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손 도장 - 2010 대표에세이
최민자 외 49인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아파트 마당에 벚꽃과 산수유가 한창이더니 지고 없다.

대신 연초록의 싱싱한 이파리들이 엊그제 비 온 뒤로 더욱 푸르르다.

모두들 봄의 생생한 기운을 안고 기지개를 펴고 있다. 

꽃도 예쁘지만... 연초록의 잎으로 덮인 나무들은 생명력이 넘쳐 보여

더욱 싱그럽다.

작은 아이에게 "진아, 너는 저기 나무들이 보이지 않지?" 라고 물었다.

아이는 "아니, 나도 보여." 한다.

아마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나이 때에 내가 알지 못하였듯이...

아니 제 말대로 보이기는 하지만 나무의 초록이 왜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나이가 하나, 둘 먹는 것이 훈장을 다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일도 아니지만 내게는 각별하다.

신기하게도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청춘의 재기발랄함과 기발함, 톡톡 튀는 언사와 싱싱함이 좋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은근하고 느리게 삶과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큼

이해되는 것도 참 근사한 일이다.

음식에 대한 편식이 심한 나는 문학 장르에 대한 편독 역시 심한 편이었다.

유독 장편소설을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다른 장르의 책들도 가리지

않고 읽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수필이 주는 맛과 멋에 흠뻑 빠져 들었다.

 

책에 실린 글들은 2009년 격월간 <에세이스트>에 실린 글들 중에서

월평, 촌평, 평론에 오른 작품을 대상으로 글을 쓴 작가 모두가 심사위원이

되어 한 해를 대표하는 작품 50편을 선정한 것이다.

발행인 김종완은 서문에서 이 책이 한국수필문학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선집으로 널리 읽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힌다.

저자 50인의 평균 나이는 50세를 훌쩍 넘기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연륜이 배어나는 글들이 주는 감동은 참으로 특별하다.

삶에 대한 깊은 연륜과 진정성에 문학적인 상상력이 더해 나온 글들이니

감동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실려 있는 글들의 소재는 멸치, 배꼽, 수박, 들고양이, 새벽 예불, 밥상,

팽나무, 하모니카, 죽음, 엄마, 아버지 등 다양하다.

각 50개의 글들에서 50사람의 인품과 향기가 느껴진다.

덤으로 인생 선배들의 사는 모습과 그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 나의 치사함에 대하여 ; 김종완

어린 시절 배가 고파서 실신한 적이 있는 저자는 이완용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기회를 내팽개치고 안중근의 당당함으로 살 자신이 없었을 것이라고 자신의

치사함을 고백한다. 그는 어떤 가격에라도 팔았을 재능이 없음이 감사하고

영혼을 팔 기회를 원천 봉쇄한 신께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어느 순간에 퍼뜩 생각한다.

"결코 채워지지 않을 부자나 권력자가 될 욕망만을 좇다가 가난한 마음으로

죽게 된다면 이 얼마나 한심한가! 젠장 마음까지 가난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돈 드는 일이 아니니 마음이라도 부자로 살아야겠다" ~ 26쪽

 

* 수박송 ; 김서령

"여름날 오후 새빨간 큰 소반에다가 새파란 수박을 올려 놓고 잘 드는 칼로

자른다. 아아, 이 또한 흐믓한 일이 아닌가." ~ 48쪽 김성탄 <흐뭇한 한 때>

 

수박을 살 때 수박을 가만히 두들겨 보고 그 소리를 들어 본다.

살림을 사는 지혜도 없고 음식도 못하는 나는 어떤 소리가 잘 익은 소리인지

도무지 분간하지 못한다.

한번씩 두드려 보다가 결국은 수박 파는 아저씨에게 골라 달라고 부탁한다.

몇년 전만 해도 수박 몸통의 윗부분을 삼각형으로 날렵하게 파내 그 색깔을

보고 익은 것을 팔았는데 그런 방법은 언제부터인가 볼 수 없게 되었다.

