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36
카스 무데 외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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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은 단일한 번역어로 정착시키기에는 그 뜻이 너무도 포괄적이고 모호하여 남발되기 쉬운 단어이다. 카스 무데와 크리스토발 로비라 칼트바서의 <포퓰리즘>은 이 모호한 단어에 대한 유익한 정의를 내린다. 저자들의 정의는 포퓰리즘이 가지는 다양한 양상을 포괄하면서도 명확하게 비포퓰리즘적인 현상들을 배제한다는 실용적 측면도 있다. "포퓰리즘이란 사회가 궁극적으로 서로 적대하는 동질적인 두 진영으로, 즉 '순수한 민중'과 '부패한 엘리트'로 나뉜다고 여기고 정치란 민중의 일반의지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심이 얇은 이데올로기다." 이 정의를 차근차근 정리해보자.

저자들의 정의에는 포퓰리즘의 세 가지 핵심 개념이 모두 들어가 있다. 바로 민중, 엘리트, 그리고 일반의지다. 포퓰리즘은 '민중'과 '엘리트'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데, 이때 기준은 도덕성이다. 민중과 엘리트는 도덕뿐 아니라 종족 면에서도 구분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포퓰리즘은 민족주의와 완전히 융합하며 민중의 적은 이제 외국인 자체로 간주된다. 그리고 엘리트들이 토착 민중보다 외국인의 이해관계를 더 중시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민중이 결속하여 세운 공동체가 공통의 이익을 강제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일반의지 관념은 포퓰리즘의 선악이원론적 심상지도를 더 강화한다. 포퓰리스트들은 기존 정치인들이 민중의 이해관계를 온전히 대변하지 못했다며 기득권층에 소외된 집단의 의지를 고려하여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기득권층을 싸잡아 부패한 무리로 비난하고 엘리트에 의해 소외를 받아온 민중의 의지대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 있다면, 그가 바로 포퓰리스트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포퓰리즘은 '중심이 얕은 이데올로기'인데, 포퓰리즘은 단독으로는 현대 세계를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분석하지도 못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도 내놓지 못하여 "현대사회가 낳는 정치적 문제들에 복잡한 해답도, 포괄적인 해답도 내놓지 못"하는 까닭에 언제나 자유주의나 사회주의 같은 중심이 두꺼운 이데올로기에 기생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유심히 읽은 부분은 5장 '포퓰리즘과 민주주의'이다. 익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소외된 민중의 일반의지를 강조하는 포퓰리즘은 본질적으로 민주적이다. 오히려 포퓰리즘은 자유민주주의의 원리와 충돌한다. 자유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와 소수자 보호 같은 기본권을 보호하는 데 특화된 독립 기관들까지 수립하는 정치체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는 "'(순수한) 민중의 의지'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포퓰리즘과 대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포퓰리즘의 핵심 원리인 이원론과 일반의지는 권위주의로 쉽게 흐를 수 있다. 동질적 민중의 일반의지는 선하고 절대적이기에, 이에 반하는 모든 것을 배제해버리기 때문이다. 다수의 순수한 민중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태도는 자칫 '다수의 폭정(Tyranny of the Majority)'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포퓰리즘은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영향도 줄 수 있고 부정적인 영향도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해, 포퓰리즘은 "공적 경쟁의 측면에서는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정치 참여의 측면에서는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기존 정치권력이 주목하지 않은 집단의 이해관계를 의제화하여 민주화의 동력이 되기도 하는 이 이념이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기본권 보호 제도의 약화를 초래하고 도리어 권위주의로 추락하는 위험까지 내포하는 양날의 검인 것이다. '다수'라는 폭군이 군림하여 소수자의 인권을 탄압하고 배제할 때 민주주의 이념은 퇴색된다.

그렇다면 포퓰리스트와 포퓰리즘적 집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포퓰리스트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이런 대응방안을 단호히 거부한다. 저자들은 수요와 공급 측면으로 나누어 이 문제를 분석하는데,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사회에 내재된 포퓰리즘적 태도가 포퓰리즘 정치를 나오게 한다는 것이다. 정책 실패, 정치권의 체계적 부패, 정치기득권으로부터 소외되었다는 느낌은 포퓰리즘적 태도를 활성화하는 핵심 요인이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이러한 잠재되어 있던 반기득권 정서를 공공의 영역으로 끄집어내어 기득권층이 충분히 다루지 않았던 이들의 이해관계를 정치적 쟁점으로 삼는다. 그들이 설득력 있는 위기 서사를 만들어낸다면, 선거와 정책 모두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어떻게 하면 포퓰리즘적 태도를 막을 수 있을까인데, 저자들은 여러 방안을 제시하면서도 교육에 주목한다.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는 시민교육으로, 그 목표는 자유민주주의의 주된 가치를 가르치고 극단주의적 도전자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는 시민 사회화다...전반적으로 보아 시민교육은 민주적 신념을 강화하고 다원주의의 타당성을 설명함으로써 포퓰리즘적 태도를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육은 민주주의 가치와 신념 보존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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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8-14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방법은 시민교육이네요.^^

Redman 2022-08-15 15:58   좋아요 1 | URL
뻔한 말인 듯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수긍하게 되는 결론입니다 ^^

mini74 2022-09-08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축하드립니다 ~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그레이스 2022-09-0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Redman 2022-09-08 15: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09-0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한가위 되세요.^^

Redman 2022-09-08 15: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이하라님 즐거운 추석연휴 되십쇼

서니데이 2022-09-08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