대 이인로의 ‘파한집’ 최자의‘보한집’ 이규보의 ‘백운소설’ 등을 일종의 수필로 볼 수 있다.
우리 엄마는 이규보씨의 후손이며 이규보를 시조로 두었다고 많이 자랑스러워 하신다.
조선 때는 김만종의 ‘서포만필’, 유형원의 ‘반계수록’등이있다.
근대수필은 유길준의 ‘서유견문'과 최남선의 ’백두산 근 참기‘ 심춘 순례, 이광수의 ’금강산유‘ 등이 있다.
이후 기행문이 아닌 수필을 쓴 이로는 김진섭, 이양하, 조연현, 피천득, 안병옥, 김형석, 김소운 등이다.
수필도 문학이다.
수필은 경험한 사실 몇 가지를 이리저리 얽어매어 내어 놓으면 되는 줄 안다.
그런 자세가 지속하는 한 좋은 작품을 기대하기도 어렵고, 수필을 폄훼하는 말을 듣는 것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더러는 수필도 문학이야? 하는 비웃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만큼 수필문학이 가야 할 길이 멀고, 분발해야 할 점이 존재한다.
먼저 수필은 어떤 글인가를 짚어보자.
우리는 수필쓰기 전이나, 이후에도 붓가는대로 쓰는 글 이라는 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안이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필은 소설처럼 허구를 바탕으로 하는 문학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제재의 제한을 받는다.
이것만 하더라도 얼마나 큰 제약인지 모른다.
수필은 원천적으로 허구를 배제한다.
창작을 해야 하는 작가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수필이 일기처럼 자기만 보고 마는 글이 아니라면, 새롭게 태어나는 글이어야 한다.
새로운 소재를 찾아 새로운 생각과 기법으로 써야 한다.
새로운 소재를 찾으려면 독창성을 발휘해야 한다.
수필을 공부하는 과정에서는 모방도 하나의 공부 방법이며 용납이 되지만, 진정한 수필가로 태어나 새 출발할 때는 분명한 자기만의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
수필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고운 심성과 바른 기개를 가져야 한다.
보통 사람보다는 역사의식과 도덕성이 앞서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독자를 선도하여 의식을 깨우치고 무언가를 느끼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질은 어느 한 시기, 잠깐의 노력과 주의력으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일제강점기에서 살았던 문인중에 친일했거나 친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모호한 삶을 산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
이들은 뛰어난 필력으로 문학적 업적을 남긴바가 적지 않지만, 한 때의 잘못으로 빛을 잃고 있는게 사실이다.
오래전, 수필계의 원로인 피천득 선생님의 근황이 신문에 실린적이 있었다.
거기서 그는“나는 일제를 위해 부역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의 ‘인연’이라는 작품을 떠올리면 왜 하필 그때 ‘그 일본 여인과의 인연인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 작품이 탄생한 시기를 두고 눈살이 찌푸려지는 정황 때문이다.
수필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명심보감이 가르치는 것처럼 자기의 처신과 관리, 성찰을 잘 해야 한다. 수필쓰기 자세에는 아무 준비 없이 덤비는 것도 문제다.
미리 세밀한 얼개를 준비한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구상을 쓰는 과정에서 생각이 빗나가지 않게만 하고 정신을 몰두하여 이끌어야 한다.
어휘선택도 마찬가지다.
마치 소가 주겆대를 벗어나지 않도록 고삐를 바투 당기듯이 생각의 펼침을 다스려야 한다.
수필가의 태도와 자세에서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것도 겸손해야 하지 않는 것은 없다.
수필은 특히나 무슨 지식을 전하거나 가르치려는 게 아니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보고 그 느낌을 해석하여 전함으로써 깨달음을 얻게 하는 것임으로 교만함을 경계하고 항상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수필이 인격을 수반한 문학이라면 당연히 격이 있을 것이고, 여기에는 조건이 붙게 마련이다.
누구나 글을 쓸 때는 쓰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주제가 잘 나타나게 써야 한다.
그래야 문장이 정확하고 꾸밈이 없을 것이다.
소재를 보는 시각이 신선해야 한다.
작가 정신이 들어 있는 글이어야 한다.
문장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져서 주술관계가 엉키면 문장은 불안정해진다.
수필 문장에 있어서 그 길이 따로 정해진 것은 없으나 어색한 표현은 피해야 한다.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일수록 한 문장 내에 같은 표현이 거듭 될 수 있다.
의미의 중복은 피하는 게 좋다.
문장 길이의 호응도 중요하다.
신선한 소재 찾기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주제도 그 재료로 쓰인 소재가 평범하고 남들이 이미 써 먹은 것은 신선도가 떨어진다. 남들의 대표작을 보면 나도 한번 그렇게 써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그 사람의 특허이기 때문에 흉내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내겠다는 자세로 글을 써야 한다.
저자는 문장을 그 주제에 맞는 문장으로 써야 한다고 한다.
의복도 계절에 맟추어 입듯이 서정적인 문체로, 논리적인 글은 또 그런 문체로 구애됨이 없이 쓰려고 소재 확장에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쓰면 자신만의 빛깔이 드러날까 하고 고민하며 쓰는 것이 자신의 작법이라고 볼 수 있다.
수필은 그냥 볼펜이 가는데로 쓰고 싶은대로 아무렇게나 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름의 철학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