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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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 하얀 장미꽃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날,

쌀톨이와 뚱이가 할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뒷모습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유치원 선생님이자 동화작가인 왕이메이는 아이들과 함께 한 경험을 살려

아이들에게 멋진 동화책 한 권을 선사했다.

둥글고 부드러운 선, 파스텔 톤의 고운 그림들은 동화의 내용과 어우러져

감동을 더한다. 

 

동화작가들의 마음은 참 예쁠 것 같다.

아이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이해 없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이 아니고서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을 쓰기가 어려울 것이다. 

작가들의 예쁜 마음과 맑은 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동화가 좋다.

<장미 별장의 쥐>는 짧은 동화이기는 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보석같은 책이다.

 

장미할머니를 보며 마더 데레사가 떠오른다.

거친 손과 거친 발, 주름진 얼굴, 헌신과 순명으로 평생을 살았던

빈자들의 어머니. 데레사 수녀님.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단지 한번에 한사람을 사랑할수 있다. 한번에 단지 한사람만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사람, 한사람, 한사람씩만... 따라서 당신도 시작하고 나도 시작한다.

난 한사람을 붙잡는다. 만일 내가 그 사람을 붙잡지 않았다면 난 4만 2천명을

붙잡지 못 했을 것이다. 모든 노력은 단지 바다에 붓는 한 방울의 물과 같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 한방울의 물을 붓지 않았다면, 바다는 그 한방울 만큼

줄어들 것이다." ~ 마더 데레사

 

장미 할머니는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넘치는 사람이다.

혼자 사는 할머니는 자신의 외로움을 잘 알기에 다른 존재의 외로움을 알아본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따스하게 감싸지만 도움을 받는 존재들이

모두 그 고마움을 알고 은헤를 갚는 것은 아니다.

상처입은 달팽이와 새, 강아지, 젊은이를 돌봐 주었지만 그들은 상처가 낫자마자

별장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쩌면 부모 자식 간의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혹시나 장미 할머니의 자식들이 그녀를 외롭게 만들지 않았을까?  

홀로 사는 장미할머니, 외로움을 아는 할머니를 보며 자식들은 어디에서 살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된다.

아마도 사람은 근본적으로 외로운 존재여서...

어디 사람뿐이겠는가.

외로움... 외로움은 태어나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의, 죽음과 시듦이 전제된

모든 존재들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외로운 쌀톨이를 알아보고, 외로운 뚱이도 알아본다.

사랑과 관심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쌀톨이와 뚱이도 할머니의 외로움을 알게 되고.

그렇지만 사랑하는 할머니는 이미 떠나고...

살아있을 때 많이 사랑하자. 서로에 대한 사랑만이 외로움을 덜하게 한다.

 



 

장미 할머니는 홀로 도시 밖 작은 별장에 살고 있었어요.

혼자 살다 보니 말할 일이 별로 없었어요.

 



 

어느 겨울, 쌀톨이라는 쥐가 할머니를 찾아 왔어요.

장미 할머니는 떠돌이 생활을 끝내려는 쌀톨이를 딱하게 여기고 겨우내 먹을 빵과

잼을 충분히 준비했어요.

식사를 같이 하고,  친구가 생겨 할머니는 몹시 기뻤어요.

  



 

어느날, 지하창고에서 알딸딸하게 술에 취한 쌀톨이는 정신을 잃었어요.

장미할머니는 꼼짝않고 누워 있는 쌀톨이가 죽은 줄 알았어요.

새하얀 장미가 탐스러운 넝쿨 아래 조그만 구덩이를 파놓고,

울고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술이 깬 쌀톨이는 술을 끊기로 마음먹었어요.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뚱이라는 고양이가 장미 별장에 나타났어요.

뚱이는 쌀톨이와 뚱이가 싸울까 봐 주저하는 할머니에게 심술을 부렸어요.

장미 꽃잎을 뜯어 사방에 뿌리다가 가시에 앞발과 뒷발을 다치고 말았어요.

할머니는 뚱이를 안고 별장으로 돌아와 다친 발에 흰 붕대를 감아주었어요.

 



 

쌀톨이는 할머니를 위해, 뚱이를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장미 별장을 떠났어요.

 



 

몇 년 동안 여러 곳을 떠돌아 다니면서도 쌀톨이는 할머니를 그리워했어요.

그러다가 혹시나 뚱이가 할머니에게서 떠난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면서

서둘러 장미 별장으로 돌아갔어요.

바람에 날려 하얀 장미 꽃잎이 우수수 떨어지지만 저멀리 장미 넝쿨 아래

뚱이는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뚱이는 쌀톨이를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려요.

마지막 꽃잎이 떨어졌을 때 쌀톨이는 이제 더 이상 장미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쌀톨이도 뚱이 옆에 앉아서 긴긴 눈물을 흘렸어요.

아주 오래 전 할머니가 자기를 위해 눈물을 흘렸던 그때처럼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라는 사실을 아는 셋이

장미 별장에서 만나고, 이별하고, 또 긴긴 눈물을 흘렸습니다." ~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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