엄마를 따라 다니면서 수박 사는 것을 구경하던 어린 시절부터 홀로 수박을

사게 된 어른이 되어서도 수박 몸통에 칼을 대는 그 순간은 언제나 긴장이

되곤 하였다.

익지 않았으면 아저씨가 무안해 할거고... 

익지 않았으면 아저씨는 손해일테고...

익지 않은 것을 살 수는 없고... 짧은 순간에 수많은 생각이 오갔다.

 

"푸른 대기 아래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는 수박의 속살, 그 깊은 상처는

반드시 삼각형이어야 했다. 우선 삼각형으로 깊이 찌른 후 무게 중심쯤

되는 곳에 칼끝을 꽂아 대기 밖으로 불러내곤 했다.

딸려 나온 속살이 익지 않았다면? 수박장사는 일단 제 얼굴을 수박대신

벌겋게 물들인다. 그리고 아직 녹빛이 남은 삼각형을 얼른 수박 몸 안으로

원위치하고 괜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른 수박을 향해 몸을 돌린다." ~ 53쪽

 

수박장사의 무안함을 묘사하는 부분이 참으로 재미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글을 보니 헛헛함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런데 수박을 먹는 사람은 다 죽는가 보다.

김성탄도 임어당도 김현도 윤택수도 지금은 모조리 여기서 사라져버렸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 또한 수박을 엄청나게 먹어댔으니 불원간 그들이 간 곳으로 가게 될 게

뻔하다. 살아있는 동안 잘 드는 흰 칼로 푸른 수박을 자르는 쾌감을 더

누려야 할는지 먹으면 죽는다는 걸 알았으니 수박 따위 이제 그만 끊어

버려야 할는지 그걸 모르겠다." ~ 54쪽

 

* 화해 ; 허원주

저자는 뉴질랜드 유학 중에 돌아온 고등학생 아들이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보며 아들에게 실망하고 기분이 언잖다.

그런데 아빠에게 영어로 쓴 에세이 몇 편을 보여주는 아들과 열띤 토론을

하고 마음이 슬며시 풀어지는데...

아들은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를 불러 달라고 청한다.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는 동안 저자는 아들이 한 남자로 성숙하고 그 인생이

여물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두~어도 진정 변하지 않을 사랑으로 남게 해 주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저자의 아들을 바라보는 마음에 공감이 간다.

내가 아는 아들의 모습이 전부가 아닌 것에 당황되지만 그 무엇이

아들의 세계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해되는 찰나의 순간이 있다.

노래방에서 아이들의 노래를 듣노라면... 참 행복하다.

따로, 또 같이 마이크를 잡고 멋들어지게 노래 부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기분 좋은 웃음이 스멀스멀 터져 나온다.

마지막 가족의 노래 <사랑으로>를 부를 때면 우리는 늘 어깨동무를 한다.

가족은 참 좋은거다.

 

* 겨울 팽나무, 아내여 이것 좀 보오 ; 한 기홍

버거운 빚과 박봉, 수차례의 자영업의 실패로 저자의 가정은 항상 궁핍하다.

제주도에서 밑동에 공동(空洞)이 있는, 아무 쓸모가 없어 오래 살아남은

팽나무를 보면서

"갑자기 나무의 의연하고 질긴 생명력에 따뜻함과 경의를 느꼈다.

여행길 내내 쓸쓸했던 가슴속 깊은 곳에서 팽나무 밑둥 닮은 공동(空洞)이

환한 원으로 커지면서, 보름달같이 둥그런 아내 얼굴이 일렁였다.

아내가 곁에 있다면 반평생 그리도 인색했던 사랑한단 말이라도 거침없이

해주고 싶은 마음에 울컥거렸다.

"추운 겨울 팽나물세, 아내여 이것 좀 보오."" ~ 84-85쪽

 

* 밥상 ; 박경주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수건 돌리기를 하면서 등 뒤에 떨어진 수건에 손가락

끝이 닿던 순간의 놀라움과 당혹감, 그리고 아뜩함을 '죽음'으로 묘사한다.

