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터즈'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중에서 그가 묘사하는 특유의 잔인함으로 볼 때
가장 강도가 약한 영화라고 한다.
그런 관계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해서인지,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도 뛰어나선지, '펄프픽션'
'저수지의 개들' '킬빌 시리즈' 등을 만든 감독의 영화 중에 흥행성적이 가장 좋다고 한다.
아~~ 그러나 심장이 약하거나 공포심을 견디지 못한다면 보기 전에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기발함, 장면들에 맞는 기막힌 음악, 폭발적인 감독의 천재성 등을
원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영화를 봐야 한다.
감독은 관객을 가지고 논다. 152분 동안 한숨도 돌릴 여지가 없다.
5개의 섹션으로 나뉜 영화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은
산발적으로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온다.
미련없이 사람들을 죽여 버리고 ( 특히,지하 술집의 총격씬으로 독일 여배우 한사람만 제외하고
모두 죽는 장면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다음 장면에도 볼거리가 많으니 날 따라만 오라고
관객들을 리드한다.
감독의 자신만만함은 아무래도 그의 천재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1941년 나치 치하의 프랑스, 아름다운 초원과 아름다운 음악이 깔리지만...
영화의 도입은 가히 충격적이다. 넓은 초원에 새하얀 빨래가 널리고 자락을 들치니 멀리에서
오고 있는 독일군들이 보인다.
유대인 가족을 숨겨준 집에 찾아와 우유를 마신 후 폐부를 찌르는 언변으로 집주인을 심문한다.
마룻바닥에 숨겨진 사람들을 잔인하게 총살하고, 딸 슈사나는 공포에 질려 독일군 장교 한스를
피해 멀리로 달아난다.
독일군 장교 한스는 '유태인 사냥꾼' 이라는 명예 (?) 스러운 훈장을 가진 냉혈한이다.
집주인은 눈물을 흘린다. 어느 누구도 그와 같은 비겁함을 피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스, 크리스토퍼 왈츠의 연기는 뛰어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한스는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인간의 비겁함을 스스로 자인하게 만든다.
사람의 생각을 궤뚫는 눈빛과 언변으로 피해갈 수 없는 그물망을 치고 심리를 읽어낸다.
정말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그는 이 영화로 2009 깐느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알도 레인 (브래드 피트)은 유대인들을 모아 ‘개떼들’ 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나치 점령
프랑스로 향한다.
개떼들이라는 닉네임에 걸맞게 독일군을 죽이는 방식은 잔인하기 짝이 없다.
사람을 죽여 머리가죽을 벗기고 몽둥이로 머리가 으깨질 때까지 치고, 피가 튀고 살점이 찢기고...
학살 당한 유대인들의 가족이나 동료임에 분명한 이들의 복수극은 그야말로 광기가 아니면
설명할 방법이 없다.
집단과 그 집단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전쟁과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살인들을 인간의 본성은 본래 악한 것이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얼마전에 읽은 책 '마키아벨리 의정서'에서 나오는 킬러가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죽이면서도
얼굴에 붙은 나방의 생명이 다칠까봐 섬세한 손길로 치운다.
그 이중성에서 보여지는 인간 심성의 한쪽에 잔인함과 악함으로 또아리 틀은 속성이 있다는
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스의 학살에서 살아 남은 소샤나는 그녀를 사랑하는 독일군의 전쟁 영웅인 졸리 일병의
도움으로 자신의 극장에서 대규모 시사회를 가지게 된다.
졸리일병은 혼자 포위된 상황에서 연합군 수백 명을 죽이고 살아나 패전의 분위기가 짙은
독일에서 영웅으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재현한 영화를 보며 히틀러, 괴벨스, 이하 독일 장교들이 즐거워하는
가운데 죄책감을 느낀다.
쇼샤나는 시사회에서 독일군들을 고립시키고(극장의 출입구를 밖에서 잠근다. )
필름에 불을 붙이고 증오로 불타는 유대인 둘이서 총으로 독일군들을 무자비하게 쏴 죽인다.
극장은 마침내 폭발하고...
역사와는 다르게 묘사되는 히틀러는(감독은 히틀러를 가장 희화화한 인물로 그렸다.)
이 자리에서 수십발의 총탄을 맞고 죽는다.
유대인들은 이 영화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느낄까... 그 증오심의 밑바닥까지는 결코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는 문제이지만 감독의 복수는 너무나 잔인하다.
영화가 좋다는 말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괴벨스도 그를 독려하는 미모의 통역관도, 자신이
전쟁영웅이 됬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흥분 잘하는 졸리 일병도, 알도와 개떼들이 보여주는
일탈한 폭력성도 정상은 아니다.

마지막 한스의 반전은 타란티노 감독다운 복수이다.
잔인하고 냉혹한 한스를 지옥 끝 바닥까지 끌어 내리는 작업으로 감독은 성공의 쾌감을
누렸을 것 같다.
역사에 가장 더러운 이름으로, 가장 비열하게 기억될 수 있는 방법으로 한스를 끌어 내린다.
더불어, 한스는 알도에 의해 이마에 평생 낙인을 찍고 비참한 생을 유지할 것이다.
독일에 의한 유대인의 학살과 같은 역사적인 비극은 두번 다시 되풀이되서는 안된다.
아우슈비츠 의 비참한 역사에서 보듯이 집단과 그 이름으로 행해지는 광기는 항상 있어 왔다.
복수를 위한 전쟁 역시 집단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광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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