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 Inglourious Basterd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바스터즈'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중에서 그가 묘사하는 특유의 잔인함으로 볼 때 

가장 강도가 약한 영화라고 한다.

그런 관계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해서인지,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도 뛰어나선지,  '펄프픽션'

'저수지의 개들' '킬빌 시리즈' 등을 만든 감독의 영화 중에 흥행성적이 가장 좋다고 한다.

아~~ 그러나 심장이 약하거나 공포심을 견디지 못한다면 보기 전에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기발함, 장면들에 맞는 기막힌 음악, 폭발적인 감독의 천재성 등을

원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영화를 봐야 한다.

감독은 관객을 가지고 논다. 152분 동안 한숨도 돌릴 여지가 없다.

5개의 섹션으로 나뉜 영화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은

산발적으로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온다.

미련없이 사람들을 죽여 버리고 ( 특히,지하 술집의 총격씬으로 독일 여배우 한사람만 제외하고

모두 죽는 장면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다음 장면에도 볼거리가 많으니 날 따라만 오라고

관객들을 리드한다.

감독의 자신만만함은 아무래도 그의 천재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1941년 나치 치하의 프랑스,  아름다운 초원과 아름다운 음악이 깔리지만...

영화의 도입은 가히 충격적이다. 넓은 초원에 새하얀 빨래가 널리고 자락을 들치니 멀리에서

오고 있는 독일군들이 보인다. 

유대인 가족을 숨겨준 집에 찾아와 우유를 마신 후 폐부를 찌르는 언변으로 집주인을 심문한다.

마룻바닥에 숨겨진 사람들을 잔인하게 총살하고, 딸 슈사나는 공포에 질려 독일군 장교 한스를

피해 멀리로 달아난다. 

독일군 장교 한스는 '유태인 사냥꾼' 이라는 명예 (?) 스러운 훈장을 가진 냉혈한이다.

집주인은 눈물을 흘린다. 어느 누구도 그와 같은 비겁함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스, 크리스토퍼 왈츠의 연기는 뛰어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한스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인간의 비겁함을 스스로 자인하게 만든다.

사람의 생각을 궤뚫는 눈빛과 언변으로 피해갈 수 없는 그물망을 치고 심리를 읽어낸다.

정말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그는 이 영화로 2009  깐느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알도 레인 (브래드 피트)은 유대인들을 모아 ‘개떼들’ 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나치 점령

프랑스로 향한다.

개떼들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독일군을 죽이는 방식은 잔인하기 짝이 없다.

사람을 죽여 머리가죽을 벗기고 몽둥이로 머리가 으깨질 때까지 치고, 피가 튀고 살점이 찢기고...

학살 당한  유대인들의 가족이나 동료임에 분명한 이들의 복수극은 그야말로 광기가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집단과 그 집단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전쟁과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살인들을 인간의 본성은 본래 악한 것이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얼마전에 읽은 책 '마키아벨리 의정서'에서 나오는 킬러가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죽이면서도

얼굴에 붙은 나방의 생명이 다칠까봐 섬세한 손길로 치운다.

그 이중성에서 보여지는 인간 심성의 한쪽에 잔인함과 악함으로 또아리 틀은 속성이 있다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스의 학살에서 살아 남은 소샤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독일군의 전쟁 영웅인 졸리 일병의

도움으로 자신의 극장에서 대규모 시사회를 가지게 된다.

졸리일병은 혼자 포위된 상황에서 연합군 수백 명을 죽이고 살아나  패전의 분위기가 짙은

독일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재현한 영화를 보며 히틀러, 괴벨스, 이하 독일 장교들이 즐거워하는

가운데 죄책감을 느낀다.

쇼샤나는 시사회에서 독일군들을 고립시키고(극장의 출입구를 밖에서 잠근다. ) 

필름에 불을 붙이고 증오로 불타는 유대인 둘이서 총으로 독일군들을 무자비하게 쏴 죽인다.

극장은 마침내 폭발하고...

역사와는 다르게 묘사되는 히틀러는(감독은 히틀러를 가장 희화화한 인물로 그렸다.)

이 자리에서 수십발의 총탄을 맞고 죽는다.

유대인들은 이 영화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낄까... 그 증오심의 밑바닥까지는 결코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문제이지만 감독의 복수는 너무나 잔인하다.