뜻밖의 술래가 되는 것, 죽음은 신이 술래인 수건돌리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 넷이 빙 둘러 앉던 식탁을 가장 먼저 떠난 건 어머니였다.

그토록 열심히 밥상을 차리다가 먼저 눈을 감았다. 빈 자리는 채워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모두 떠나면 새 밥상이 생길 것이다. 

그렇게 한 시대가 끝나리라." ~ 231-232쪽

 

* 속죄 ; 김종길

저자는 누군가의 고통을 들어주고 처방을 내리는 정신과 의사이다. 

무당이던 어머니의 신분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던 그는 어머니가 죽은 후, 어머니가

죽기 전의 증상과 같은 호흡곤란을 겪는다.

환자의 고통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머니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어머니의 아픔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고독한 삶, 고통의 극점을 넘어 온 어머니는 진심으로 타인의 고통을 이해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것만큼만 이해한다.  

가장 고독하고 고통스러웠던 삶을 견뎌낸 어머니는 위대했다. 못난 아들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게 위대했던 어머니는 외롭게 돌아가셨다."

 

* 아버지의 난닝구 ; 이귀복

저자의 소망은 아버지께 잔치국수 한 그릇을 만들어 대접하는 일이었다.

그것은 어린 날 자신의 상처에 대한 위로이자 치유이기도 했다.

"중학교 3학년 되던 여름, 아버지는 첫사랑 연인과 살림을 차렸고 엄마는

그집 마당에서 아버지의 난닝구를 움켜쥐고는 있는 힘을 다해 흔들어댔다.

그후 엄마는 이모 집으로 피신하고 술에 취한 아버지는 대문을 잠그고

내게 매질을 했다. 며칠 후 내 몰골을 본 엄마는 맹수가 되어 아버지에게

달려들었다.

아버지는 엄마에게 난닝구가 찢겨져도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었다.

아버지는 엄마가 일찍 세상을 떠난 후 긴 시간을 홀로 보냈다.

십여 년이 넘도록 침상에 누워 식사도 대소변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처참한 아버지...

나는 친정에 발을 끊었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관절염으로 뻣뻣하게 굳은 다리가 관 위로 솟아 뚜껑 닫기가 힘들어

기역자로 접혀진 아버지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울었다." ~ 162-170

 

아버지의 난닝구. 말할 수 없이 슬프다.

아버지의 폭력과 어린 시절의 상처, 화해하지 못하고 보낸 아버지에

대한 회한 등으로 저자는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을까.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잔치국수를 해드렸으면 좋았을텐데...

참 많이 안타깝다.

저자의 마음 속에 있는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기를...

 

"이미 받은 상처는 내 것이다. 쉰일곱,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열여섯

그 날의 나를 찾아 보듬는 일 뿐이다. 부모가 있었지만 늘 혼자였던 열여섯

그 아이에게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부모가 되어야만 한다.

그리하여 그 아이의 상처를 헤집어 빨간 약이라도 발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버지,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멸치국물 내어 국수를 꼭 삶아 드릴게요.

아버지 좋아하는 생마늘 몇 쪽도 함께 상에 올릴게요.

그때 아버지께 고통스러웠던 내 상처를 이야기하면 한번만이라도 내 등을

토닥여 주세요." ~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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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듬뿍 초코초코 베이커리 1 - 초원이와 흑곰 아저씨 세종꿈나무 성장 동화 시리즈
조선학 지음, 곽윤환 그림 / 세종꿈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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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미있으면서 교훈적이며 감동을 주는

문학 장르이다.

저자는 자신의 소원이 <말괄량이 삐삐> 를 만든 린드그렌처럼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한다.

<초코초코 베이커리>는 부모의 갈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가진 아이 초원이가

빵집 아저씨와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부모를 이해하게 되고 마음을 열어가는

성장동화이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따뜻한 글에 행복한 그림을 그려서 감사하다는 그린이의

예쁜 그림이 더해져 마음이 훈훈해진다. 

