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명은 이미 당신 것인걸요"
점시장이 무려 3조원이라고 한다.
지하철 입구, 대학가 주변, 대학로, 백화점 주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어디에서나
타로카드와 사주, 운세를 보는 1평 정도의 비닐 천막들이 많이도 생겼다.
시대가 어수선하고 취업에 목을 메어야 하는 분위기 탓인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점을
보는 것이 그리 낯설지가 않다.
중년여인네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점보기가 전국민으로 확산되었으니 우려해야할
만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그것으로 위로를 받는다면 더 할 말이 없지만...
영화는 발빠르게 시대의 분위기를 반영하여 부자동네인 청담동 한가운데 자리잡은 점집을
배경으로 한다.
점집의 분위기는 화려하면서도 빨강이 주가 되어 강렬한 느낌이다.
점을 보러 오는 많은 카메오들의 면면이 코믹하여 영화의 재미와 분위기를 잘 살려 준다.

태랑은 치매기로 약간 정신을 놓은 엄마 무당의 대를 이어 2대째 신점을 보고 있는 청담보살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점지한 배우자를 며칠 내로 찾아야 하는데...
상황은 어지러이 꼬여만 가고, 그 남자 승원은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백수이다.
와중에 첫사랑과도 만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점을 보러 온 사랑하는 남녀에게 갈라 설 것을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자신의 일은 속수무책이다.

백수인 승원은 마음이 비단결이다.
노인들에게 잘하고, 의리도 있으며, 불의 앞에서 참지 않는다.
남이 간 길을 밟지 않고 유목 생활을 하는 몽고에 가고 싶어하는 순진하고 순수한 청년이다.
태랑의 엄마는 승원의 등장에 죽은 남편이 살아 돌아온 것으로 생각하고 잃어버린
미소를 되찾는다.

능력만 조금 더 있다면 괜찮은 남자, 승원.
운명이 그리 되게 결정되어 있다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반전과 프로포즈, 그리고 해피엔드로 끝나는 결말은 웃음과 감동이 같이 있다.
주저하고 머뭇거리다 보면 행복은 놓치는 법이다.
운명의 힘보다 사랑의 힘이 훨씬 강한 것...
한 세상 살고 가는 인생의 모든 것이 운명적으로 이미 결정되어 있다면 너무나 싱겁다.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아무 노력 없이 수동적으로 결정된 운명에 따르라고??
아니다. 천만의 말씀이다.
인생이라는 꽃나무에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 애초의 운명에서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뀐
그 인생 또한 정해진 운명이었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