영화가 좋다는 말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괴벨스도 그를 독려하는 미모의 통역관도, 자신이

전쟁영웅이 됬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흥분 잘하는 졸리 일병도, 알도와 개떼들이 보여주는

일탈한 폭력성도 정상은 아니다.

 



 

마지막 한스의 반전은 타란티노 감독다운 복수이다.

잔인하고 냉혹한 한스를 지옥 끝 바닥까지 끌어 내리는 작업으로 감독은 성공의 쾌감을

누렸을 것 같다.

역사에 가장 더러운 이름으로, 가장 비열하게 기억될 수 있는 방법으로 한스를 끌어 내린다.

더불어, 한스는 알도에 의해 이마에 평생 낙인을 찍고 비참한 생을 유지할 것이다.

 

독일에 의한 유대인의 학살과 같은 역사적인 비극은 두번 다시 되풀이되서는 안된다. 

아우슈비츠 의 비참한 역사에서 보듯이 집단과 그 이름으로 행해지는 광기는 항상 있어 왔다.

복수를 위한 전쟁 역시 집단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광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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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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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추억'은 다소 충격적인 겉표지를 보여준다.

새하얀 밀납인형 같은 여자의 시체가 늘어져 있고 케이블 카, 화려한 빛깔의 조명으로

빛나는 도시, 높은 마천루, 검푸른 밤바다 등이 어딘지 모를 악의 음습한 기운을 담고 있다.

도시와 밤바다, 도시와 바다 위에 떠 있는 케이블카, 이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인의

시체 등을 통해 소설의 내용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이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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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이 일어나는 도시들은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가난을 상징하는 침니랜드,

또 하나는 부와 행복을 상징하는 뉴아일랜드이다.

서로 안개 속의 도시 라고 부르지만 엄밀히 말하면 다르다.  

뉴아일랜드가 피를 빠는 기생생물 처럼 비대해지는 반면, 침니랜드는 차츰 생명력을

잃어가고 사람들은 범죄와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는 빈부의 극명한 차이는 대를 물리면서 더욱 심화되는 법이다.

천형처럼 가난을 등에 이고 사는 사람들은 깊은 절망에 빠져 죽은 목숨보다 못한

삶을 연명한다.

 

반도에 섬이 생기고 초고층빌딩들이 생기면서 두 도시 전체를 감싸는 깊은 안개가

생기기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고 배려하지 않으며,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챙기다 보니

참된 인간성을 회복할 방법을 잊어 버리고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

소설 전반에 걸쳐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깊은 심연과도 같은 안개가 깔린다. 

짙은 안개는 사위를 분간하지 못하게 하고 분별력과 자제력을 잃게 하기도 한다.

안개는 매코이가 늘 되뇌이는 것처럼 1 과 자신만으로 나뉘는 외로운 숫자, 소수처럼 고독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에 생긴다.  

어둠과 악으로 가득 차 있어 서로 가까이 할 수 없는 소통 부재의 고립된 사람들이 사는 곳에 

짙은 안개가 깔리고... 살인은 소리없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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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느껴 본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고통이 뼛속까지 깊으면 깊을수록 타인에 대한 그 이해의 폭 역시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러나 그 고통을 이해하는 결과가 살인이라면 지나치다.

아무리 죽고 싶을 만큼 힘들더라도, 타인이 죽음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판단된다 하더라도  

목숨은 신의 영역이다.

지나친 고통과 번민, 자책으로 다중인격을 가지는 살인자에게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

그러나 오랫동안 악과 악인을 들여다 본 결과 그 악에 동화된다는 여러 암시에도

불구하고 웃음가스와 근육경련제를 사용, 여자들을 살인으로 몰고 간 것은 지나치다.

물론 데니스 코헨의 행위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지만 웃음을 머금고 죽게 만든

이유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선의에 의해서라면 또 다른 살인자의 의지가 코헨의 결정에 개입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을 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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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빌딩들이 생기면서 깊은 안개가 생기기 시작했다.

케이블카에서의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부두의 요트, 방조제, 모두 개방된 장소에서 일어난다.

물론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속에서...

여인들의 시체는 한결같이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고, 이들의 죽음은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몰고 온다.