 

일때문에 바쁜 엄마 아빠는 초원이의 생일도 챙겨주지 않고 스키장에 데려

간다는 약속마저 어긴다. 게다가 할아버지를 모시는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좋아한다고 어렵게 고백한 여자친구 윤지는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서 놀림감이

되게 하고...

초원은 모든 것이 엉망이라고 생각하면서 할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 강원도

황지로 간다.

 

황지에서 만난 빵집의 흑곰 아저씨는 초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맛있는 빵과 함께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어른들도 어린아이들처럼 실수할 때가 있단다. 몸집이 커진다고 마음까지

자라는 건 아니거든. 몸은 나이가 들면 저절로 자라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거든.

그래서 마음까지 다 자란 어른이 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 55쪽

초원이는 흑곰 아저씨처럼 사람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빵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불에 오줌을 싸버린 초원의 약점을 빌미삼아 은혜를 10번 갚으라는 동규.

초원이는 할아버지 앞에서는 예의 바른 척 하고 초원에게 거만하면서도

엄마 앞에서는 겁먹은 듯한 동규의 진짜의 모습이 무엇일까 알 수 없어

알쏭달쏭하지만 왠지 그가 싫지 않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엄마의 반대가 있었지만 고혈압으로 쓰러진 할아버지의

간병인이자 조수로 황지에 계속 머무르게 된 초원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책을 다 읽고 보니 2권이 기다려진다.

초원이의 황지초등학교에서의 학교생활은 어떨까?

괴짜 할아버지가 슈퍼옥수수를 만드려는 이유는 무엇이며 성공할 수 있을까?

막무가내인 동규와는 친해질 수 있을까? (무지막지 친해질 것 같다는 예감)

유명한 호텔에서 일했다는, 친절한 흑곰 아저씨의 사연과 그 정체는?

궁금증이 커지기만 하는데...

이 모든 의문들이 2권에서 해결된다니 기다리는 수밖에...

 

팁으로, 책의 말미에 있는 '책 속의 책'에서는 베이킹 도구와 기본재료를

설명하고 초코 마시멜로 쉬폰 케이크, 바게트 샌드위치, 크림빵, 마들렌,

계란빵의 레시피를 실었다.

 

"빵 하나를 만드는 데도 반죽하는 시간, 숙성시키는 시간, 굽는 시간이

필요한 법이란다.

시간은 모든 것을 부드럽고 온화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단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따뜻하고 달콤한 가정을 이루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 164-1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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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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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하얀 장미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날,

쌀톨이와 뚱이가 할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뒷모습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유치원 선생님이자 동화작가인 왕이메이는 아이들과 함께 한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멋진 동화책 한 권을 선사했다.

둥글고 부드러운 선, 파스텔 톤의 고운 그림들은 동화의 내용과 어우러져

감동을 더한다. 

 

동화작가들의 마음은 참 예쁠 것 같다.

아이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이해 없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이 아니고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을 쓰기가 어려울 것이다. 

작가들의 예쁜 마음과 맑은 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화가 좋다.

<장미 별장의 쥐>는 짧은 동화이기는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보석같은 책이다.

 

장미할머니를 보며 마더 데레사가 떠오른다.

거친 손과 거친 발, 주름진 얼굴, 헌신과 순명으로 평생을 살았던

빈자들의 어머니. 데레사 수녀님.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단지 한번에 한사람을 사랑할수 있다. 한번에 단지 한사람만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사람, 한사람, 한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한다.

난 한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 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의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방울 만큼

줄어들 것이다." ~ 마더 데레사

 

장미 할머니는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다.

혼자 사는 할머니는 자신의 외로움을 잘 알기에 다른 존재의 외로움을 알아본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따스하게 감싸지만 도움을 받는 존재들이

모두 그 고마움을 알고 은헤를 갚는 것은 아니다.

