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자 - The Excution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최진호 감독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지 12년이 됐지만 언제라도 가능하기에 다시 생각해

보자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 몇 년 전 사형을 집행한 교도관의 비애를 담은 기사를 보고

더 취재하고 발전시켜서 영화를 찍었다"고 말한다.

영화는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서 말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보는 내내 사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의 입장과 시선에 따라 담담하게 묘사되다가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기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여자들 12명을 죽이고 강간, 사체를 유기하는 살인마 장용두의 체포로 나라가 떠들썩하다.

더우기 피해자의 엄마가 고통과 슬픔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다.

들끓는 여론에 의해 12년 동안 집행되지 않던 사형 집행 명령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교도관들에게

하달된다.

일가족 3명을 살해한 60이 넘은 범죄자와 친구처럼 지내는 김교위, 그는 유일하게 사형제도를

집행하면서 많은 이들을 사형시킨 교도관이다.

그가 사형시킨 이후에 무죄로 밝혀진 사형수들도 있었기에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교도소 입사 동기가 죄수에게 찔려 죽은 기억을 가진 배교위, 그는 냉정하고 단호하지만 사형

집행 이후 환청과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린다.

이제 막 교도관이 된 오교위는 마음이 여리다.

사형을 집행하는 비슷한 시기에 여자친구가 임신한다.

 



 

크리스마스에 올 눈을 기다리던 친구는 김교위가 사다 준 감자탕을 먹으며 그토록 두려워

하던 사형에 처하게 된다는 것을 안다.

평생을 참회하며 보낸 그의 방 높은 벽 위에 십자가 3개가 걸려 있다.

예수와 좌도, 우도...

김교위에 의해 죽고 싶었던 그는 죽음 앞에서 "아직도 눈이 많이 오는가? " 를 묻고...

 





 

연쇄살인범 장용두에 의해 여동생이 죽임을 당한 언니는 사형집행 폐지 서명운동을 벌인다.

어이없어 하는 장용두에게 "나도 너를 몇 번이라도 죽이고 싶어. 하지만 너와 똑같이

되기는 싫어. 몇번이라도 너를 찾아올게."

'밀양'에서 아이를 죽인 유괴범에게서 자신은 하느님에게 용서를 이미 받았다는 말을 들은

전도연이 분노로 인하여 하얗게 쏟아지는 햇빛을 보다가 쓰러지는 장면이 떠올랐다.

용서가 가능한 것인가. 미치거나 정신을 놓는 경우가 아닌데 가해자를 용서할 수 있을까.

 



 

장용두는 죽기 직전까지 잔악하고 사악하기 그지없다.

악, 악, 악의 끝없음은 사람을 전율케 하고 광기의 끝까지 몰고 간다.

영화의 크라이막스는 장용두~배역을 맡은 배우, 조성하가 사형 당하는 장면이다.

아~~눈꼬리는 위로 찢어져 올라가 있고 입끝에 머금은 사악한 미소를 보면 예수님도 고개를

돌려 버릴 것 같다.

친구를 잃는 아픔과 공무로 인해 사람을 사형시키는 비애를 연기한 박인환, 냉정하면서도

영혼의 상처를 짐승처럼 드러내는 조재현, 어수룩하면서도 순진한 신입 교도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윤계상, 모두 연기를 잘한다.

그러나, 이 배우 조성하 만큼은 아니다. 

죽음 이후에도  끔찍함이 느껴지는 이 배역을 그렇게 적절하게 할 수가.

그런 사람을 꿈에서도 볼까 두렵고 소름끼친다.

사형집행이 떨어지자 그는 "내 주여, 내곁에~~"를 찢어지는 목청으로 소리쳐 부른다.

그 순간, 낡은 집행 기구는 고장이 나고 급기야 마루를 발로 밀어 강제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그는 쉽게 죽지 않고 버둥댄다.

숨이 끊어지지 않고 버둥대는 장용두의 다리를 배교위와 오교위는  함께 잡아 당긴다.

장용두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온몸에 뒤집어 쓰며...

이후 배교위는 몸을 때수건으로 밀고 향수를 뿌린다.  

그의 정신은 날이 갈수록 피폐해 가고 환청과 죽음의 체취에 시달린다.



 

사형을 집행하던 날  오교위의 여자친구는 살아있는 아이를 낙태시킨다.

심적인 고통으로 오교위가 머뭇거리는 동안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면서...

뱃속의 태아도 생명, 흉악무도한 사형수의 생명도 생명, 둘의 비교는 명백히 부당하면서도

둘다 생명이다.

어쩌라고... 나보고 어쩌라고...

어느쪽이냐면, 영화를 보기 이전 분명히 사형폐지론자였는데 본 이후 자꾸만 더 헷갈린다.

교도관들의 그 지독한 고통과 상처를 지켜 봤고, 죽음이 두려워 손발을 마구 떨던 노인의

처참함을 본 이후에도... 장용두와 같은 이들을 쉽게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산 목숨, 생명을 빼앗는 문제인데 그것은 사람의 영역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다.

 

오늘 출근하면 3명을 죽여야 한다. ~~ 어느 교도관의 첫 사형 집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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