연쇄살인의 범인인 데니스 코헨을 쫓는 정직형사 매코이는 심리 분석관인 라일라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는 그가 죽였다고 생각한 데니스코헨이 살아 있다는 것을 강하게 확신한다.

그와 데니스코헨의 쫓고 쫓기는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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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헨에 의해 머릿속 총알 뿐만이 아니라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과 과거를 가지게 된

매코이는 자신의 분노와 자책감으로 스스로의 영혼을 철저하게 파괴한다.

망가진 뇌는 몸을 망가뜨렸고 끊임없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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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도시, 세 명의 희생자와 잇따른 죽음들, 네 개의 퍼즐, 뇌과학과 기억에 관한 사실,

등이 이 책의 주요 골자이다.

 

'바람의 화원'에서 신윤복이 여자라는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다가 드러난 반전에 놀라서

데인 적이 있는 터라 깊이 생각하며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책을 읽어 나갔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오차없이 내용을 전개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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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너의 거짓말' 이라는 가제본으로 받았던 책을 " 늘 행복하세요 "라는 작가의

사인이 담긴 완성된 책 "악의 추억'을 받고 기분이 무척 좋았다.

구성과 스토리가 탄탄하고 놀라운 이야기로 반전을 드러내는 작가의 글솜씨에 늘 감탄한다.

'악의 추억' 도 작가의 생각을 추리하며 예측하면서 잠시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읽었던 터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좋지 않은 기억은 사람의 마음을 갉아 먹는다.

지독한 기억은 사람의 정신을 갉아먹고 마침내 그 삶을 갉아 먹는다. ~~235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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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도법.김용택 지음, 이창수 사진, 정용선 정리 / 메디치미디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욕심을 내려 놓고 빈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두 분의 웃음이 진정 아름답다.

40 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한 말과 얼굴에 삶의 흔적이 드러난다는 말이 맞나 보다.

 

김용택 시인은 평생을 진메마을에서 살고 있다.

아~ 그 사실이 무척 부럽다.

어렸을 때 몇 년 살았던 바닷가 어촌 마을은 아직까지도 내 꿈 속의 고향이다.

들로, 산으로 뛰다녔고 여름 한 철 내내 모래밭에 옷을 묻어놓고 수영을 했다.

스님들이 지나가면 내 옷을 파 가지고 가는 줄 알고 벌벌 떨었던 기억,

할아버지 무덤 앞에 흙과 개미를 털어내고 베어 물던 그 유가 사탕의 맛을 아직 잊지 못한다.

고모들이 짧은 바지 입고 잡아 준 고동을 할머니가 쪄 주면 싸리문의 잔가지를 뽑아다 살살

돌려 고동속을 파 먹던 그 황홀한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새벽녘의 어스름하고 깨끗한 동터오름 속에서 쌀벼를 키질하던 낯익은 어른들의 모습도,

김을 만드는 사람들의 분주한 손길도, 그시절 가끔씩 찾아오던 아버지를 기다리느라

마을 이정표를 알리는 큰 돌에 기대어 해질 무렵까지, 해지고 달이 떠 오를 때 까지

한참이고 기다리던 그 마음도 아직 잊지 않았다.

비가 오면 산 위에서 부터 내려오는 빗물을 따라 철벅거리며 뛰어 다녔다.

 

섬진강 시인으로 한평생 아이들을 가르치고 고향을 지킨 김용택 시인...

18세에 입산, 부처와 화엄의 진리를 깨닫고 생명평화 운동을 하는 도법스님...

한 권의 책에 두 분의 삶과 철학,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 공동체에 대한 생각들, 두 분의

따로 또 같이 하는 사진 속의 해맑은 모습들이 들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두 분의 나지막한 음성이 조근조근 들려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서로 다른 듯 하지만 하나로 통하는 것을 볼 때, 삶의 길은 저마다의 선택으로 다르겠지만

자신이 충만해서 넘치는 에너지의 방향은 결국 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에너지와 열정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쪽으로 흘러 넘친다.

 



 

시인은 가난했고 업어서 키운 동생들 넷을 뒷바라지했다.

인생의 성공을 돈 걱정 안하고 담배 사 피우기, 마음껏 책 사는 것에 두었고 2003년 이후에야

그 목표가 이뤄졌으니 그때까지의 가난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된다. 