상처입은 달팽이와 새, 강아지, 젊은이를 돌봐 주었지만 그들은 상처가 낫자마자

별장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부모 자식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혹시나 장미 할머니의 자식들이 그녀를 외롭게 만들지 않았을까?  

홀로 사는 장미할머니, 외로움을 아는 할머니를 보며 자식들은 어디에서 살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된다.

아마도 사람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여서...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외로움... 외로움은 태어나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죽음과 시듦이 전제된

모든 존재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외로운 쌀톨이를 알아보고, 외로운 뚱이도 알아본다.

사랑과 관심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쌀톨이와 뚱이도 할머니의 외로움을 알게 되고.

그렇지만 사랑하는 할머니는 이미 떠나고...

살아있을 때 많이 사랑하자. 서로에 대한 사랑만이 외로움을 덜하게 한다.

 



 

장미 할머니는 홀로 도시 밖 작은 별장에 살고 있었어요.

혼자 살다 보니 말할 일이 별로 없었어요.

 



 

어느 겨울, 쌀톨이라는 쥐가 할머니를 찾아 왔어요.

장미 할머니는 떠돌이 생활을 끝내려는 쌀톨이를 딱하게 여기고 겨우내 먹을 빵과

잼을 충분히 준비했어요.

식사를 같이 하고,  친구가 생겨 할머니는 몹시 기뻤어요.

  



 

어느날, 지하창고에서 알딸딸하게 술에 취한 쌀톨이는 정신을 잃었어요.

장미할머니는 꼼짝않고 누워 있는 쌀톨이가 죽은 줄 알았어요.

새하얀 장미가 탐스러운 넝쿨 아래 조그만 구덩이를 파놓고,

울고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술이 깬 쌀톨이는 술을 끊기로 마음먹었어요.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뚱이라는 고양이가 장미 별장에 나타났어요.

뚱이는 쌀톨이와 뚱이가 싸울까 봐 주저하는 할머니에게 심술을 부렸어요.

장미 꽃잎을 뜯어 사방에 뿌리다가 가시에 앞발과 뒷발을 다치고 말았어요.

할머니는 뚱이를 안고 별장으로 돌아와 다친 발에 흰 붕대를 감아주었어요.

 



 

쌀톨이는 할머니를 위해, 뚱이를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장미 별장을 떠났어요.

 



 

몇 년 동안 여러 곳을 떠돌아 다니면서도 쌀톨이는 할머니를 그리워했어요.

그러다가 혹시나 뚱이가 할머니에게서 떠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서둘러 장미 별장으로 돌아갔어요.

바람에 날려 하얀 장미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지만 저멀리 장미 넝쿨 아래

뚱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뚱이는 쌀톨이를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려요.

마지막 꽃잎이 떨어졌을 때 쌀톨이는 이제 더 이상 장미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쌀톨이도 뚱이 옆에 앉아서 긴긴 눈물을 흘렸어요.

아주 오래 전 할머니가 자기를 위해 눈물을 흘렸던 그때처럼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라는 사실을 아는 셋이

장미 별장에서 만나고, 이별하고, 또 긴긴 눈물을 흘렸습니다." ~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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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라 브라바! - 기대해도 좋을 내 인생을 위해
아네스 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이 책에서 평범했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환경으로 자신을 내몰고 쉼없이 노력한  부상으로

성공을 향유하는 20~30대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평범하다고 표현하지만 그녀들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뭔가를 이루었기에 비범한 것이 아니라, 꿈꾸었기에 비범한 그녀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파티플래너, 뮤지컬 작곡가, 유엔 행정 직원, LA 검찰청 공보관,

큐레이터, 카지노 호스트, 플로리스트, 친환경 디자이너 등 8명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일에 대한 열정이 이 책 안에 가득 담겨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자신들의 삶을 관리하고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녀들의 삶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부러움으로, 경탄으로, 그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마음속으로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살지 않았던 그대들 젊은 청춘을 향하여 라 브라바 La Brava !!!

