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영화 : 국가대표

어린이 스키 학교를 지도하던 3류 감독에 의해 스키점프 국가대표 팀의 구성원들이 급조된다.
그들은 비인기 종목인 스키점프가 주목받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변두리 인생을 사는
비주류의 하자(?)가 많은 사람들이다.
7살 때에 미국에 입양되어 간 밥은 자신이 대한민국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것이라고 믿고 있다.
마약을 한 전적이 있는 흥철은 나이트클럽 웨이터였다가 코치의 딸에게 반해 팀에 합류한다.
귀가 들리지 않는 할머니와 정신지체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군대를 면제받으려는 칠구,
후보 선수 봉구, 틈만 나면 아버지에게 골프채로 엉덩이를 맞는 재복,
이들 5명의 선수들을 온갖 감언이설로 설득해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을 급조한 방코치.
이들이 벌이는 땀과 열정으로 가득 찬 이야기들이 파란 하늘과 눈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열악한 환경에서 국가적인 지원 없이 훈련에 돌입하는 방코치는 SKI 대신 SKY를 쓰고도
태연하다.
'은실이'라는 드라마에서 '빨간 양말' 로 기억되는 역을 맡아 눈에 익은 성동일이 맡아
그만이 할 수 있는 코믹함을 보여 준다.
역시 내공이 있는 배우답게 진지한 내면연기가 돋보인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고 억지스럽지 않게 잘 어우러지는 점도 국가대표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 같다.

하정우는 <추격자>, 와 <멋진 하루> 등에서 자신이 가진 카리스마와 매력으로 화면을 가득히
채웠던 배우이다. 역시나 이 영화에서도 그의 매력은 가볍지 않고 진중하게 다가온다.
설탕이 뿌려진 토마토 대신 방울 토마토를 먹는 버스안에서, 엄마를 구박하는 주인집 딸에게
영어를 해석해주는 마트의 장면에서, 공항에 나온 벼룩시장 기자의 "엄마에게 무슨 말을 ?"
하는 질문에 쏟아 놓는 그의 답변들 "나 잘있으니, 행복하니 걱정마세요. 아니 대신에 왜 날
버렸는지 묻고 싶어요.~~그러니까 아파트 살 때까지 기다려..."
눈물을 훔치는 그를 보며 울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선수들은 훈련할 장소, 마땅한 훈련장비, 변변한 선수복 조차 없다.
나무 사이에 줄을 묶어 위에서 아래로 잡아 당기고 달리는 차 위에서 고정되어 있는 연습을 하고
슬로프에 물을 뿌려 내려오고 교대로 사람의 몸을 들어올려 점프 연습을 하는 등등 온갖 종류의
비과학적이고 위험한 훈련을 거듭 하고 부상도 당하면서 국가대표를 향한 선수들의 열정은
더욱 커져만 간다.

모든 어려움과 고난을 겪은 뒤 하늘을 날아 오르는 선수들...
영화의 후반 30분은 정말 대단하다.
너무 자세하고 생생하여 시합 현장에 직접 가 있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늘을 나는 선수들의 비행 순간과 관중들의 열기와 함성, 아름다운 설경 등등 생생한 순간들이
자세하게 묘사된다.
실제 경기들이 진행되는 긴박감이 느껴져 온몸이 긴장되고 주먹이 쥐어진다.
선수들이 날으는 장면은 정말 지나치게 아름답다.
비상, 날아 오른다.
가볍게, 더 가볍게, 멀리, 더 멀리...

비주류의 사람들이 모여 국가대표가 된 5인의 선수들과 방코치.
입양아 밥은 엄마에게 아파트 한 채를 사 주었을까. 엄마와 알콩달콩 잘 살고 있을까.
하얀 설탕이 살살살 뿌려진 맛있는 토마토를 먹고 있을까.
칠구는 군대에 가지 않고 지금도 할머니와 동생 봉구를 잘 부양하고 있을까.
마약을 끊고 연습에 전념했던 흥철이는 방코치의 딸과 재미있는 연애를 하고 있을까.
재복이는 여전히 아버지에게 얻어 맞으며 중국 색시 그리고 아이와 함께 잘 살고 있을까.
방코치는 여전히 SKI를 SKY로 알고 있을까.
그들의 뒷이야기가 참말 궁금하다.
금메달을 땄고, 5명의 스키점프 선수가 등록되어 있다지만 아직도 비인기 종목임에는 분명한데...
그들에게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나도 한번 하늘을 날고 싶다.
설원 위에서 더 높이 더 멀리 날으는 기분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