그러나 가난한 시절, 시인의 정신은 훨훨 날았고 버릴 수 없는 순간들, 늘 현재의 주어진 시간과

일상적인 삶을 사랑했다.

월급 타서 동생들 학비랑 책값 주고 전주에서 책 몇 권 사 들고 시골집으로 차 타고 오는 길이

가장 보람차고 행복했다고 한다.

 



 

시인에게 가장 큰 복은 어머니랑 평생을 산 것이라고 한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과 더불어 농사를 지으며살아 온 어머니의 존재는 시인에게 진메마을과

함께 문학적인 토양이 되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가을무를 잘라서 구덩이를 파고 땅 속에 묻는데 그 깊은 땅 속의 캄캄한 곳에서도

무순이 자란다고 한다. 

시인에게 끊임없이 솟아나는 문학의 원천이 되었던 것은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희망의

씨앗이었을 것이다.

진메마을, 어머니, 가난, 낙천적이고 섬세한 성품, 엄청난 양의 독서, 샘솟는 지적욕구와 호기심,

아이들과 함께 한 교직생활 등등. 그의 문학적 영감과 시인으로서의 재능은 필연적인 것 같다.

그는 산중의 작은 방에서 많은 책을 읽으며 사람들의 살아 가는 모습과 자연,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얻는다.

 

대화하듯 쉽게 써 내려간 시인의 이야기들에 마음을 빼앗긴다.

생각이, 표현이,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시인보다 더 시인같은 그의 어머니...

베어낸 나무 밑동과 그 옆의 살아 있는 나무에 새끼줄을 매어 '목숨을 건네 주고' 마당에 뜨거운

물을 뿌릴 때에 뜨거운 물이 땅속 벌레들의 눈에 닿아 눈이 멀까 봐 "눈 감아라, 눈 감아라."

시인은 부자이고 복이 많은 사람이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사랑, 농사짓는 사람들의 삶, 세상을 늘 새롭게 보는 아이같은 마음을 가졌으니.

 

새롭게 안 사실이다.

돼지 오줌보로 공을 만들 수 있다.

지렁이는 풀잎 이슬이 반짝이는 초가을 어스름한 달밤에 '애두르르르, 애 두르르르' 하고 운다.

지금이 초가을이니 진메마을에서는 지렁이가 울고 있겠다.

 



 

스님은 부처의 삶에서 시작하고 부처의 삶을 본받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부처의 깨달음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 작게는 티끌 하나에서 우리 자신, 나무, 돌, 천체에

이르는 모든 것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연기의 진리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와

화엄의 정신(마음과 부처와 중생이 다 똑같아서 어떤  차별도 없다)에 몰입하면서 영원의 의미,

삶의 가치, 적극적인 현실인식을 가지게 된다.

최고급 승용차를 타는 원로스님을 보며 한국 불교의 신음소리를 들었던 스님은 조계종을 개혁하고

이 과정에서 소림활극이 되어 버린 종단의 폭력사태에 대해 반성하고 새로운 활로를 찾는다.

간디의 비폭력 평화 정신을 기반으로 해인사의 청동대불 사건 (해인사에서 세계 최대 43미터의

좌불을 자운스님과 성철스님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짓는다고 한 일)을 반대하기 위한 단식투쟁으로

공사 중지를 이끌어낸다.

 



 

지리산 위령제와 천일기도를 끝낸 스님은 5년 간의 생명평화 순례를 떠난다.

길에서 8 만 명의 사람을 만나고, 길에서 그들에게 묻고, 길에서 배웠다.

내면의 소리와 세상 생명의 소리를 듣기 위해. 모든 짐을 벗어 버리기 위해.길을 걷고 난 후

단순소박한 삶, 아름다운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있어야 한다는

해답을 얻는다.

 



 

시인과 스님은 오늘날의 세상이 문명과 기술의 발전으로 온갖 편리를 누리지만 여전히 인간에게

양극화문제, 자연생태 문제, 인간소외 문제가 남으며 이의 해결을 위해 대안을 내놓는다.

마을 공동체, 신뢰와 애정이 바탕이 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을 공동체가 그것이다.

외국의 공동체의 사례를 가져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작은 마을들의 아름다운 삶의 형식과

정신을 근본적으로 찾아 살리고 연구하자는 결론에 이른다.