(라 브라바는 이탈리아어로 공연이 끝난 후 여성 출연진들에게 박수와 함께 보내는

'잘했다', '훌륭하다'는 의미의 찬사이다)

 



 

꿈꾸는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꿈꿀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아름답다.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미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무엇이건 도전할 수 있는 젊음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 내 나이

역시 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60 ~ 70 이 넘은 분들이 나를 보면 너무나 젊어서 아무 일이나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20대의 나는 30이 되면 재미있는 일이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30대 이상의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생각했으니...  참 어리석었다.

30대에 나는 생각이라는 것을 했고 40대에도 그러했으니 아무 생각 없이,

아무런 재미없이 늙어갈 것이라는 나의 생각은 완전히 틀렸음을 시인하며 

그 시절 어린 마음으로 잘못 판단했던 어리석음에 대해 나이든 어른들에게

죄송스러움을 고백해야겠다. 

고등학교 다닐 때에 친구 하나는 40이 넘으면 늙고 추해지는 나이이기 때문에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친구는 나이 40살에 자살한다고 했는데 작년 동창회 모임에 나왔다.

내게 했던 말을 기억하냐고... 나는 친구에게 묻지 않았다

우리들의 나이 역시 무엇인가를 꿈꾸기에 늦은 나이는 아니기에.

내가 꿈꾸는 나의 삶을 위해서도 라 브라바 !!!

새로운 길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의 삶을 위해서도 라 브라바 !!!

 



 

책속에는 팁이 가득하다.

저자의 풍부한 독서에 힘입어 인용된 좋은 글귀들이 묵상거리를 제공하고

깊이 머무르게 한다.

또한, 부록으로 딸려 온 32 장의 위즈덤 카드는 앞면에 예쁜 그림을, 뒷면에 책 속의 좋은

글들을 새겨 가볍게 들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돌아간다고 느껴지는 그 길이 어쩌면 지름길인지도 몰라... 괜찮다.

출발이 조금 늦어도. 인생의 성패는 누가 가장 먼저 출발했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오래 열정을 가지고 있느냐, 누가 더 끈질기게 달리고

있느냐에 달린 거니까..." ~ 19쪽

  

"Follow your heart and do what makes you happy.

Don't let other people push you into something that isn't happy

fundamentally you.

당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하세요. 세상 그 누구도 당신을 당신이 원하지 않는

그 어떤 것이 되라고 조정할 수 없어요." ~ 89-91쪽 미셸 오바마

 

"진실함과 간절함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 92쪽

 

"장벽이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내몰려고 장벽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장벽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얼마나 절실히 원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장벽은 그것을 절실히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장벽은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멈추게 하려고 거기 있는 것이다."

 ~ 123-124쪽 랜디 포시 <마지막 강의>에서

 

 "The secret ingredient is 'Nothing'.

To make something special, you just have to believe it's special.

사실 비밀요리법이란 없단다. 단지 특별하다고 믿으면 특별해지는거야."

 ~ 180-181쪽 영화 <쿵푸 팬더>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트려야 한다." ~ 218쪽 헤세 <데미안>

 

"당신에게 멋진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운명 때문이 아니다.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 당신이 유독 그 일을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았기 때문이다."

 ~ 245쪽 영국의 가수 밥 겔도프

 

"실패란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 246쪽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하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 247쪽 프랑스 속담

 

"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배는 멈추기

위해서 있는 게 아니다. 새로운 것, 더 가치있는 것을 향해 닻을 올리고

바다를 향해 떠나가야 한다." ~ 304쪽 앵커 백지연

 

"셀 라비!  C'est la vie 이것이 인생이다." ~ 2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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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네 방향 Dear 그림책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사계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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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시간의 네 방향>은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의 되풀이되는 삶의 모습들을 이야기한다. 