 

진메마을에 가고 싶다.

물안개 자욱한 강변을 보며 "그것 참, 좋다!"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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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의 아내 - The Time Traveler's Wif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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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기대를 많이 했던 영화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의 브래드 피트의 제작 ('시간은 거꾸로 간다' 는 영원,

사랑, 운명에 대한 포괄적인 시선을 담은 영화이고 많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 영화였다.

결국 인간에 대한 안스러움이 많이 남은 슬픈 영화로 기억된다. 시간을 다룬 이 영화에도

비슷한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시간여행이라는 독특한 소재, 운명적인 사랑 등등.

 

과거로 돌아가서 아버지와 엄마를 만날수가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단 5분이라도...

 

주인공의 삶은 그야말로 황당하고 당혹스럽다.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든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낯선 곳, 낯선 상황 속에 던져진다.

누구라도 그러한 상황을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헨리는 5살 때에 충격적인 자동차 사고를 경험한 이후 특이한 유전자의 영향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항상 알몸으로.

 





 

6살 때에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 헨리를 처음 만나는 소녀 클레어.

초원에서 만난 그의 말을 믿어 준다.

그순간, 특이한 유전자를 가져 외롭고 또 외로뤘던 헨리의 삶이 구원되는 것인지 모른다.

모든 사랑은 믿음에서 오는 것이다는 진리.

 





 

클레어는 도서관에서 그를 한눈에 알아본다. 헨리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곧 알게 되고.

오랫동안 그를 기다려 왔던 그녀는 그와 마침내 결혼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을 여행하는 그는 항상 춥고 외롭다.

비록  엄마를 과거의 여행에서 만나고 환한 엄마의 미소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그런 그를 전부 알고 있는 클레어가 구제해 준 것이다.

산속, 찻길, 눈길, 낯선 곳에서 알몸으로 항상 춥고 외로웠던 헨리가 평생 그를 기다려 왔고,

기다릴 클레어를 만난 것이다.

 





 

헨리와 클레어는 뱃 속의 아이마다 유산하는 아픔을 겪는다.

헨리의 유전자를 닮아 아이도 시간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아내 몰래 정관수술을 받는 헨리, 그 사실에 분노한 클레어는 헨리가 자고 있는 동안

시간여행을 하는 헨리와 만나 임신에 성공한다.

기발한 작가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까지 시간여행을 하게 하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 아닐까.

 





 

복권을 사서 5백만 달라가 당첨되고, 뒷마당이 초원으로 펼쳐져 있는 집을 산다.

언제라도 시간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장소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시간여행을 하는 딸 엘바 로부터 엘바가 5살 되는 해에 죽는다는 말을 들은 헨리.

클레어와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떠날 채비를 한다.

 



 

영화의 끝은...

죽은 헨리가 엘바와 클레어를 시간 여행 중에 다시 만나러 오고 ... 그리 나쁘지 않다.

 

헨리는 시간 여행을 하며 왜 엄마를 살리지 않았느냐는 아빠의 원망어린 말을 듣는다.

헨리는 그것은 내가 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거기까지 도달할 수 없었노라고. 항상 그지점에서 끝난다고.

죽음을 돌이킬 수 있다면 스토리가 어떻게 변했을까? 그래도 좋았을 것 같다.

현실에서 절대로 불가능한 일도 영화나 책에서는 벌어지지 않는가.

나도 시간여행을 한다면 돌아 가시기 전의 부모님 모습을 실컷 볼 수 있을텐데...

물론 알몸으로 아무 장소에나 내던져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든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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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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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다.

저자에게 세상의 잣대를 대신하는 것은 같은 길을 가는 가족의 존경과 사랑이다.

행복의 기준도 세상의 것에 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가족의 마음 안에 심어 둔다.

그녀는 삶의 주인으로 당당하면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택하여 행동하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 부부가 이룬 가정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풍요롭고 가족간의 사랑과 신뢰로

행복이 넘쳐난다.

그들은 학력과 실력에 비해 적은 보수와 사회적 위상을 감수하면서 무섭게 절약한다.

집에서 머리깍기, 크루아상 하나로 둘이 나누어 먹기 (개인적으로 가장 지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먹을 것을 아끼다니...), 환경보호를 위해 자동차 대신 자전거 타기, 20년이 넘은 옷들을

입기, (나도 그렇다. 거의 30년 된 옷도 꽤 있다.)