비슷해 보이는 그림들 속에 퍼즐과 실마리가 들어있고 연속적인 장면들을 담고

있어서 작가의 의도를 알기 위해 고민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저자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는 이 책을 

'50년의 삶을 갈무리하는 일생의 역작'이라고 표현한다.

저자의 자신있는 표현만큼 철학적인 의미들이 많이 담긴 책이다.

표지에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이라고 되어 있지만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고 다소 난해하게 느껴진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에 시계판 네 개가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는 시계탑이 서 있다.

1500년부터 2000년까지 500년 동안 백 년마다 시계가 알리는 같은 시간에 시계탑의

동서남북의 네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4장면씩 24장면의 이야기로 담았다.

같은 시간, 시계탑은 똑같은 시각을 알려 주지만 각자가 느끼는 시간의

속도나 표정, 그 색깔과 양상은 다를 수맊에 없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건들의 연속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100년씩 건너뛴 시간들 속에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을 먹고, 일을 하고, 이별하고, 슬퍼하고, 꿈꾸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그리고 다른 시간과 같은 공간에서

서로 의식하지 못하지만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맺어짐을 보여준다. 

수백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전쟁과 전염병, 가난, 홍수 등을 겪고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이 비슷하게 반복되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살고, 죽고, 태어나고 살아갈 것이다.

 

아무리 고통스러운 시간도, 붙잡고 싶은 행복한 시간도 모두 다 지나간다.

같은 시간이지만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더디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살처럼 빠르게 지나가기도 한다.

길지 않은 인생... 아까운 것이 시간이라 고통스러운 순간들마저도 지나고

보면 추억으로 남는다.

빨리 가라, 빨리 가라 등떠밀어 보내 아쉬움이 남는 시간들이 있다.

왜 그랬을까. 후회된다.

앞으로 주어지는 시간들은 충분히 느끼며 살아야겠다.

 



 

사람들은 몇 세기 동안 열쇠로 자기 집 문을 열고, 설거지를 하고 , 머리를

빗고, 식탁에 앉고, 아이들을 껴안고, 책을 읽고, 앞일을 생각해 왔어요.

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1500년 2월 어느 날, 아침 6시 동쪽 집 부엌

 

어부 아저씨가 요리사 아주머니에게 물고기를 가져 왔어요.

그 물고기는 강에서 얼음구멍을 뚫고 잡은 것이랍니다.

지금은 사육제 기간이고 저녁에 큰 잔치가 있어요.

 



 2000년 12월 31일, 자정 동쪽 집 부엌

 

1600년의 동쪽집 부엌에서는 물고기가 조리를 위해 도막나 있었는데

2000년에는 도마 위에 물고기 뼈만 남아 있어요.

물고기는 오늘 아침 아는 아저씨가 낚시로 잡아다 주었어요.

 



 1800년 8월 어느 날, 오후 5시 북쪽집 거실

 

아주 귀한 설탕은 은으로 만든 함에 보관하는데... 이상하군요.

열쇠가 어디로 갔을까요? 오늘 커피는 설탕을 넣지 못하고 마셔요.

 



 2000년 12월 31일, 자정 북쪽집 거실

 

외국인 두 사람이 길에서 아주 오래된, 작은 은색 열쇠를 주웠어요.

행운의 상징인 이 열쇠로 새로운 천 년을 멋지게 시작하려고 마음먹어요.

 



 

"앞으로 100년, 200년, 300년 동안 이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분명히 여름엔 태양이 이글이글 타오를 것이고 겨울에는 눈이 올거예요.

가을이면 나뭇잎이 노랗게 변하고 봄에는 꽃이 피겠지요.

갓 태어난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증조할아버지, 증조할머니가 되어요.

백 년이 지나면 그들은 기억 속에만 남게 되고 또 백 년이 지나면 그들을 기억하던

아이들도 기억 속에만 남게 되지요.

시간을 알려 주던 금빛 시곗바늘이 언젠간 멈춰 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시계가 멈춘다 해도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갈 거예요." ~ 76-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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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14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의 새로운 상상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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