연료와 샤워 물을 아끼고 난방과 온수를 아끼는 부분에서는 정말 놀랍다.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고갈의 시대를 맞아 겨울의 실내 온도를 섭씨 18도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15년 된 물주머니를 안고 자고... 이렇게 검약해 모은 돈으로 여유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한다. 그들 부부의 삶이 대단한 이유는 바로 '기부'에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크니까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하는 자리가 참으로 즐겁고 기껍다.

밥을 먹으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 선생님들, 시사문제 까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

서로 같이 식사하는 시간을 나도, 남편도 기다리게 된다.

저자의 부부는 가족과 3끼의 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 승진과 더 나은 보수를 포기한다.

가정의 행복과 자녀의 교육을 위해 자신들의 사회적인 성공을 포기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이다.

"배워야 할 모든 것을 식탁에서 배웠다" 는 그 아이들의 말이 참으로 부럽게 들렸다.

식탁에서 밥을 같이 먹으며 선생님의 흉, 학교 친구들, 정치, 사회, 문화 등의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주고 받는 교육의 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그들이 포기한 사회적인 성공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아이들의 지적인 성장과 정서적인 안정감, 그리고 가족간의 유대감은 결코 돈으로 환산될 수

없을 만큼 귀한 것이기에...

그녀는 아이들 옆에 친구처럼 있어줄 뿐이라고 한다.

어른이라고 더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부모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과소평가하고 참견하는 일이

낯간지럽다고 한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강요했던 나의 방식들을 저자의 교육관과 비교하면서 무척 반성했다.

아들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그러나 다시 돌아 간다면 저자처럼 할 수 있을까... 그것도 사실은 자신이 없다.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 ~~ 저자의 대표적인 교육관이다.

그녀는 교육의 목표를 아이들이 독립했을 때 자신의 고유한 특성과 재주를 스스로 발견하도록

하는 데에 둔다.

그녀 자신이 그랬듯이 자식들이 행복지수를 부귀나 영화에 두지 않는 현명하고도 소박한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아마도 모든 부모들이 바라는 소망은 그녀의 그것과 같을 것이다.

부모 자신의 교육에 대한 철학과 소신, 그리고 가치관의 차이가 다른 방식으로 나타나겠지만...

 



 

저자는 히틀러 이후 독일 사회의 전쟁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운동에 대해 언급한다.

적극적인 독일과는 달리 일본은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등 역사청산이 요원하다고 본다.

일본 속의 양심있는 지성인들의 주장이 먹힐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도 보상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역사자료의 꼼꼼한 수집, 정리. 보존과 함께 미국법원에 일본 정부나 군대를 상대로

한 합법투쟁, 즉 집단소송을 제기하라고 제언한다.

 



 

누구에게나 단 한번만 주어지는 인생, 삶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사느냐는 내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철들면서 왜 사느냐? 는 고민보다는 어떻게 살까? 로 고민을 해왔다.

저자는 여러가지 답들을 내게 알려준다.

절약하며 살기, 지구인의 한사람으로 살기, 아들들의 곁에서 친구처럼 살기 (참 마음에 드는 말이다.

친구같은 엄마, 유머를 같이 나누는, 그런데 내가 좀 더 아이들을 웃길 수 있으면 좋겠다.)

당당하게 살기, 조약돌같은 지성인으로 살기~~ 때로 주류의 물결을 거스릴 수 있는 작은 돌멩이,

기부하며 살기...

혼자 갈 수 없는 삶이니 너와 내가 같이 우리가 되어 행복을 꿈꾸고 싶다.

저자처럼 당당하면서 단단한 삶을 택하고 싶다.

그녀가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듯이 나도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내 가족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 

내 아들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행복한 길을 택하고 그 안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이다. 

또한 나 자신은 겉 멋보다 안으로 감춰진 삶의 미덕을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세상은 앞에서 활약하는 주연들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뒤에서 배경을 이루는 보통

사람들에 의해 돌아간다.

좋은 배경이 되어 조용히 씨를 뿌리며 사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겠다.

티끌인 나에게 태산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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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mma 2009-10-29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정말 멋지네요.. 책을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꼭 읽고 싶어 지는군요. 리뷰가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